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여기 온지 벌써 3달이 다 돼가는데..
이제서야 이렇게 메일을 쓰네요..
정신이 없었다고 하면 변명인가요..^^:;;
죄송해요~~
잘 지내시죠??
한국도 요즘 날씨 많이 풀려서 따뜻하겠네요..
여긴 거의 여름날씨예요..
어떨땐 반팔을 입고 나가도..
전혀 안추울때가 많아요..
벚꽃은 벌써 다 졌구..^^
여기서 생활은.. 적응만 되면..
한국에서의 고등학교 생활보다는 여유로운거 같아요..
스트레스도 훨씬 적고..
물론 평상시에 작은 시험들이 많긴 하지만..
차라리 평소에 그런거 준비하면서 계속 공부하고..
하는게 훨씬 나은거 같아요..
지금 여기선.. 8과목 듣고있는데요..
제가 학기 중간에 와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던 관계로..
자리가 남아있는 수업중에서 골랐는데..
8과목 모두 선생님들이 많이 배려해주시고..
예뻐해주셔서.. 그냥 그럭저럭 해나가고 있어요..
처음 2주정도는 꽤 힘들었는데..
좀 지나니까 영어로 수업듣는것도..
한국과는 너무나도 다른 수업방식에도....
익숙해지더라구요..
지금 듣고있는 과목은..
영어랑 수학..화학, 사회, 그래픽디자인, 직업훈련,
그리고..뭔가 점토를 가지고 만드는 과목..
한국어로 딱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수학시간엔.. 온 지 이틀만에 시험봤는데..
반에서 1등해버리는 바람에.. 아직까지 천재소리 듣고있구..
12학년 수학도 그냥 괜찮을꺼가테서..
내년엔 미적분학듣기로 했어요..^^;;;;
그래픽은.. 사진찍고.. 포토샵프로그램 가지고 뭔가 하고..
프린팅하고 그런거 하는데..
너무 재밌어서 내년에도 들으려구요..^^
점토사용과목도.. (딱히 도예라고 하기도 그런 과목이라서..)
가끔 물레위에서 뭐 만들때도 있는데..
처음엔 너무 어려워서.. 고생했는데..
지금도 잘 하진 못하지만 처음보단 많이 나아졌구..
굉장히 좋아하는 과목이 돼버렸어요..^^
아직까지도 가장 힘든 과목은 사횐거 같아요..
지금 캐나다 역사에 대해서 배우는데..
생전 들어본적이 있어야죠..^^:;;
아무리 해도 제일 힘든 과목인거 같아요..
화학은 한국에서 이과수준 화학을 배우는데..
처음엔 용어땜에 좀 고생했는데..
지금은 아주 잘하는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따라가고 있구요..
학교는.. 한국보다 훨씬 자유로운편이에요..
우선 교복을 안입구요... 선생님들과 학생들 관계도 한국에서 보다 더 자유롭다고 할까요..
교육체계 자체가 다르니까..
솔직히 한국에서는 학교 선생님이랑 학생들 사이에
사적인 얘기를 많이 한다거나.. 그런건 별로 없자나요...
(물론 그런 선생님들도 많이 계시지만..^^)
여긴 사제간에 대화가 더 많은거 같아요..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개인생활에 대해서도 ..
그리고 한국보다 학부모 회의같은게 더 많아서..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이 만날수 있는 기회가 더 많으니까..
개개인 가정사정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계시구요..
학교 얘기 하다가 편지가 많이 길어졌네요..^^
다른 얘기도 할게 많은데....
오늘은 학교 얘기로 끝을 맺어야겠어요..^^;;
죄송해요~~
지현이한테까지 신경써주시는거 정말 감사드리구요..
연락 못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항상 건강하시구요~
앞으론 연락 자주 드리도록 할께요..^^
그럼 이만 안녕히 계세요~
* 미혜는 내가 93년에 처음 아이들 글쓰기 지도할 때
가르친 아이입니다. 그때가 미혜 3학년 때죠, 초등학교.
네 명이 한 팀이었는데, 미혜는 글을 썩 잘 쓰진 못해도,
밝고 귀염성 있고 싹싹했지요.. 호기심도 많고..
책은 엄청 좋아해서 아주 쉽게, 많이 읽고 있었구요.
미혜 엄마, 아버지, 동생 지현이까지 집안 식구가 다 그랬어요.
한 1년 반쯤 나랑 공부하다 대전으로 전학 가는 바람에
헤어졌어요. 그 뒤에 편지 한두 번 주고받다 소식 끊겼는데
내가 대전 갈 일 있어 갔다 미혜네 찾아갔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소식 이어져 가끔 전화로, 편지로 연락하다
중학교 때 다시 서울 가까이 안양으로 전학 왔습니다.
그리고 나서 일 년에 한두 차례 만났고.. 전화는 가끔 했고..
고등학교 들어가고 나서 전화했더군요. 이화외고 들어갔다고..
공부, 아주 뛰어난 건 아니어도 착실한 건 확실해요.
그 사이에 주욱 봐도 그렇고.. 가끔 만날 때마다 보면
'참 반듯하게 크고 있구나' 싶었어요.
아이들 그렇게 크기 힘들잖아요.
같이 공부한 다른 아이들 봐도 그렇고,
둘레 아는 아이들 봐도 그렇고..
미혜는 날이 갈수록, 커갈수록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게
훨씬 더 많은 아이더라구요. 곁에서 보면 흐뭇해지지요.
다른 아이들, 이렇게 커간다면 좋겠다 싶게..
미혜, 올 1월에 캐나다로 유학 갔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에 그쪽으로 어학연수 갔다 오더니
꿈을 키우고 있었나 봐요..
유학도 부모나 누가 시켜서 억지로가 아니라(요즘 흔한)
지가 결정하고 지가 시험 봐서 떡하니 붙으니
안 보낼 수 있나요.. 썩 넉넉한 살림이 아니더라도..
처음엔 어학 위주로 짧게 다녀올라 하다가
(장학금 주는 데 시험 봐서 됐거든요..)
부모님이랑 상의해서 완전한 유학 하기로 했나 봅니다.
참 대단하죠?
미혜는 내가 봐도 본받을 만한 아이예요..
제 앞가림 잘 하고, 그러면서도 둘레 사람들 잘 챙기고..
쾌활하면서도 가볍지 않고, 자기주장 확실하면서도 정스럽고..
이번에 신세지고 있는 집도, 어학연수 한 달 갔을 때
묵었던 집이라는데, 그 캐나다 분들이 전화 내 걸어서
얘를 기어이 자기네 집에서 데리고 있겠다 했답니다.
학교는 좀 멀어도.. 차로 데려다 주더라도..
그 집 아이들도 얘를 언니로 대하고 너무 좋아한답니다.
미혜 엄마가 딸 하나 잃는 거 같다고 할 정도로요.
그만큼 지가 이쁨 받을 짓 했겠지요..
미혜... 여기 있었으면 고등학교 3학년..
내 자식은 아니지만 참 뿌듯해요,
(미혜 엄마가 나랑 동갑이에요.)
이쁘게 자라는 거 보기만 해도..
캐나다로 떠나기 전에 미혜 엄마하고 셋이서
점심 같이 했는데요,
글쎄 이놈이 지네 엄마한테 그랬다는군요.
"나, 송혜주 선생님처럼 살거야.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하이구.. 지 눈엔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사는 걸로 보이는지..
미혜한테서 편지 받은 지 며칠 됐는데,
오늘은 꼭 답장 써보내야겠어요.
동그란 얼굴에 또록또록한 눈망울의 미혜..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