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단계 지붕선이
그리는 단아한 조형미
가파르게 경사진 대지에 집을 앉히기 위해 흙을 실어 날라야 했던 집.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부부의
소박한 노후 생활을 지켜 줄 곳이다.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지붕선을 다섯 단계로 만들었고,
또하나의 생활공간으로 부속사를 이어 붙였다. 산뜻한 외관에 자연미 넘치는 나무 기와...
무엇보다도 '튼튼한 집'으로서의 진가는 해를 거듭할수록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특징
소박하고 지루하지 않은 외부벽선 및 다섯 단계 지붕선이 그리는 단아한 조형미가 돋보이며 부속사와 본동을 브릿지로 연결하여 공간을 최대 확보하였다.
구성 -방 6개, 화장실 3개 (다락방 포함)
면적 -52평 (본동 1층 32평, 부속사 1층 20평)
처음 이곳에 집 지으려고 했을 때 나문자 씨 부부는 평범한 벽돌집을 생각했었다. 텃밭이 딸려 있고 앞뜰에 유실수를 심어 놓은 집... 그러나 부드럽고 따뜻하며 주변 경관과도 잘 어울리는 목조 주택이 노후의 은신처로 더 적당하다는 건축가 박형준 씨의 권유로 나무집을 짓게 되었다.
설계상 어려움은 역시 까다로운 건축 법규의 한계내에서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 내는 일이었다. 준농림지를 대지로 용도 변경해서 집을 지어야 하므로 여러 가지 행정 절차도 많았다. 대지가 가파르게 경사져 있어 집을 않히려면 부득이 흙과 돌로 경사면을 메워야 한다는 점도 좋지 않은 조건이었다. 이런 조건들을 충족시키려다 보니 자연히 일자형 주택이 되었다. 게다가 더 이상 크게 지을 수 없는 30평 규모의 집을 좀더 넓게 쓸 생각에 창고용 부속사를 이어 붙이다 보니 긴 형태가 되고 말았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단조로운 외관, 좀더 다채롭게 꾸미기 위해 지붕선으로 변화를 주었는데, 이는 어떤 다른 것보다도 이 집의 인상을 독특하게 결정지어 주는 포인트가 되고 있다.
산뜻한 외관만큼이나 돋보이는 것은 짜임새 있는 평면 구성이다. 현관에서부터 부속사까지 편안하게 왕래할 수 있게 하려면 집 안 한가운데로 동선이 가로지르게 되어 내부 면적의 낭비가 많아지게 된다. 해서 각 부분마다 쓸모 없이 공간이 남지 않게 알뜰하게 구획했고, 구석마다 옷장과 창고를 짜 넣었다. 지붕 밑 공간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다락방으로 만들어 가끔 음악을 들이며 쉴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꾸몄는데, 필요할 때만 당겨서 올라갈 수 있게 접이식 사다리 계단을 설치했다. 좁은 공간에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만들면 더 좁아지므로 접이식으로 설치한 것이다. 시원스럽게 공간감을 주는 높은 천장 아래 나무로 둘러싸인 실내, 따뜻하고 밝은 분위기는 텃밭에서 감자를 캐내며 환하게 웃는 주인 부부의 얼굴과 많이 닮아 있다.
