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명의 이야기/ 김성윤 교수의 ‘관절 보호법’
“50세 넘으면 무릎에 금 가… 관절도 아껴야”
십수년 전 류머티스 전문의 김성윤(김성윤내과원장·전 한양대의대 류머티스병원장) 박사를 찾은 관절염 환자는 십중팔구 고양이나 지네, 박쥐를 고아먹고 왔다. 관절이 좋을 것 같은 동물을 먹으면 관절염이 낫는다는 믿음 때문. 그 다음엔 자기 오줌을 먹거나 포도만 줄기차게 먹는 환자들이 뒤를 이었고, 홍화씨·오갈피·식물뿌리·구리팔찌·좌석요·벌침 등도 ‘입소문’을 타고 가난한 환자의 돈을 긁어갔다. 요즘엔 온몸에 뜸을 뜨다 화상을 입는 사람이 특히 많다고 한다.
김 박사는 “사우나나 미장원 가서 물어보지 말고, 제발 의사를 찾아오라”고 충고한다. 관절염약은 너무 독해 속을 버린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대부분의 관절염 환자가 엉뚱한 사람에게 치료법을 묻고, 그 바람에 치료시기를 놓쳐 관절이 다 망가진 다음에야 병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특히 스테로이드 성분이 든 정체불명의 ‘특효약’ 때문에 백내장·골다공증·고혈압·당뇨·비만·피부 얇아짐·출혈 등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겪는 관절염 환자가 많다고 김 박사는 안타까워 한다. 스테로이드 성분은 관절염 증상을 마법같이 일시에 없애주지만 부작용이 매우 심해 조심해야 하는 ‘마약’과 같은 약이다.
김 박사는 조심스럽게 최근 유행하는 봉침에 관해서도 말을 꺼냈다. 소염효과가 있는 봉침은 관절염 증상 완화에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그 정도 효과는 알약 하나로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고속도로가 뚫렸는데 비포장길로 소 달구지를 타고 가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관절염 치료제로는 아스피린과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에서부터 스테로이드·말라리아 치료제·금·항암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환자들은 관절염약은 독해 속을 다 버리고, 한번 먹으면 인이 박혀 평생 먹어야 하니, 가급적 오래 버티다 늦게 먹어야 한다고들 얘기한다. 죄다 환자를 골병들게 하는 ‘잘못된 믿음’이란 게 김 박사의 설명. 그는 “요즘 약은 부작용이 적고 치료효과가 뛰어나다”며 “조기에 발견하면 얼마든지 증상을 조절해 가며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박사는 관절도 ‘아껴쓰라’고 주문했다.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환자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 늘어난 수명에 맞게 일종의 소모재인 관절도 ‘닦고 조이고 기름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치지 말 것’을 가장 먼저 주문했다. 관절은 다른 인체조직과 달리 ‘형상기억장치’가 없는 부위. 운동이나 사고 등으로 관절을 다치면 원상태로 매끈하게 회복되지 않고, 관절면이 우둘투둘해지고, 이 때문에 관절염 등이 유발된다는 것. 특히 스키·농구·스노보드 등은 관절을 다치기 쉬운 운동이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둘째는 운동도 나이에 걸맞게 하라는 것.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50대 이상은 누구나 무릎 연골에 조금씩 금이 가 있으므로, 이 연령대가 되면 정신력을 앞세워 무리하게 운동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지리산 등을 무박산행한다고 깜깜한 밤중에 등산하거나, 동남아 등지로 골프투어를 가서 하루에 36홀씩 2~3일 라운딩하는 등 ‘비정상적 행동’은 모두 관절을 상하게 하므로 삼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 )
◆김성윤 교수는… 쉽고 친절한 설명, 아침방송 스타
지난 2001년 서울 신사동에 류머티즘 클리닉을 개원한 김성윤 박사는 우리 시대 명의(名醫)의 대명사다. 한양대병원 재직 시절, 그에게 진찰을 받으려면 3~5년씩 걸려,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똑같은 검사를 하고 똑같은 약을 주는 요즘 시대에 명의가 어디 있느냐”고 말한다. 경험과 감(感)에 의존하는 ‘명의의 시대’는 갔고, 이젠 ‘과학의 시대’라는 것이다.
김 박사는 생글생글 웃는 인상이 참 반듯하게 잘생겼다. 말도 쉽고 일목요연하다. 비유와 사례가 아주 적절하게 뒤섞여 있어 초등학생이 들어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듣기 힘든 그들만의 언어로 무뚝뚝하게 설명하는 다른 의사들과의 차이점이다. 관절염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아줌마’들은 그런 김 박사의 ‘열성 팬’을 자처했고, 그 바람에 TV 아침 방송에 ‘뻔질나게’ 출연하는 유명 탤런트가 됐다. 그가 대한민국 최고 명의의 자리를 지키는 비결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김 박사 자신의 지적대로, 류머티즘에 명의란 존재하지 않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그를 만나기 위해 오랜 세월 기다린 환자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줌으로써 마음까지 사로잡아 버린다. “얼굴만 봐도 병이 낫는다”는 루머가 나돌 정도다. 관절염은 당뇨나 고혈압처럼 완치가 불가능하며 평생 관리·조절해 나가야 하는 병. 어차피 완치법이 없는 상황에서 환자에게 신뢰와 희망을 주는, 따뜻함과 카리스마가 있는 그의 얼굴과 목소리가 최선의 치료제인지도 모른다.
1975년 한양대 의대를 졸업하고 1980년 내과 전문의를 취득한 김 박사는 1983~1986년까지 미국 마운트 사이나이의대 등에서 류머티즘을 공부하고 귀국했다. 선배들은 “내과의사가 왜 관절염을 공부했느냐”고 ‘질책’했다. 동료 내과 의사가 류머티즘 환자를 정형외과로 보내는 등 ‘왕따’도 당했다. 지금은 표준 치료제로 정착됐지만 초기엔 말라리아 치료제나 항암제(메스트렉세이트)를 관절염 환자에게 투여하다 “오진했다”며 멱살 잡힌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그에게 ‘꼬리표’를 달지 않는다.
김 박사는 이제 쉬고 싶다고 했다. 너무 정상에 오래 앉아 있으면 끝이 추해진다는 것이다. 막 전문의를 딴, 머리가 ‘팍팍’ 돌아가는 젊은 친구보다 여러 면에서 뒤처지는데도 정상을 지키고 앉아 있으려면 후배들을 권위로 누를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면 발전이 없다는 것이다. 그의 말은 언제 들어도 논리가 명쾌하다.
첫댓글 나이가 들어감에 건강에 캥기지 않는것이 없지만 특히 관절은 유독 신경쓰이지요.
등산도 과도하면 무리가올수있다는 말도 많이듣고...고맙습니다 상식적으로도 도움이 많이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