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0년 12월 31일~2011년 1월 5일
일정 : 경주-인천공항-고타키나바루-마실라우 리조트-라반라타산장-키나바루산-마누깐섬에서 해수욕-시내 관광(시청사, 이슬람사원, 전망대, 탄중아루 선셋비치)
참석자 : 유성환, 장미, 나뭇꾼, 네모, 우선생, 수월, 권한식, 김해수, 산꾸러기, 서울팀 신혼부부, 광명 아주머니 두분, 어르신
어제 저녁에는 간단히 소주를 한잔씩 하는데 저는 다리를 다친 이후 20여일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런데 이 먼곳에 와서 새해 첫날 겸 우선생 생일을 겸해서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소주 두잔을 마시고 일찍 취침 준비를 한다.
하지만 모두들 고소가 오는지 잠자리가 불편한 것 같으며 화장실을 드나드는 소리에 깊은 잠은 얼마자지 못하고 잠이 깨어버린다.
나만이 깬 것이 아니라 모두들 잠을 못이루고 있는 것 같다.
유독 한분(?)만 코를 골면서 자고 있다.
오줌을 누기 위해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데 왠 젊은 여자분이 잠을 못이루고 혼자서 방황을 하고 있는 것 같으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밖을 나가보니 하늘에는 별이 초롱초롱 빛나고 산아래 마을에는 휘황찬란한 불빛이 보인다.
예감이 좋은 것 같다.
지금 날씨로는 절대 내일 아침까지는 비가 올 것 같지 않다.
상쾌한 기분으로 들어와서 누워보지만 잠이 쉽게 오질 않는다.
2시 30분 출발인데 1시가 조금 지나자 모두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산행 출발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어제 저녁 수월님은 한쪽 목부분이 불편해서 자가 진단으로 처리를 하고 나무꾼님은 가슴에 큰 바위를 얹어 놓은것 같았다고 한다.
어르신은 두 차례에 걸쳐 다리에 쥐가 내렸다고 한다.
네모님은 잠을 자다 얼마되지 않아서 시간을 묻고 하여튼 모두들 불편한 잠자리였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일어나서 준비를 하는데 되도록이면 배낭을 줄이자고 하는데 모두들 배낭을 메고 갈려고 한다.
고산에서는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인 현지 가이드가 새벽에 일어나 물을 끓여서 컵라면을 먹고 가자고 했지만 산장에 물을 끓일 가스가 없어 결국 라반라타 산장 식당으로 내려가서 빵과 간단한 음식을 먹고 2시 40분경 출발을 한다.
아직도 별은 초롱초롱 빛나고 크게 춥지 않은 날씨다.
혹시나 하고 방풍바지까지 입고 출발하는데 초반부터 너무 덥다.
잠시 올라가다 덥다면서 모두들 옷을 벗는데...
우선생은 중국 화산, 태백산 등반때와 국내에서는 지난 지리산 산행때 처음 높은산을 경험했기에 다른분들에 비해 산행실력이 아직은 좀 떨어지는편이라 배낭을 두고 준비물을 네모님께 맡겼다.
그런데 올라가다 스키복을 벗어니 무게가 많이 나가 다른분들에게 부탁을 해 보지만 모두들 고소가 걱정이 되는지 아무도 받아주지 않으니 제가 우선생에게 배낭을 가져오지 못하게 했다면서 투덜된다.
하지만 만약 배낭을 메고 왔더라면 소주와 물, 옷 등의 무게가 등반에 장애가 될 수 있었기에 말렸던 것이다.
어둠속에서 앞만보고 진행을 하다보니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결국 조망은 내려오는 길에 즐기기로 하고 무작정 앞사람의 뒷 꽁무니만 보고 올라간다.
이제 암벽 구간이 시작되는 지점 굵은 로프가 설치되어 있으며 로프를 잡고 올라간다.
크게 어렵고 힘드는 코스는 아니다.
하여튼 어제부터 오늘도 마찬가지로 장미님 옆에 바짝 붙어서 진행을 하는데 어제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올라가는 것 같다.
오히려 가장 믿었던 네모님이 어제 오후 산장 조금 못미친 지점에서부터 힘을 못하고 있다.
물론 배낭이 무거운 것도 있겠지만 아마 고소가 오는 것 같다.
중간 중간 쉬어가는 횟수도 늘어나고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래도 처음 출발할 때보다는 점점 다른 팀들을 앞질러 가고 있다.
하지만 네모님과 우선생은 뒤에서 너무 힘들어 하고 있으며 Mt.키나바루 3,810M에 위치한 사얏사얏대피소에서 등정을 증명하는 중간 체크 지점에서 확인을 하고 다시 올라가는데 금방 정상일 것 같은데도 끝없이 이어지는 화강암 바위지대가 지루하다.
한참을 더 오르니 벌써 정상에는 랜턴불빛이 반짝이고 우리 일행은 별 간격없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진행을 하고 있다.
8km 지점을 지나면서 모두들 서서히 지치기 시작하는 것 같고 속도도 느려진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고 수월님께 시간을 물어보니 6시 2분이라 한다.