(전원주택기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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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으로 창이 나 있는 침실 오르내리창을 양쪽으로 만들어 뒷산의 멋진 풍경이 한눈에 보인다. 몰딩으로 벽을 나눠 천장은 회벽으로, 벽은 벽지를 발라 마감했다. 두 가지 소재의 깔끔한 조화가 돋보이는 곳. |
▲밝은 분위기의 부엌 원목 소재의 싱크대를 놓고 개수대 위쪽으로 커다란 베이 윈도(Bay Window)를 만들어 놓아 북쪽이지만 밝고 환하다. 물이 튀는 곳이므로 비닐 소재 커튼을 달았다. |
▲부엌과 연결된 식당 부속사 쪽으로 마련한 식당은 부엌과 연결되어 있지만 짜임새 있는 평면 계획으로 독립된 공간처럼 아늑하다. 식당 뒤쪽의 나무 브리지를 통해 창고로 쓰는 부속사와 직접 연결된다. |
▲높은 천장으로 넓어보이는 거실 전체면적 30평의 작은 집이지만 높게 경사진 천장덕분에 시원스러운 공간감이 느껴진다. 벽난로 위 거울벽도 두 배로 넓어 보이는 시각적인 효과를 낸다. | |
눈에 띄는 외관상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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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에 포인트가 되는 벽등 하얀 색 프레임이 매력적인 벽등은 밤이면 지척을 구분할 수 없는 어두운 뜰을 밝히고, 외관을 돋보이게 하는 포인트가 되고 있다. |
▼처마에 만든 천창 거실 앞쪽의 데크에는 길게 처마가 드리워지는데, 채광 효과를 위해 천창을 여러 개 만들어 놓았다. 이곳을 통해 환한 햇살이 거실 깊숙이 들어온다. |
▼사이딩으로 마감한 외벽 회색 외벽은 2×4구조 위에 사이딩으로 마감한 것. 하얀색 창틀과 함께 산뜻한 외관을 만들고 있다. |
▼안채와 부속사를 연결하는 브리지 30평 규모의 안채와 그보다 조금 작은 부속사는 작은 브리지로 연결된다. 데크 위에 지붕을 얹어 외부로 나가지 않아도 왕래할 수 있다. |
안채와 부속사가 길게 일자형으로 연결된 형태의 외관, 대지가 앞쪽으로 심하게 기울어 있는 데다가, 지붕 처마선은 대지 경계선과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건축 법규상 앞쪽의 대지를 활용하려면 부득이 일자형으로 지어야 했다. 게다가 부속사를 지어야 준공이 나오는 준농림지이기 때문에 안채 옆으로 부속사를 붙여 짓느라 더 길어졌다. 부속사는 단순히 창고의 용도만이 아니라, 생활공간의 연장으로 활용하려고 안채와 똑같은 자재로 짓고 브리지로 연결했는데, 멀리서 보면 쌍둥이집 두 채가 나란히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섯 단계로 높낮이를 만든 지붕은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 이는 각 방마다 기능을 살리느라 천장의 높이를 달리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자칫 단조롭게 느껴지기 쉬운 일자형 외관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몇 겹으로 보이는 지붕과 하얀색 외벽으로 볼륨감이 느껴진다. 지붕에는 자연미가 두드러지는 적삼목기와를 얹었다. 지붕의 물매를 급하게 하면 기와가 잘 보이지만, 주위 환경에 비추어 볼 때 자연스럽지 않을 것 같아 완만하게 각도를 유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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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평 규모의 부속사 준농림지의 건축 법규상 창고로 쓸 수 있는 부속사를 짓지 않으면 안된다. 해서 안채와 똑같은 구조와 자재로 창고용 부속사를 만들어 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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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과 거실 앞의 데크 나무의 자연색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데크는 편안한 옥외 휴식 공간으로 부족함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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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물릴 수 있는 튼튼함이 생명이지요"
가파르게 경사진 대지와 유난히 까다로운 준농림지 건축 법규 때문에 고민을 했던 집. 남은 여생을 흙과 함께
보내겠다는 중년 부부의 소박한 은신처로 목조 주택이 제격이다 싶어 벽돌집을 원하는 주인을 설득하여 지은
집이다.
아름다운 외관도 물론 중요하지만, 하자 없이 오래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이야말로 주택의 생명 같은 것이기에
원리 원칙대로 '튼튼하게' 지었다. 기초와 토대, 주 기둥이 완벽하게 삼위일체가 되도록 정밀한 시공을 하였고,
각각의 부재는 연결 철물로 이어 강한 태풍이나 지진에도 끄떡없을 정도다.
안채나 부속사의 내부도 꼼꼼하게 설계했다.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을 편안하게 꾸미려고 방마다 붙박이장을
짜넣었고, 어쩌다 남은 자투리 공간도 살려 창고로 활용했다. 한정된 면적을 넓어 보이게 하는 수직 확장 설계,
높은 천장 밑에도 다락방을 만들어 아늑한 휴식처도 확보했다. 손이 많이 가지 않는 마감 처리도 신경을 쓴
부분. 자재와 공간에 걸맞는 마감이 돋보인다. 4개월 동안 공사하면서 시공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정도로
완벽을 기한 집. 대를 이어 내릴 만한 집이 아닐까?
(우먼센스 인테리어 무크 기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