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텔리비전의 보도국 카메라 취재부 임채헌(林彩憲), 이재은(李載銀) 두 기자는
『곧 대통령이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고 묘소 바깥으로 대여섯 걸음을 옮겼을 때 등
뒤에서 「꽝」하는 폭발음을 들었다. 『돌아다보니 먼지 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엉겁결에 몇 걸음 뛰어 갔다가 다시 돌아보니 천장이 완전히 내려앉았고
수행원들이 그 밑에 깔려 있는 것이 보였다. 파묻힌 피투성이의 수행원들 가운데 반수는
즉사한 것 같았다.』 두 기자는 그런 아수라장 속에서도 직업 정신을 잃지 않고 열심히
현장을 촬영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대 참극의 현장이었다. 무너져 내린 천장,
서까래, 카피트와 대리석 위를 적시는 선혈, 비명, 화약 냄새, 먼지, 연기…. 치명상을
입지 않은 사람들은 피를 흘리면서 아웅산 묘소의 반대편 출구로 뛰쳐나갔다.
모든 것이 찰나 속에서 빚어졌다. 진혼나팔 소리조차 듣지 못한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
폭음도 기억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저 번쩍하는 섬광만 본 사람도 많았다. 송 기자는
두 묘소 경호원이 팔짱을 끼고 일으킬 때 겨우 정신을 차렸다. 구멍 뚫린 지붕, 깨어져
나가 바닥에 흩어진 대리석 장식물들, 시커멓게 타고 있는 서까래더미가 시야에 들어
왔다. 윗몸을 무너진 천장 더미 속에 파묻힌 채 엎어져 있는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찢어진 런닝셔츠 차림으로 밖에서 대기 중이던 승용차로 달려가 오르는 사람도 있었다.
최규철 기자는 정신이 들자 묘소 바깥의 버마인 경호원들에게 『헬프 미!』라고
소리쳤다. 경호원들은 경계 자세만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 대신 우리 경호원들이
민첩하게 움직여 죽거나 다친 사람들을 승용차에 싣기 시작했다.
한편 전두환 대통령은 묘소로부터 약4·8㎞ 떨어진 영빈관에서 예정보다 늦게 출발했다.
안내를 맡은 버마 외상이 늦게 도착한 때문이었다. 아웅산 국립묘소는 랭군시 번화가와
주택 지역 사이 구릉지대에 자리 잡고 있고 그 주변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곳을
향해 대통령 일행을 태운 차량 행렬이 다가가고 있을 때 폭발이 일어난 것이었다.
그 때 대통령 차량 행렬은 묘소에서 약1·5㎞ 떨어져 있었다. 그 1.5㎞는 바로 생과사의
간격이었고 버마 외상의 안내 지각이 만든 「불행 중 다행」이었던 것이다.
묘소에서의 폭발음은 조용한 일요일 오전의 랭군시내를 울렸다. 주(駐)버마 일본(日本)
대사관의 좌구간희(佐久間喜) 참사관은 묘소로부터 북쪽으로 약6백m 지점에 살고
있었다. 『갑자기 꽈당하는 폭음이 들리면서 집채와 유리창이 진동했다. 놀라서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근처 주민들도 일제히 뛰쳐나와 무슨 일이냐고 웅성거렸다.
30분쯤 지나자 폭발 사건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오후가 되어서야 피해자들이 한국 외교 사절임을 알게 되었다』
(조일신문(朝日新聞) 10월10일자).
첫댓글 님들 죤글 올려주신 천마 위원님께 감사의 댓글 좀 답시다용 무게만 잡으면 양반인가여 천마님 사랑해요~
이서영님 감사 합니다. 그런데 글이 재미가 없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