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훈련 전문가 강형욱
강형욱 훈련사가 반려견 첼시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첼시의 등에 손을 얹거나 꼭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그러지 않았다. 이유는 명료했다. ?‘첼시가 싫어하니까.’ 사진 속 두 주인공은 각각 다른 곳을 바라보지만, 강 훈련사와 첼시 사이에는 공감과 믿음이 흐른다.
사람과 동물이 나누는 눈빛이 신비로웠다. 그들을 보니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사랑하고 아껴주며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혼인 서약은 반려견과도 지켜야 할 서약임을 알겠다. 반려견과 보호자의 행복한 삶이 가장 큰 기쁨이라는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씨를 만났다.
취재 김지민 리포터 sally0602@naeil.com 사진 전호성 참고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편집부가 독자에게 ...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씨를 만나고, 오래전에 읽은 책이 생각났습니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는 삶의 지혜와 힘의 원천인 ‘사랑’에 관한 책입니다. ‘나는 주인’ ‘애완견을 키운다’ ‘애완견을 데리고 산다’ ‘애완견이 있다’라는 사람 중심의 말입니다. 집에 있는 강아지를 평생의 가족으로 생각한다면 ‘나는 보호자’ ‘반려견과 함께 산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기사가 ‘예쁜강아지 한 마리만 갖고 싶은’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책임의 무거움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_김지민 리포터 |
“토요일 오후에 교육이 있어요. 그 때 오시겠어요?”
여러 강아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찾은 ‘보듬 반려견 행동 클리닉’. 기대를 안고 찾아간 강의실에는 강아지가 한 마리도 없었다. 강형욱 훈련사의 강의를
경청하는 어른들만 가득했다. “우리 집 아기는요…” 라며 여러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은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들. ‘강아지가 아니고 사람을 교육한다고?’
반려견 ?보호자
“저는 견주라는 말을 잘 쓰지 않습니다. 보호자라고 하지요. 개라는 말보다 강아지, 반려견이란 말을 쓰고요. 강아지를 장난감으로 느끼게 하는 애완견이란 말도 쓰지 않습니다. 단어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강아지를 대하는 마음과 태도가 달라지거든요.” 강 훈련사는 반려견과 보호자는 늘 동행하는 관계라며 “보호자가 강아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할수록 둘의 관계가 더 좋아진다”고 강조한다. 많은 보호자가 강아지를 혼내고 윽박지르며, 힘들게 하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이다. 한때는 강 훈련사 자신도 주도권을 잡기 위한 훈련을 한 적이 있었고 그때 느꼈던 자괴감을 잊지 못하는 것도 그가 보호자 교육에 더 많은 정성을 들이는 이유다.
보호자와 반려견의 행복을 함께 생각한다지만 그의 애정저울은 강아지에게 더 기운 듯했다.
“하하하, 맞아요. 저의 애정을 부등호로 표현하면 반려견?보호자입니다.”
함부로 다정하게, 격하게 공감하기
얼마 전 강 훈련사는 강아지 교육 관련 방송을 진행했다. 방송 콘셉트는 ‘문제 강아지’에게 필요한 해결책을 알려주는 것. 배변 실수, 식탐, 산만함 등 다양한 문제를 보이는
강아지들이 등장했다. 문제 강아지(?)들을 바라보는 보호자와 강 훈련사의 눈빛은 많이 달랐다. 보호자들이 ‘대략난감한 표정’이라면 강 훈련사는 거의 강아지에게 ‘빙의’한 것처럼 보였다. 눈빛과 표정, 손길에서 ‘네가 느끼는 어려움을 나에게도 알려주겠니? 내가 도와줄게’라는 그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강 훈련사는 보호자의 어려움도 충분히 공감했다. 그 공감만으로도 보호자의 표정은 한결 누그러지고 강 훈련사의 도움대로 강아지를 대하는 모습은 스튜디오에 들어설 때 잔뜩 긴장한 모습과는 사뭇달랐다. ‘공감’의 힘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문득 “내 강아지, 내 강아지” 하며 예뻐하지만 정작 아이와 얼마만큼 공감하고 있는가 하는 반성이 들었다. 강 훈련사가 강조하는 강아지 교육 철학은 ‘보호자는 화내지 않고, 강아지는 혼나지 않고, 기쁨을 보상으로 훈련’이다. 그의 교육 철학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어린 시절 나의 처세술
강 훈련사의 아버지는 강아지 파는 일을 하셨다. 어린 시절 강아지와의 추억은 갇혀 있다 팔려 나가는 강아지를 보는 것. 다행히(?) 아버지는 장사 수완이 없으셨단다. 사람
이 적합지 않으면 안 팔기도 하고 제대로 키우지 못하면 다시 데리고 오기도 하셨다고.