안부 근처에서 정상적인 길은 로프를 따라 좌측으로 우회를 해서 올라가야 하지만 그러면 일출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혼자서 안부로 올라서서 길도 없는 암벽을 타고 바로 직선으로 올라간다.
아마 다른 분들이 볼때에는 지금까지 발목과 무릎이 아프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 같아 보였을 정도로 빠르게 암벽을 타고 올라간다.
정상에 올라서니 외국인 몇분이 정상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하느라 정신이 없고 주위의 파노라마가 너무나 뛰어나다.
정말 멋진 장관이 펼쳐지고 있다.
멀리 바다와 산은 운해의 바다를 이루고 동쪽 하늘은 붉게 물들고 자연의 조화가 이렇게 현란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조금 있으니 서울팀이 정상 근처에 올라오면서 쉬고 있다.
우리팀이 올라올 때까지 일출을 보기 위해 동쪽 하늘을 눈이 빠지도록 바라보지만 구름이 가려 결국 일출은 보질 못하고 서울의 부부와 여자분 한분, 권한식님과 친구분, 수월님, 나무꾼과 장미님이 정상에 올라선다.
일출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수월님과 나무꾼은 사진을 찍느라 바쁘고 유성환 선생님이 올라오시는데 많이 지친 모습이다.
고소가 와서 고생을 하는 모습이 역력하고 곧바로 내려가려는 것을 여기까지 왔는데 사진이라도 한판 찍고 가자고 해서 함께 사진을 찍는다.
그 뒤를 이어서 네모님과 우선생이 역시 정신이 없는 상태로 정상직전에 와서 쉬고 있는데 모두들 고소 때문에 고생을 하는 것 같다.
잠시 후 모두 함께 기념촬영을 한다.
그러면 해발 고도에 따른 산소량을 비교해 보면
해발고도 공기의 비율
0 100%
1000m 88%
2500m 73%
3000m 68%
4000m 60%
5000m 53%
5500m 50%
6000m 47%
7000m 41%
8000m 36%
8848m 33%라 하니 우리가 올라선 곳은 4000고지가 되니 평지의 60%에 불과한 산소로 인해 고소가 오는 것 같다.
정상 바로 밑 바위에서 네모님이 힘겹게 가지고 온 소주로 정상주를 돌리는데 현지 가이드 3명중 21살 먹은 가이드는 술도 잘하고 담배를 엄청 피운다.
나머지 가이드 두명은 16세의 고등학생으로 아르바이트 학생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고등학생 가이드 한명은 네모님이 올라오면서 비틀거릴때마다 주위에서 신경을 써 주어 나중에 팁으로 10달러를 주었다고 하니
아르바이트 치고는 고급아르바이트를 한 것 같다.
내려오면서 올라갈 때 보질 못한 조망과 바위들을 구경하면서 기념촬영도 하고 천천히 내려오는데 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참아준 하늘이 고마울뿐이다.
이제 비가 와도 큰 걱정도 없다.
이번 산행의 최대 목표는 무사히 키나바루 정상에 올라가서 멋진 조망을 구경하는 것이었는데 무사히 달성을 하였으니 뭐가 아쉽고 부러울 것이 있겠는가?
비가 와도 모두들 마냥 즐겁기만하다.
경주에서 9명이 와서 9명 모두 정상을 밟아 보았으니...
물론 서울팀은 5명중 2명에 산장에서 산행을 포기하고 3명만 정상을 밟게 된다.
사얏사얏 대피소에서 다시 등정 증명을 확인하고 비를 맞으면서 내려오는데 어제는 안개 때문에 오늘 새벽에는 어둠 때문에 보질 못했던 라반라타 산장 뒷 암벽 봉우리가 우람하게 버티고 서 있다.
겐팅 라가단 산장에 도착하니 어르신이 따뜻이 맞이해 주고 짐을 정리하여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라반라타 산장 식당으로 내려간다.
모두들 이곳에 모이니 이제 어느정도 고소가 해소되었는지 얼굴이 밝고 기분이 좋은 것 같다.
고소 때문에 정상주를 하지 못한 유성환 선생님은 소주를 한잔 달라고 하지만 정상에서 다 먹어 버리는 바람에 아쉽게도 드릴 소주가 없어 안타깝다.
이제 비도 그치고 산장에서 내려다 보는 보루네오섬(코타키나바루)의 운해가 너무 멋있다.
아침을 먹으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여유있게 쉬다가 10시에 하산을 하기로 한다.
비도 그치고 날씨도 맑아서 어제 보지 못한 전경들을 하나 빠뜨림 없이 보면서 하산을 시작한다.
그런데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더 어려운 것 같다.
중간 중간 계단의 높이라던가 등산로의 돌 등등으로 산행의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
팀폰 게이트 삼거리까지는 어제 올라간 길이지만 삼거리에서 하산은 팀폰게이트로 하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처음 걷는 길이다.
삼거리를 지나면 바로 라양라양 산장이 나오고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모두들 내림길이 힘들다고 한다.
계속되는 내림길이 이어지고 매실라우 게이트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 보다는 팀폰 게이트에서 올라오는 분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주로 유럽에서 온 산꾼들이 많은 것 같으며 한사람이 오나 여러사람이 오나 하나같이 현지 가이드가 따라 다닌다.
