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용암사 대운전
옥천 지용문학관에서 나와 여백의 미가 강조되는 용암사 마애불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새소리, 바람소리, 풍경소리 조차 그윽한
천년고찰 용암사, 신라 진흥왕 13년(522년) 창건됐으며, 대웅전 뒷편에 오르면 마을 농경지 안과 밖의 소담스런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라의 큰 일이 생길 때마다 붉은 입술이 더욱 짙어진다는
전설이..
마당 한 가운데서 하늘을 우러러보면 불그스레한 마애불 모습이 드러난다. 대웅전 뒤 오르막길을 올라 마애불을 가까이 보았다.
연화대좌를 타고 속세로 강림하는 듯 공중에 둥실 떠 있는 것만 같은 용암사 마애불(龍岩寺磨崖佛), 여백의 미가 돋보여 마치 동양화를 보는 듯
공간감이 살아있어 아름답다.
마애불은 붉은 빛을 띠고 있는데, 누군가 빨간색 물감을 칠한 것이라 한다. 나라의 큰 일이 생길 때마다 붉은 입술이 더욱 짙어진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눈은 뜬 듯, 감은 듯, 작고 눈 꼬리가 길며, 굳게 다문 입이 전체적으로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고, 두 다리를 벌리고 서
있어서 안정감이 돋보인다.
▲여느 사찰 가람 배치와 달리 북쪽에 쌍탑이
있다.
이 마애불은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가던 길에 남쪽 하늘을 바라보며 통곡하였다는 전설과 함께 한때 많은 당우를 거느린
큰 절집이었다. 임진왜란 때 피해를 입고 근근이 명맥만 유지 해 오다가 지금과 같이 규모를 이루었다고 전한다. 현재 충북도 유형문화재
17호이며, 국가문화재(보물) 지정이 추진되고 있다.
▲북쪽 낮은 봉우리 쌍삼층석탑에서는 사방이 한 눈에
보인다.
용암사에서 빼놓을 수 있는 볼거리는 쌍삼층석탑(보물 제1388호)이다. 일반적인 가람배치와 다르게 대웅전 앞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사방이 한 눈에 내보이는 북쪽 낮은 봉우리에 있다. 마애불에서 내려와 대웅전을 지나 북쪽 봉우리에 올랐다. 석탑 주변 고압전기선이 눈엣가시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이 석탑은 고려시대 초기에 축조된 것으로 1.7m의 간격을 두고 동탑과 서탑이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다. 고려시대에 이르러 성행했던
산천비보(山川裨補)사상에 의해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산천비보사상이란, 탑이나 건물을 건립해 산천의 쇠퇴한 기운을 북돋아준다는 것이다.
같은 모양의 석탑 2기는 이층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렸다. 자연암반 위에 건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층 기단을 갖추고 있으며,
동탑은 4.3m, 서탑은 4.1m로 규모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각 부의 양식과 석재의 결구 수법에서 매우 간략화 된 수법을 보이고 있는 이 탑은, 현재까지 확인된 산천비보사상에 의해 건립된 석탑 중
유일하게 쌍탑이라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
▲영동 난계국악박물관
이제 옥천과 이웃한 영동 땅을 향했다. '국악의 고장' 영동, 금강이 유유히 흐르는 길목에 난계 국악박물관과 난계사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3대 악성에 속하는 난계 박연의 뜻과 업적을 기리고 국악에 대한 자료를 수집·전시·보존하기 위하여 2000년 9월 23일
충북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에 개관하였다.
▲국악기 만드는 과정
국악실에는 가야금을 비롯한 현악기 14종과 타악기 37종, 관악기 19종 등 100여 종의 국악기와 국악 의상이 전시되어 있다.
'세종실록'과 '대악후보', '악학궤범', '가곡원류', '금보' 등 국악 관련 고문서와 12인의 명인명창이 전시돼 눈길을 끌며, 영상실에서
영동과 난계, 난계의 삶, 난계의 업적에 관한 영상물을 관람했다.
▲궁중악과 연주복
▲국악기
이곳 박물관은 다른 곳과 비슷하게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 추석 연휴에는 휴관한다. 입장료는 어른 500원, 청소년 및
군인 300원, 어린이 200원이다.
난계국악박물관도 둘러보았으니, 박연이 즐겨 찾던 명승지 '옥계폭포'를 찾지 않을 수 없다.
▲시인과 묵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옥계폭포
신록은 점점 짙어져 눈의 피로를 없애준다. 자연의 고마움은 어찌 말로 다 표현할까. 난계국악박물관에서 4km쯤 떨어진 옥계마을에서
산길을 따라 1km쯤 가면 저수지가 나타나고, 숲이 우거진 산을 약 300m 올라 깍아 지른 듯한 절벽을 타면 높이 30m의 폭포가 보인다.
▲명승지에 숯불고기 구이가 웬말?
삿갓처럼 우뚝 솟은 산이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길을 막아선다. 마치 시공을 벗어나 과거 세계로 돌아간 느낌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타고 쉴새없이 물을 쏟아내는 옥계폭포, 이내 무지개빛 물보라를 내며 유혹한다. 산과 계곡이 꼭 선경 속에 들어 있는 것만 같다.
폭포는 주변의 온갖 아름다운 소리를 담아 아름답고 고결한 소리를 내며 더욱 힘찬 물줄기를 쏟아낸다. 박연의 국악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누가 대금이라도 불었다면 그 경이로움에 헤어나지 못했을 거다.
마지막으로 신항리 마을을 찾았다. 보물984호인 신항리삼존불은 옛 석은사지에 세워진 통일신라시대의 석불입상이다. 현재 기와지붕만을
씌운 누각에 서 있으며, 직사각형의 네모나고 평평한 돌에 새겨졌다. 중앙에 본존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보살입상이 배치된 삼존불형식을 이루고 있다.
본존불은 민어깨 위로 작은 상투 모양의 머리가 있고, 둥근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있다. 양 어깨를 감싸고 입은 두꺼운 옷은 가슴에서
U 자형을 이루고 있으며, 그 사이에는 삼각형 모양의 띠매듭이 있다. 옷주름선은 오른손 아래에서 3가닥의 음각선을 이루며 흘러내리고 있다.양쪽의
보살상은 각각 손으로 물건을 감싸 잡거나 합장한 자세이다.
▲함박 웃음을 버금은 작약꽃
반듯하면서도 단아한 어깨와 중후한 체격등 신체 각 부분에서 옛 형식이 나타나는 이 삼존불 상은 태안 마애삼존불상과 함께 7세기
석불상을 계승한 것으로 7세기 후반 내지 8세기 초의 작품으로 주목된다.
신항리를 끝으로 울산을 향해 달리는데, 구름 걷힌 하늘은 햇살을 쏟아 내린다. 그 영롱한 빛으로 금강은 보석처럼 반짝인다. 우리네 삶도
저렇게 반짝이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