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갑진년＞의 시작이다

2024년 갑진년의 시작이다 1. 새해가 시작되었다. 시간의 변화에 무심해졌지만 방송과 사람들의 오가는 문자 속에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음을 체감하게 된다. 새해가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새해 첫 일출을 보기위해서 곳곳의 명소로 향하고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해를 기다린다. 그러한 일련의 의식은 더 나은 삶을 위한 기대와 희망을 위한 상징적 행위일 것이다. 한때 나도 S와 함께 정동진, 왜목마을, 제주도 성산봉 등 전국의 이름난 장소를 찾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시간에 맞춰 그믐밤 23시에 잠에 들고, 새해 아침 6시에 일어났다. 나의 삶은 그저 일상적인 것을 파괴하지 않는 지속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글을 쓰는 지금, 아직 해는 떠오르지 않고 있다.  2. 2023년 마지막 날 본 영화는 류이치 사카모트의 연주를 담은 <오퍼스>였다. 사카모토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세련된 피아노 선율이 100분 정도의 시간 동안 계속적으로 흐르고 있다. 음악의 위로 속에서 사람들은 침묵 속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멋진 음악과 독특한 느낌의 영상 속에서 느껴지는 특별한 정감은 분명 음악이 갖는 치유의 힘을 다시금 보여준다. 그럼에도 나는 중간 쯤에 일어났다. 만약 혼자서 음악을 들었다면 100분의 시간을 온전히 즐기며 음악의 매력 속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치 ‘시체’처럼 어떤 소리고 내지 못하고 감상하는 그 공간은 답답했다. ‘위로’의 힘을 압도하는 ‘억압된 정서’가 지배하는 듯했다. 최근 음악공연 때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관객들 때문에 공연문화의 논쟁이 된 적이 있다. 직접 공연이 아닌 영상공연에도 나타나는 이러한 느낌은 싫었다. 영화는 보통 압도적인 소리 때문에 작은 소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이 <오퍼스>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3. 2024년 새해를 맞이하는 느낌은 특별하지 않다. 그저 내가 찾고 있는 삶의 과제를 지치지 않고 외부의 힘에 흔들리지 않고 내부의 불안을 극복하며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싶을 뿐이다. 그것은 아주 단순하지만 기본적인 삶의 방식 6고(읽고, 쓰고, 걷고, 보고, 듣고, 만나고)를 유지하는 것이다. 오로지 개인적 유대와 인간적 관계에 초점을 맞추며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온갖 위계적 관례와 인연(혈연, 학연, 지연, 직업연)에서 자유로워지고 과거의 기억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의 성취에 무관심한 채 현재에 집중할 뿐이다. 그러한 행위에 필요한 지식과 지혜 그리고 육체적 힘과 물질적 자산을 확보하는 것은 구체적인 실천의 요소일 것이다. 그것은 삶의 구도를 떠나는 수행자의 만행과 가까운 걸음이다. 끝을 알 수 없는, 아니 알 필요가 없는 끝을 향해 걷는 것, 그 자체가 삶의 과정일 뿐이다. 글을 쓰는 동안 하늘이 조금씩 밝아져 온다. 2024년의 해가 돋았다. 올해 무수한 불안과 공포 속에서도 자유와 평정을 잃지 않는 한 해가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