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 시인의 시집 <점자블록>이
2006년 11월 [만인사]에서 나왔습니다.
김세진 시인은 1962년 대구에서 태어나
1998년 중앙일보 시조백일장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조집 [메타세쿼이아에게]를 냈습니다.
시인은 '자서'에서
"산이... 길이... 숲이... 달빛이
길게 휘어진 詩의 행간 속으로 하나 둘씩 들어와 앉는 새벽"이라고
말합니다.
작품 해설은 따로 없으며 그 대신
시인의 산문이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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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블록
-김 세 진
1
고강도 콘크리트 황색 점자블록
흰 지팡이 끝으로 돌출된 길을 따라
넉 줄의
방향 표시용 블록
더디게 긁고 간다
지금쯤 적색불이 깜빡거리고 있을 게다
더는 나아갈 수 없는 서른여섯 개의 원
몇 개쯤
발바닥에 밟혀
멈칫거리며 선다
2
지팡이 끝으로 더듬더듬 더듬어 갈 때
발끝이 놓쳐버린 선과 점들의 행방
불현듯
멈춰 설 자리
일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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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길
-김 세 진
더 내어줄 것이 없는
빈 몸이 만들어낸
은행나무 긴 그림자는 양성 굴광성이다
길의 끝
불빛을 향해
더듬어 가는 촉수들
밤새 보도블록 따라 촘촘히 놓인 길을
지그시 밟고 갔을 지치고 쪼그라든
그믐달
길게 휜 눈썹
새벽을 밀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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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세쿼이아에게
- 김 세 진
앙상한 잔뼈마다 새 살이 오르고
봄볕에 눈이 부신 청동, 청동의 비늘
아가미
깊숙이 들어찬 물
온 몸이 푸덕거린다
등을 지나 가슴에도 돋아난 지느러미
선명한 옆줄 끝에 힘찬 꼬리를 달고
이제 막
황사를 뚫고
아득히 헤엄쳐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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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에 대하여 2
- 김 세 진
그늘진 보도블록 발길이 뜸한 자리
죽은 쥐 한 마리 며칠째 널브러져 있다
온몸에
퍼진 경계모
스러진 지 오래다
어느새 배 안에 가득 찬 구더기 떼
다산, 그 번식력도 이미 잃어버린 채
배 깔고
저리 처연히
보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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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 김 세 진
자운영 눈부신 날
지리산 푸른 허리
잘근잘근 밟으며 간다, 풀어진 산길 따라
가슴팍
가득 배는 풀물
굴참나무 한 그루
카페 게시글
교감들
김세진 시집 <점자블록> / 2006-12-06 11:21:46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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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2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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