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고향 영덕....
그리고 아름다운 팔각산
아침 햇살을 받으며 우리를 태운 차가 달린다. 며칠동안 술을 마셨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였더니 몸이 매우 찌푸둥하다. 밭에다 무엇을 심어볼까 생각하던터에 마음의 갈등이 생겨났다.
오늘은 반가운 사람들이 함께 했다. 아침부터 음식을 준비하여 나누어 먹는다. 날씨가 좋아 즐거운 하루가 될 것만 같다. 오늘의 산행지는 경북 영덕군에 소재한 팔각산이다. 여덟개의 봉우리가 연이어 있다고하여 팔각산이라 불리운다.
경상북도 영덕군은 포항시, 울진군, 영양군, 청송군의 경계에 있으며, 칠보산과 팔각산이 있고 오십천이 흐르고 있다.
달산면 옥계리에 자리 잡고 있는 팔각산은 지명그대로 여덟 봉우리가 각을 세우고 당찬 모습으로 동해를 바라보는 절경의 산이다.
먼저 이곳 팔각산은 제 1봉에서 8봉에 이르는 각봉우리가 저마다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특성이랄 것은 암봉의 절벽을 이루고 있다. 제5.6.7봉에서 서쪽방향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깊은 계곡으로 절벽을 이룬다. 이중 7봉은 오르지 말고 우회하길 바라며, 특히 7봉의 모습은 아찔한 높이의 환상적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영덕군에서 위험한 코스마다 안전시설물을 설치하여 위험요소가 많이 제거되었다.
이러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팔각산이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주왕산. 내연산이 있어 외지인들은 주로 지명도가 높은 곳으로 찾지만 최근에는 기암괴석의 청류계곡인 옥계계곡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산이다.
(위 사진의 중앙에 보이는 것이 3봉이고, 왼편이 4봉이다. 3봉과 4봉 사이에서 점심을 먹었고, 오른편 끝자락에 작게 보이는 것이 아래 사진에서 보는 송곳바위이다.)
영덕으로 가는 길은 예전에는 경주를 거쳐 감포, 구룡포, 포항을 지나는 국도를 따라 올라 갔으나 요즈음은 대구 포항고속도로가 새로 생겨나서 시간이 많이 단축되고 있다.
동해대로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언젠가 가족여행에서 하루를 묵었던 구계항이 나오고 얼마 가지 않아 드디어 차인표와 최불암, 박원숙 등이 출연하였던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지이며 해맞이공원으로도 불리는 삼사해상공원과 그곳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영덕의 대표항이며 대게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강구항이 나타난다.
언젠가 산악회에서 내연산을 다녀오며 월포해안에서 대게를 먹던 일이 생각난다. 그땐 많은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배부르게 대게를 먹을 수 있었고, 등산을 마친 뒤라 더욱 그 맛이 더했었다. 이곳 동해안을 지날 때면 그때의 추억이 떠오른곤 한다.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지 강구항이다. 멀리 왼편의 산자락 보이는 작은 집이 텔레비젼에 나왔던 집이다. 아래 사진의 오른편 끝집)
영덕의 특산물은 대게 외에도 복숭아, 송이버섯, 동충하초 등 산지에서 생산되는 것이 유명하고 바다에서 나는 것 중의 별미 중 하나는 미주구리회이다. 미주구리회는 얇게 썰은 세꼬시에 무, 배, 양파, 쪽파, 참나물, 미나리, 물미역 등을 썰어 넣어 초고추장이나 막장에 마구 비벼 먹는 회를 말한다.
아삭아삭 씹히는 야채와 알싸한 참나물, 그리고 세꼬시의 맛이 버무려져 매꼼 달콤하고 고소한 아주 복합스런 별미를 맛볼 수 있다. 이렇게 먹는 물가자미 세꼬시를 '미주구리 막회' 라 하는데, 이는 경상도 지방(특히 영덕어민)의 어민들이 물가자미를 '미주구리' 라 불러 이와 같은 방법으로 먹었던 데에서 유래한다. 불행하게도 나도 아직은 그 맛을 못 보았으니...
내가 영덕을 좋아하는 것은 젊은 시절 출장을 다녀와서 이었다. 당시 나는 부산에 직장이 있었는데 동료와 둘이 일주일간의 출장계획을 잡고 나섰었다.
영천에서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놀다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 구룡포를 거쳐 영덕으로 올라왔다. 바닷가를 거닐다 구룡포항에서 배에서 내린 어부가 낙지를 바닷물에 씻어 날로 먹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릴 적 바닷가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부산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하다 보니 커다란 항구만 보고 살아왔었다. 그런데 조그마하고 아름다운 강구항을 보니 마음이 포근해지고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 후에도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과 여름휴가를 맞아 동해안을 차를 몰고 강릉으로 올라간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강구항은 그냥 지나친 적이 없었다.
강구항에서 서편으로 방향을 바꾸어 30분 정도를 들어서니 아름다운 기암괴석의 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맑은 물이 흐르는 옥계계곡이 나타났다. 그런데 지금의 계곡은 물이 적어 더 이상의 미사여구는 생략하고 그냥 아름답다는 표현만 하기로 하여야겠다.
