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은 굉장히 고요하고 한적한 마을이다.
홍천에서 강릉으로 이어지는 국도가 지나가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그런 마을의 중심에 이름 모를 정류장이 하나 존재한다.
승차장도 없고, 터미널 간판 하나 달려있지 않은 이 곳의 이름은 '서석시외버스터미널'.
별 볼 일 없어 보이지만 나름대로 흥미로운 것이 많은 터미널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길을 달리는 버스가 지나가는 곳이기도 하고,
가장 조그만 시외버스가 종점을 삼는 곳이기도 하다.
강원도 산골의 조그만 버스정류소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흥미진진한 모습도 많이 볼 수 있는 터미널이기도 하다.
홍천의 중앙에 자리잡은 서석.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탓인지 마을 중심가는 무척 한적하다.
마을 자체는 오래된 건물로 가득하지만 주요 관공서는 모두 반짝반짝한 새 건물이다.
이들만 보고 있으면 마치 별장이라도 찾아온 듯한 기분이 든다.
우체국 바로 맞은편에는 조그만 간이터미널이 자리잡고 있다.
깔끔하게 단장된 관공서와는 달리, 무척 오래된 2층 벽돌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 터미널이라기보단 '정류장'에 가까워,
건물 1층의 매점에서 표를 팔 뿐더러 이렇다할 승차공간도 갖추어지지 않았다.
대합실이자 매표소 역할을 겸하고 있는 매점 내부.
따스하게 몸을 녹일 수 있는 석유난로 위엔 물을 데우는 중이고,
나무로 만든 오래된 함에 과자를 넣어 팔고 있다.
심지어 바닥 또한 아무 것도 깔리지 않은 순수한 주춧돌이다.
여느 시골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정겨운 간이매점.
이 매점에서는 버스 표까지 같이 팔고 있는데,
매표소 위에 걸린 시간표 또한 굉장히 오래된 흑색 칠판이 걸려있다.
심지어 요금표까지 일일이 손으로 적어놓는 수동식 흑색 칠판이다.
최신식 시설은 전혀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몇 십 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갖추고 있다.
비록 깔끔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세월의 손길이 느껴져 더욱 훈훈하고 정겹다.
다만 서울-양평-용두, 횡계-강릉-춘천 등 지워진 행선지가 꽤 많이 보이는데,
인구가 많았던 옛 시절엔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노선이 자주 운행했던 것 같다.
지워진 행선지가 거의 절반이 되는 것을 보니... 몰락한 시골마을의 씁쓸한 뒷맛이 느껴진다.
주차장 한 구석에서 대한교통 차량이 잠시 쉬고있다.
홍천 동부권에선 나름대로 교통의 요충지인지라,
이따금씩 각 마을로 들어가는 차량이 이 곳에서 장기간 쉬기도 한다.
또한 원주-횡성-서석행 시외버스(동신운수)의 종점이기도 하다.
왕복 3시간에 끝에서 끝까지 5,500원을 받는 결코 짧지 않은 노선으로,
해발 500m 먼드래재까지 넘는데 반해 차량은 다소 조그만 에어로타운으로 운행중이다.
하루 두 번 해발 1,076m의 운두령을 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길을 달리는 노선이 들어온다.
고요하고 한적하기만 한 서석터미널도 이 때 만큼은 잠시 분주해진다.
강원도 산골의 조그만 마을을 뒤로 한 채,
다시 어디론가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첫댓글 작년에 내면정류장을 갔던 기억이 나네요. 홍천은 정말 넓고 깊은 군인 것 같습니다. 거기서 구룡령 넘어 양양가는 하루1회 있는 버스를 탔던 추억이 나네요.이쪽 지역은 정말 다시 가고싶은 마음의 고향입니다.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무려 80km나 된다죠~~ 그만큼 특색이 많은 고장인 것 같습니다. 저도 내면, 화촌 등등 더욱 깊은 곳으로 들어가보고 싶네요. ^^;
이곳은 3개회사가 운행 하고 있습니다 (원주/서석,동신운수/홍천/내면,진부 :금강고속/홍천과내면 기타지역을 연결하는 대한교통(시내,완행)이 있으며 원주행 동신운수는 매표소와의 수수료 분쟁으로 차내현금 승차합니다.
저때 원주행 동신운수 차를 타고 횡성으로 이동했었는데, 실제로 표를 받지 않고 현금으로 받으시더군요. 천원과 오천원짜리를 직접 준비한 것을 보고 꽤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올겨울쯤에 원주-서석-진부를 버스로 갈 예정인데 서석정류장을 이렇게 보니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조촐하지만 많은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
^^군 제대한 이듬해인 97년 3월1일 연휴에 봉고차에 우리25살짜리 남자셋하고 20살짜리 파릇파릇한 여자5명이 타고 설악산에 놀러간적이 있습니다.목적지가 대명콘도였는데 그때 홍천을 지나서 인제로 가려다 외삼포에서 길을 잘못 들어서 서석으로 해서 구룡령을 넘어갔었습니다. 지도책도 없어서 '여기가 어디지?길은 제대로 찾아가고 있나?"하고 걱정했었지요. 그 뒤에도 속초에서 넘어올때 인제쪽길이 지겹고 하면 구룡령을 넘어 서석을 가끔씩 지나곤 하는데 옛추억이 새록새록 나더군요..그때 그여자애들 모두 잘살고 있겠죠??ㅋㅋㅋ
제대한지 얼마 안 되셨을때 파릇파릇한(?) 여자 분들과 동행하셨다니... 참 부럽습니다. ㅎㅎ 지금도 별일없이 잘 지내고 계시겠죠..~_~
예전 국토대장정할 때 서석을 지나던 기억이 나는군요..ㅋ
전국일주할 때 방문하셨었군요~
저도 올4월초쯔음에 이곳 아는지인분 거주하는터라 아무것도모르고 대책없이 경기도일산에서 양평까지 시내버스 이용후 직행타고 홍천가서 진부행 서석경유 금강타고 왔다가 시간상 주변 경치만 감상하고..(다음날월요일이라 학교가야하는데 친구가 여기까지 왔는데 자고가라는...) 급하게 본카페 모회원분께 물어보니 첫차타고 아무리빨리가도 학교정상등교가 불가피하게되어.. 원주행 5시20분(?)인가 막차탑승에 상당히 충격을...학생할인 받아도 요금압박은 상당히 크네요~ㅠㅠ 서석-원주 에어로타운에 4800원 눈물의 현금승차에 안습이.. p.s 다음달경에 서석면 재방문 예정인데, 저렴하면서 빠른편으로 가는방법 혹시 추천루트 없을까요?ㅜ
버스편도 적고 요금도 비싸고... 불편한게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그래도 그나마 서석까지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은 님께서 갔던 방법인 일산-양평-홍천-서석 코스인걸로 압니다.;; 동서울-원주-횡성-서석 경로또한 학생할인을 받아서 가면 10,000원 조금 안 나올 것으로 생각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