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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장리 흑표범 전우들과 함께
연말이 되면 가끔씩 과거 연대장으로 근무했던 701특공연대 간부들과 고양동에 모여 망년회겸 저녁식사를 하곤 한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만나는 사람들도 10여년전의 사람들 인데다 부사관들인 그들도 이제는 장교들 처럼 부대 순환근무를 해야 하므로 701연대에서 계속 근무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고(상당수는 전역한 사람들임) 모두 다른 사단, 군단으로 전출가버렸다.
육군본부의 어떤 인사방침은 과연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지.... 정말 코메디같은 것들이 여전히 많다.. 21사단, 12사단, 7사단, 15사단 같은 강원도 오지의 골짜기에서 오랫동안 군생활을 해야 하는 부사관 들에게는 분명 한 지역에서 계속 근무해야 하는 인사제도는 불공평하고 비합리적인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부사관들을 장교들과 똑같이 최초 배치된 부대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면 자동전출시키는 순환근무 제도를 적용하다보니 이전 보다 더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정책을 수립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부대 역사와 전통의 계승자라고 할 수 있었던 부사관들이 수시 교체됨으로써 자연히 부대에 대한 愛隊心과 소속감, 단결력이 약해질 뿐만 아니라 전출에 대비하여 차후 부대 및 보직, 이사 등에 대해 미리 고민할 수 밖에 없고 또 전출시 새로운 부대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이중적 고충을 겪고 있다. 부사관 가족들의 생계문제도 더욱 불안해졌다. 즉 , 예전에는 부대 주둔지 지역에 장기간 기반을 잡고 있어 가족들이 주변 업체, 회사등에 쉽게 취직할 수 있었으나 이젠 점차 어렵게 되었고 또 예전부터 부업을 하던 가족들은 남편이 전출가는데도 불구하고 같이 따라가지 못한 채 서로 떨어져 주말부부로 살고 있음.
그러나 가장 큰 문제점은 장교와 병의 架橋 역할을 하는 부사관들이 부대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지 못하게 될 뿐만아니라 부대 근무중 그들이 쌓아온 각종 경험요소들이 사라짐으로써 부대의 팀웍(전투력), 부사관들의 사기가 약화되고, 부대에 대한 긍지도 이미 사라졌다.
물론 부사관들에게 순환 근무 제도를 적용함으로써 새로운 부대에 배치되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긴장감, 그리고 새로운 활력을 갖고 근무하게 되는 등 장점도 일부 있겠지만 이는 잠깐동안 지속될 뿐이고 앞에 언급한 여러 문제점들을 상쇄시킬 정도의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부사관들에게 순환 근무제도를 적용하려면 희망자에게 우선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융통성을 갖고 실시되어야 한다. 또 제도를 적용하기 전 최전방 격오지 부대에서 근무하는 부사관들의 수당을 현실화 해 줘야 한다. 희망자 우선 순환근무 방침을 적용하되 자녀교육, 생활환경, 교통여건 등을 세밀하게 종합 평가하여 지역별 차등을 두어 격오지 수당을 지급한다면 소요되는 예산은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현재의 국방예산은 장병들의 사기와 복지를 위해서는 너무 부족한 실정이다. 최소한 GDP 대비 3%이상 까지 증액되어야 한다. ☞ 과거 80년대 초에는 총 GDP 대비 5.7%, 정부재정 대비 33%까지 편성되었던 국방예산이 최근에는 GDP 대비 2.4%, 정부재정 대비 14%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냉전이 지속 되는 곳이며, 북한으로 부터 끊임없이 생존권을 위협 받고 있는 나라로서 과연 이 정도의 국방비를 투자하여 무슨 전쟁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인가? 미군들만 붙들고 있으면 전쟁은 일어날 수 없다는 式의 안보 의식을 갖고 있는 한 우리의 국방 시스템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부하들의 사기와 훈련, 전투준비를 위해 늘 고심해야 할 장교들이 온통 진급, 보직때문에 혈안이 되어 상관의 눈치나 보며 복지부동하고 있는가 하면 일부 정치가들은 안보를 이용해 표를 모으려 하거나 심지어 어떤 넘들은 종북주의적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모두 다 국가안보에 암적인 존재들이다. 부족한 국방비를 인상, 조정해서 부사관들의 격오지 장기 근무수당을 증액해줘야 한다. 또한 일정기간(5~10년) 初任地에서 근무후, 매년 전출을 희망하는 전방사단, 격오지 부대 부사관들을 기초로 후방부대에서 장기간 근무로 우선 전방 전출 대상자들을 서로 조정해 맞추게 된다면 교체인원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후방 전출 우선 대상자는 근무기간, 부대의 여건, 복무태세 등을 감안하여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지수화한 다음 저조한 대상자 위주로 선발하면 된다. 무엇보다도 격오지 장기 근무 수당을 일정 수준까지 올려준다면 다른 곳으로 전출을 희망하는 전방부대의 부사관 수는 대폭 줄어들 것이다.
부사관 순환 근무제도의 적용 여부와 상관없이 지휘관들이 부대지휘간 꼭 착안해야 하는 점은 부사관들이 끊임 없이 동기화(motivation) 되어 스스로 군 복무에 긍지를 갖고 열심히 근무할 수 있도록 자기 직책에 대한 임무와 범위를 명확히 설정해 주고, 그에 상응한 권한과 책임을 갖게 해야 한다.
아무런 계산없이 순수하게 상관과 부하로서 만나 진한 전우애를 느끼며 함께 부대를 발전 시켰던 그 시절, 그 때의 기억이 좋아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저녁식사를 한다. 그러나 이제는 벌써 7대 후임 연대장(#43)이 근무하고 있다고 하니 진즉 잊혀져야 할 사람이 연말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밥을 산다는 명분아래 혹시나 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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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옛 전우들과 함께 멋지십니다.
감사합니다! 순수하고 멋있었던 그 시절이 그립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