멤페닝 쉼터와 로위 쉼터, 우보 쉼터, 칸디스 쉼터 등 쉼터마다 앉아서 휴식을 취하면서 여유있는 하산을 하고 마지막 쉼터인 칸디스 쉼터를 지나면서 장미님, 네모님과 함께 불편한 다리를 절룩거리면서도 선두로 내려온다.
좌우로는 엄청난 거목들이 밀림을 형성하고 있으며 팀폰 게이트 500m전방 지점 근처에 칼슨 폭포가 우렁차게 흘러내리고 있다.
13시에 하산 완료를 목표로 했지만 산장에서 한시간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14시경 팀폰 게이트에 도착하여 등정을 확인하고 곧이어 차례로 도착한다.
마침 차량이 준비되어 있어서 두대에 나누어 타고 15분 정도 지난 시각에 키나바루 공원 본부(1564m)에 도착한다.
이곳은 어저께 차를 나누어 탔던 곳이다.
공원 본부 아래에 있는 음식점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2시간 30분 가량 이동하여 코타키나바루 시내의 프로메네이드 호텔에서 여장을 푼다.
호텔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호텔에 비해 많이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방을 배정 받는데 결국 한팀은 세명이 함께 자야할 처지다.
그래서 간이 침대를 주문하고 네모님과 우선생 셋이서 한방을 사용하기로 한다.
다리가 불편하여 그냥 욕실에서 목욕(샤워)를 하는데 두분은 사우나를 갔다오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은 이슬람교도들이 많다보니 옷을 벗고 나체로 다니면 변태 성욕자로 취급을 하기 때문에 반드시 중요 부분은 가려야 하고 독탕에서 목욕을 하다보니 우리 실정과는 다르다면서 금방 방으로 돌아왔다.
잠시 휴식을 취하다 한식집에 가서 저녁을 먹으면서 내일 일정에 대해 상의를 하는데 경주팀은 마누깐 섬에서 해수욕 등 수상스포츠를 하기로 했는데 서울팀들은 망설이다 우리와 함께 하기로 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우리들만의 시간을 가진다.
네모님과 우선생, 그리고 유성환 선생님을 모시고 와서 넷이서 모처럼 술다운 술을 먹어본다.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술다운 술을 먹은지 오래되다보니...
처음부터 잘도 넘어간다.
한참 마시고 있는데 발맛사지를 받고 온 장미님과 나무꾼, 어르신이 우리방에 찾아왔다.
특히 장미님이 어제 오늘 산행에 고생하셨다면서 맥주를 20병이나 사들고 오셨다.
가져간 소주는 벌써 거의 다 먹어가고 이제 맥주를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내일은 자유시간(수상스포츠)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첫댓글 잔잔한 감동과 함께 산행기 잘보았습니다. 산은 늘 우리에게 새로움을 주고 희망을 갖게하는듯합니다
지금의 인류의 생활영역의 대부분이 도시라 하나 산은 우리마음의 고향이며 혼의 보금자리인듯합니다..
산행대장님을 비롯하여 참가하신 산조아 여러분께 안전산행 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정상등정의
기쁨을 함께 나눕니다 새해에도 좋은산행 많이 하시고 또 몸이 불편하시다 한데 빨리 건강되찾으시기 바랍니다
저도 지난 원정등반 훈련으로 인해 허리와 무릎이 심상찮아 걱정이 됩니다만 조심조심하고 있답니다
새해복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십시요...
늘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새로운 산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많으면서도 주어진 여건이 여의치 않아 망설이다가 이번 산행을 하게 되었답니다.
경주에서 9명이 함께 하였습니다만 다행히 모두가 힘들게 정상을 밟아보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또 어디 원정등반을 준비중이신가 보지요.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허리와 무릎 조심하시면서 훈련하시고 좋은 결과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권선생님!! 키나발루 원정 산행기 꼼꼼하게 올리셔서 다시 되돌아보는듯 합니다. 지는요 키나발루 산행날 잡아놓고 가끔식
가슴통증이 있는것을 그냥... 우려하고만 있던것을 역시 긴장을 해서인지 초반부터 고생이였는데 권선생님이 옆에서 힘이
되어주셔서 넘 감사합니다.나무꾼님도 마지막날까지 도와주셔서 감사하고 유성환님 네모님 우선생님 수월님 모두모두 도와주셔서 함께한 시간들 오래오래 간직 하겠습니다.
권선생님 다친 무릅 꾸준히 치료하셔서 좋아하시는 즐산 안산 하셔야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충 생각나는 대로 적다보니...
아마 산행 첫날은 너무 긴장을 해서 몸에 무리가 간 것 같습니다.
하여튼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정상을 밟아 볼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그곳까지 가서 혼자 산장에 남아 있다던지 아니면 중간에 하산을 했더라면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준비하는 단계에서 여러모로 고생많이 하셨고, 호텔에서 사다주신 맥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시면 앞으로 쉬엄쉬엄 쉬어가면서 진양기맥 함께 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