산을 오르니 날씨가 제법 무더워 땀이 나기 시작했다. 초봄인데도 날씨가 무덥다니 하산해서 안 일이지만 오늘은 이 날자에 관한한 100년만의 최고기온이라 하였었다. 험난한 봉우리와 아름다운 절경을 즐기며 산행을 계속하였다. 1봉 2봉 봉우리가 새겨진 표지판을 살피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1.2봉을 지나고 산행을 진행하는데 위험표지판과 함께 진행을 금지하는 봉우리가 나타났다. 다름아닌 3봉이었는데 지반이 잘 무너져 내리기 쉬운 암반으로 이루어져 육안으로 보기에도 위험해 보였다. 아쉽지만 3봉을 우회하여 조금 평탄한 고갯길에서 점심을 먹었다. 다들 너무 맛있는 반찬들을 가져와 항상 느끼는 것이비난 무슨 뷔페를 온 기분이다. 음식을 나누어 먹고 갖가지 술을 마셨다.
(옥계 계곡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런데 물이 많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다. 위는 따스한 봄기운에 살며시 피어난 생강나무 꽃이다.)
우리들은 봉우리마다에 족적을 남기고 인증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봉우리마다 계속하여 인증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고,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여름 못지않은 더위를 식히는 사람도 있다.
우리들은 이렇게 하여 8봉까지 완등을 한 후 하산을 하여 서둘러 강구를 향하여 달려갔다. 다름아닌 영덕의 명물인 대개를 맛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요즘은 대게가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게대신 홍게를 먹기로 하였다.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바다 수온이 올라 대게들이 북쪽 바다로 옮갸간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몇년 전부터 대게는 북한 산이 들어 온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긴 아직은 꽃도 제대로 피지않은 초봄인데도 오늘 기온이 높은 곳은 초여름의 날씨와 같다는 일기예보가 나오고 있으니...
우리들은 삼사해상공원에 도착하여 자리를 잡고 홍게를 먹기 시작했다. 많은 양의 홍게를 준비하였기에 배부르게 홍게를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소금을 많이 넣어서 삶았는지, 아니면 그녀석들이 원래 바닷물에 살아서 그런지 제법 짜다.
게 다리속의 살을 발라 먹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래도 잘 먹는 사람은 다리의 관절부분을 잘라서 게다리를 잘라 살을 발라먹는다. 짠맛을 견디려고 술을 겯들여 부분 마취를 하고 마지막엔 점심때 먹고 남은 주먹밥을 게딱지 안살에다 비벼먹는다. 입가에 게 맛살이 튀고 옷에도 잔뜩 묻어났다.
게딱지에다 밥을 넣어 비벼 먹는 것, 어릴 적엔 직접 게를 잡아 많이도 먹었었는데 요즘은 텔레비젼에서나 볼 수 있었던 꿀맛이다. 그리고 겯들여진 소라도 맛있게 먹었다. 정말 즐거운 산행 후의 맛나는 하산주를 맛보는 순간이었다.
(아유! 저 게딱지에 밥 비벼 먹는 모습...먹느라 정신들이 없었다. 게 먹으랴 술잔을 받으랴...)
그곳에서 잠시 내려오다 장사해수욕장에서 하차하여 바닷가로 나아갔다. 동해를 왔는데 바닷가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 지나치는 것이 못내 서운했던 같다. 차에서 내려 백사장으로 들어가니 모두가 수학여행을 온 초등학생들 같다. 밀려드는 파도에 달려드는가 하면 여기저기서 해지는 백사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 열중한다.
신발이 바닷물에 젓어들것 같음에도 포즈를 잡기에 정신이 없는 아베크족도 있고, 길다란 백사장을 하염없이 거니는 한쌍의 모습도 보인다. 오랫만에 겨울에서 봄으로 옷을 갈아입는 싱그런 바다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갔다. 좋아서 어쩔줄을 몰라하는 모습이 마치 어랜애들과 다를바 없다. 바보들의 행진이라고나 이름붙여 볼까...)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선 오랫만에 노래자랑이 벌어졌다. 다들 평소에 노래방에 돈푼이나 보태 주엇는지 수준급이었다.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단 그런대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오지 아니하고 중간지점에서 내렸다. 다른 사람들과 술자리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우리들은 12시가 넘도록 술잔을 나누었다. 나는 처음보는 사람들이었었는데 나를 제외한 그분들은 이미 모임을 가진 듯 하였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모임결성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었다. 고맙게도 나도 그 분들의 틈새에 자리잡게 해 주겠다는 말에 고마움을 느꼈다. 처음 만나는 분들이었지만 정겹고 마음이 따스했다. 이제 얼마지 않아 다른 삶을 살아야하는 나로서는 마음 든든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마음의 고향 영덕,
그리고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팔각산!
오늘 이렇게 또 하나의 계절이 자리바꿈을 하고 있었다. 살아가며 오늘처럼 즐거운 날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들과 산행을 즐기고 마음을 의지할 사람들을 만나 가슴속에 담겨진 생각을 털어 내어 보일 수 있는 날들이...지금 이 순간 그 낱낱의 추억들을 나의 기억이라는 일기장속에 영원히 기록해 두기로 해야겠다.
첫댓글 수준급 사진솜씨에 글내용은 산행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다들 홈피를 자주 찾는듯,,다른거 다 빼더라도 정말 부지런하게 사시네요~~
하산주 2차 하시고 잘 들어가셨는지요~~~눈에 서~~언합니다. 건조한 대지에 봄바람까지 합세해서 산불이 많이 났었드랬지요...좋은 글과 그림 잘 넣어갑니다...
감사드립니다. 어느 듯 봄이 왔다고 생각하였더니 무더위까지...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시길 빕니다.
선생님 소개를 보니 꼭 가보고 싶네요. 너무 아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