갑자기 폭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하나 조금씩 쌓였다가 한참 모여 주머니를 팽팽하게 부풀렸다가 한 순간 폭발하는 것입니다. 그 힘은 무시무시합니다. 하나하나 축적될 때는 별 것 아닌 듯해도 그것들이 모여서 커다란 힘을 만듭니다. 그리고 폭발할 때는 과연 상상하기 힘든 괴력을 발휘하게 합니다. 사람의 분노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욱하는 성격이 습관처럼 굳어진 경우도 있지만 그럴지라도 때로는 참고 또 참다가 모아서 터뜨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역시 그 힘은 대단하겠지요. 바로 그 때 맞닥뜨리는 사람은 그야말로 운이 나쁘게 걸리는 것입니다. 그 피해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정도가 아닙니다.
불만과 원망으로 이미 꽉 차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바탕 사건을 치르고 났습니다. 아직 풀리지 않은 여진이 남아 있습니다. 아마도 내내 지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입니다. 조금 진정되는 시간도 있겠지만 언제고 다시 폭발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그슬리는 경우를 만나면 숨어있던 힘이 솟구쳐 나올 것입니다. 그 때 걸려드는 사람은 한 마디로 잘못 걸린 것입니다. 돌이킬 수도 없고 후회해도 소용없습니다. 이미 상황은 벌어진 것이고 터진 둑을 벗어난 물과도 같습니다. 밀고 나가는 대로 당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둑이 무너지는 것은 대단한 폭발로 일어나는 수도 있지만 조그만 구멍으로 시작되는 것입니다. 사람의 분노 폭발이 그렇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별 것도 아닙니다. 그냥 평범하게 ‘미안합니다,’ 하고 헤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문제는 두 사람 모두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는데 있습니다. 남자는 진작 불만과 원망 그리고 분노로 차 있는 사람인데 이미 사고를 하나 저지른 후였습니다. 또 여자는 바쁜 월요일 아침 늦잠까지 자고 일어나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도로는 꽉 막히고 약속한 고객이 시간 늦는다고 해고 통보를 했습니다. 뒤에 앉아 있는 아들 녀석 말은 하지 않아도 학교에 또 지각할 테니 역시 말이 아닙니다. 이래저래 마음이 이미 지옥처럼 되었습니다. 그런데 앞에 있는 차가 신호가 바뀐 것도 모른 채 길을 막고 있습니다. 결국 신호 한 번을 지나칩니다. 속이 뒤집어질 지경입니다. 그러니 경적을 예쁘게 울릴 수가 없습니다.
신호 바뀐 줄도 모르고 길 막은 것 사과합니다. 대신 당신도 함부로 경적을 울려서 나를 놀라게 한 것 사과하십시오. 내가 왜 사과해요? 잘못한 것이 없는데. 흠! 그렇다면 그 결과가 어떠한지 보여드리지. 그러고 나서부터 사건이 생깁니다. 그렇게 되리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먼저는 뒤쫓아 와 일부러 추돌합니다. 한번 두 번 쿵 쿵 하고 들이받습니다. 위협적이지요. 아차!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입니다. 차들이 길게 늘어서는 가운데 이리저리 빠지며 따돌린 듯합니다. 주유소 들러 주유하는 동안 잠깐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입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사람의 차가 자기 차 뒤에 줄을 서고 있습니다. 세상에!
차에 핸드폰을 두고 내렸는데 그것을 뺏겼습니다. 그것으로 개인정보가 그에게로 노출됩니다. 수신만 되는 자기 핸드폰을 두고 연락을 받게만 합니다.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알려주고 보여주며 쫓아옵니다. 가슴이 철렁하지요. 몸이 후들후들 대고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집니다. 자기를 기다리던 변호사를 대신 만나더니 무참하게 살해합니다. 그리고 동생 집에 찾아가서 동생의 약혼녀를 역시 무참하게 해합니다.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릅니다. 어찌 해야 좋지요? 아들은 학교에 보냈지만 아들까지 걱정됩니다. 핸드폰이 없으니 구조를 청할 수도 없습니다. 더구나 자기를 계속 추적하여 쫓아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도망하고 어떻게 막을 수 있습니까?
이 미치광이의 손에서 어떻게든 벗어나야 하는데 어떻게 알고 쫓아옵니까? 문명의 이기가 파괴의 이기가 됩니다. 도로를 쫓고 쫓기면서 여기저기 아수라장이 됩니다. 경찰은 그 뒷수습하는데 바쁩니다. 그러니 간신히 구조 요청을 해도 순위에서 밀려납니다.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지요. 일단 아들을 구하기 위해 학교로 가서 아들을 태웁니다. 그리고 똑똑한 아들과 합작하여 물리칠 방법을 찾습니다. 하도 참혹한 일을 당하고 나니 오히려 정신이 바짝 듭니다. 아들과 할 수 있는 길을 찾습니다. 일단 경찰에게 연락을 했으니 오기는 오겠지요. 시간을 벌면 됩니다. 아들부터 숨겨주고 대처하기로 합니다.
처음 화면이 열리면서 ‘보복 운전’에 대한 뉴스 보도가 열거됩니다.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범죄입니다. 사람들이 점점 더 무서워지고 있습니다. 사건이 날로 늘어가고 사고가 잇따릅니다. 문제는 예방이 어렵다는 것이지요. 터지고 나서 수습하는 정도가 다입니다. 이래서는 얼마나 희생이 뒤따를지 모릅니다. 사회가 잘못입니까, 사람이 잘못입니까? 여기 이 남자는 이미 자기 인생을 포기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무슨 짓을 얼마나 할지 어찌 알겠습니까? 이런 사람들이 우리 사는 공동체 속에 얼마나 들어있는지 모릅니다. 불안한 세상을 이야기합니다. 도로 위의 ‘보복운전’과 길거리에서의 ‘묻지 마 폭력,’ 우리 사회 안에서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입니다. 영화 ‘언힌지드’(Unhinged)를 보았습니다. 뜻은 ‘경첩을 뗀, 흐트러진, 혼란한’입니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영화로 보고왔는데 글을 읽다보니 그 장연들이 하나씩 잔상처럼 눈 앞에 있네오
영화평 잘 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정말 차로 다니기 으스스합니다. ^&^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