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섬기는 교회
저는 하 선교사님 고향 교회인 교회에서 37년간 목회하고 금년 4월 11일에 은퇴했습니다. 대대교회는 도심에서 1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농촌 마을에 있습니다. 200여 가구 700여명이 살고 있는데 고령자들이 많습니다. 한곳에 오래 머물다 보니, 마을의 필요가 무엇인지 보였습니다. 마을을 섬겨왔던 사역들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노인학교로 마을의 노인을 섬겼습니다
마을을 목회 영역으로 삼게 되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분들은 마을 노인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시도한 일이 노인학교를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였습니다.
2003년에 시작했는데, 주중 하루를 택하여 마을 노인들을 교회로 초대하여 배움의 길을 제공하고, 점심을 대접하는 일을 했습니다. 학생 모집을 공고하니 120명이 지원했습니다. 노인학교 운영을 위해 지역 대학과 협업하였고, 행정기관에서도 지원해주었고, 마을 부녀회에서도 봉사해주었고, 기업에서 물품을 후원해주었습니다. 노인대학을 매개로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는 마을 공동체가 이루어졌습니다.
어느 날 시청 공무원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 도시에 노인대학을 설립하기 위해 복지공무원들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게 되었으니, 대대교회 노인대학 운영 사례를 발표해 달라고 했습니다. 교회를 모델로 삼아 도시 안에 24개의 노인대학이 설치되었습니다.
노인대학과 더불어 병행한 일이 문해교실이었습니다. 한글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교회 공간을 내어주었습니다. 노인대학은 교회가 8년간 운영하다가 지금은 동사무소에 이관해 주었습니다. 대신 교회는 마을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반찬을 만들어 배달하게 되었습니다. 교회는 마을 어른들을 섬겨드림으로써 부모를 공경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순종하였습니다.
2. 방과 후 교실로 마을 어린이를 섬겼습니다
어느 마을에든 돌봄이 필요한 어린이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방학이 되면 학습부진아들이나 부모의 보살핌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교회에 데려와 학습 지도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2005년 6월부터 지방정부에 등록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 방과 후 교실은 소문이 났고, 신규로 개설하려는 이들의 견학코스가 되었습니다.
21년 운영하면서 많은 마을의 아동들이 혜택을 입었습니다. 조손가정, 한부모 자녀, 맞벌이 부부의 자녀,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이용합니다. 숙제와 공부를 지도해 주고 저녁 식사까지 제공합니다. 방학 때는 학교를 대신하여 그들을 보살펴줍니다. 마을 사람들은 교회가 아이들을 키워준다며 고마워합니다.
방과 후 교실을 통해 주일학교에 나오고, 아동들의 부모나 조부모들이 교회와 연결고리가 되기도 합니다. 이 일도 믿음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3. 도서관 사역으로 마을을 섬겼습니다
우리 마을은 작고 마을 구성원 대부분이 고령층입니다. 도서관이 어울리지 않는 마을입니다. 그래도 마을에 남은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이사 오고 싶은 마을이 되려면 적어도 마을에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을 통해 마을의 어린이 중 한 명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존재가치가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처음에는 초라하게 시작했습니다. 도서관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을 때 시청에서 도서관 공모사업이 있으니 응모해보라는 정보를 주었습니다. 응모한 결과, 우리 교회가 선정되었습니다. 시청에서 준 지원금으로 건물 리모델링과 서가와 도서, 그리고 사서까지 파송해 주었습니다. 1년 만에 사립도서관에서 시립도서관으로 바뀌었습니다.
도서관은 마을과 교회의 접촉점이 되어 주었습니다. 도서관이 책만 읽는 곳이 아니라 마을 사랑방 역할도 하고, 교양·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해 주었습니다.
교회가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은 하나님의 문화명령에 부합하는 일입니다. 교회에 도서관이 있으므로 대외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을을 섬기려고 시작한 일인데 교회가 더 큰 축복이 되었습니다.
4. 환경운동으로 마을을 섬겼습니다
저는 설교를 통해 환경의 소중한 가치를 설명하였습니다. 교회 안에서 시작된 환경운동이 자연스럽게 마을로 확대되었습니다. 주민들에게 분리배출 요령, EM 활성액 보급, 마을 청소, 하수 정화하는 일을 했습니다.
또 교회는 환경운동의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1998년 11월 14일 순천만 생태계보존을 위한 국제심포지엄, 전국 생태 지도자 회의, 그 외 환경 관련 단체들의 모임 장소가 되므로 환경운동의 중심교회로 서게 되었습니다.
우리 교회 환경운동은 노회로 확대하였습니다. 노회 소속 교회들이 환경주일을 지키도록 했으며, 교단총회 회의 때 1회용 물병 대신 텀블러를 소지하도록 했습니다. 환경 세미나를 개최하여 환경운동을 교회와 시민들에게 확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환경운동은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범위도 모든 피조물을 포함합니다. 환경보호는 모든 교회가 힘써야 할 믿음의 일입니다.
5. 마을을 방문한 여행객들을 섬겼습니다
우리 교회에는 80주년 기념 건물이 있습니다. 처음 의도는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서비스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용도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마을이 자연습지와 철새도래지로 알려진 후 많은 방문객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마을에 아무런 인프라가 준비되지 않았고 여럿이 모일 장소는 교회가 유일했습니다. 이때를 위해 준비해 둔 듯이 우리 교회 80주년 기념 건물이 긴요하게 쓰임 받기 시작했습니다. 방학이면 교회들의 수련회 장소로 사용했습니다. 한 해 동안 연인원 천 명을 훌쩍 넘기도 했습니다.
교회 수련회 장소로 역할을 마쳐갈 즈음 철도청에서 청년, 대학생들을 위한 열차 여행프로그램을 개설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지역을 방문하는 대학생들의 숙소가 부족하다는 소문을 듣고 철도청에 우리 교회 숙소를 소개했습니다. 철도청 직원들은 숙소 문제를 교회가 해소해 주었다면서 환영했습니다.
대학생들은 우리 교회 숙소를 얻기 위해 경쟁을 벌였고, 교회 숙소를 이용하게 됨을 행운으로 여겼습니다. 여행프로그램이 진행되는 5~6년 동안 교회는 젊은 청년들로 들썩거렸습니다.
교회도 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하도록 친절하게 영접하고, 토스트를 구워 대접해 주었습니다. 건물로 마을을 찾아온 여행객들을 섬겼습니다.
6. 마을 역사책을 만들어 마을을 섬겼습니다
저는 목사이기 전 마을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을 역사를 발굴하고 기록할 책무가 있다고 여겼습니다. 마을 역사를 출판하여 주민들에게 선물로 드렸습니다.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목사와 주민들과 관계가 더욱 깊어졌습니다. 주민들은 저에게 깊이 감사했고, 즐거움으로 읽어주셨습니다. 신문과 방송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7. 정원을 가꾸어 마을 주민들을 섬겼습니다
우리 교회 정원은 본래 있던 나무와 지형을 이용하였습니다. 우리 교회도 처음엔 넓은 터가 없었지만, 교회 주변의 빈터를 구매하여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하나님은 에덴을 창설한 분입니다. 에덴은 정원의 뜻을 가집니다. 그런 면에서 하나님은 최초의 정원사입니다. 예수님도 정원사이십니다. 요한복음 20장 14~15 막달라 마리아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그 만남의 장소는 공교롭게도 동산 곧 정원이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보았을 때, 마리아는 동산 지기 곧 정원사로 여겼습니다.
마리아가 부활하신 주님을 정원사로 착각한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부활한 예수님은 잃어버린 에덴을 회복하러 오신 정원사이십니다. 이 장면에서 부활하신 주님이 꿈꾸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또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정원사로 살아야 한다는 초대가 담겨 있음을 봅니다. 흥미롭게도 렘브란트의 그림에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정원사 모자와 삽을 들고 있으며, 허리에는 칼을 찬 모습입니다.
우리 교회는 교회마다 정원을 가꾸어 영적 쉼터만 아니라 몸과 마음도 쉬게 해주자고 캠페인을 했습니다. 내면을 가꾸는 것이 우선이지만, 겉을 가꾸는 일도 귀합니다. 교회란 아름다운 정원을 통해서 에덴의 모습을 어렴풋이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8. 마을 음악회를 열어 마을을 섬겼습니다
교회는 마을의 건전한 문화를 보급할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 교회는 넓은 잔디정원이 있어서 야외음악회를 하기에 너무 좋은 환경입니다. 교회 자체에서 마련한 음악회 6회, 국가 공모사업에 응모하여 3회를 했습니다. 음악회를 통하여 마을 주민들에게 건강한 문화를 제공해 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일 외에도 교회가 마을의 필요를 채우고, 주민들을 유익하게 하는 교회이어야 할 것입니다. 일본은 우리와 다른 환경이어서 이러한 일들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지라도 교회가 마을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살피는 눈과 마음을 품는 것은 매우 귀한 일입니다.
나가는 말
교회는 모든 영역에 그리스도의 주권이 실현됨을 목표합니다. 교회만 아니라 마을도 그리스도의 통치 아래 있어야 합니다. 작은 일이라도 마을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면 소중합니다. 우리 주님은 지극히 작은 일이라도 작다고 여기지 않으십니다. 오늘 함께 나눈 이야기가 여러분들에게 비현실적인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교회가 마을을 유익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합니다. 작지만 실천할만한 일은 없는지 살펴보기를 바랍니다.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