“아버지의 개들은 개가 아니었어요. 욕구 불만에 가득 찬, 불편함과 결핍을 느끼는 갇힌 생명체에 불과했죠.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강아지와 친구가 되고 싶어
중학교 3학년 때 반려견 훈련사가 되기로 했다. 좋은 훈련사가 되고 싶었고 훈련사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싶어 고등학교도 방송통신고등학교로 마쳤고 바로 군대부터 다녀왔다.
“지금은 그나마 사설 자격증이 있지만, 예전에는 주먹구구식으로 강아지 훈련법을 배웠어요. 어른들의 세계였고요.”
합숙 생활을 했던 훈련소에서 어리기 때문에 미숙하단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단다. “누구보다 빨리 일어나고, 늦게 자고, 할 수 있는 데까지 많은 시간을 강아지와 보냈어요.” 성실하게 일을 하니 나이가 훨씬 많은 어른 훈련사도 ‘넌 어리니까’라며 쉽게 대하지 않았다고.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았어도 외국에서 좋은 평가와 인정을 받고 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했던 건 어릴 때 깨우친 성실성이라는 나만의 처세술 덕분이었지요.”
훈련사, 사명감으로 하는 일
강 훈련사의 강의는 단순한 강아지 훈련법이 아니다. 심리학·교육학·생리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강아지의 마음과 몸, 보호자와의 관계를 설명한다.
‘반려견 훈련사가 되려면 저렇게 많은 공부를 해야 하나. 저런 것들은 어디서 배우지?’ 최고의 훈련사가 되고 싶은 마음에 궁금한 것이 생기면 혼자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했다고 한다. 궁금함은 또 다른 궁금증을 낳기에 점점 영역이 넓어 졌다고. 이론을 익히는 것과 이를 현실에 적용해 설명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인데 ‘좋은 훈련사’가 되기 위한 그의 노력이 새삼 놀라웠다.
하지만 많은 공부보다 훈련사가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은 공감 능력이라고 강 훈련사는 강조한다. 단순히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 “강아지 훈련사나 브리더(강아지를 키워서 판매하는 사람)는 직업을 넘어 사명감을 지녀야 하는 직업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넘어 보호자와 보호자의 반려견이 행복해하는 것을 즐겁게 여겨야 하지요.”
생명의 소중함 일깨워주세요
그는 너무 쉽게 강아지를 사고 버리는 세태가 몹시 염려스럽다. 너무 쉽게 한 생명을 돈으로 살 수 있게 되어버렸다는 것.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심신이 건강한 것처럼 강아지도 엄마의 보살핌을 받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랍니다. 화려한 애견 가게 장식장 속의 강아지들은 엄마의 돌봄을 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가 대부분입니다. 병에 걸릴 확률이 높고, 버려질 가능성도 같이 높아지는 거죠.”
그는 ‘개 공장’의 비참함을 얘기하며 마음 아파 했다. 누군가 애견 가게의 강아지 한 마리를 사면 개 공장의 개는 또 한 마리의 강아지를 강제로 낳아야 한다. 임신이 불가능해지면 폐기 처분을 당하고 또 다른 개가 그 역할을 맡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애견 가게에서 강아지를 사면 안 되는 이유다.
“전문적인 브리더를 통해 출생 과정이 확실하고 엄마의 사랑을 받은 강아지를 입양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긴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쉽지 않지요. 그래서 저는 유기견의 입양도 권유합니다.”
유기견 입양은 강아지의 몸뿐 아니라 성장과 상처를 모두 만나는 일이고, 그런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은 결코 강아지를 버리지 않는단다. 오히려 유기견 보호소에서 정성 들여 돌봤기 때문에 강아지에 관한 정보도 더 많이 알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런 작은 사랑이 강아지 공장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동력이 될 수 있다.
강 훈련사는 강아지를 사 달라 조르는 아이, 시험 성적의 조건으로 강아지를 내거는 아이에게 유기견 보호소의 봉사 활동을 권했다.
“부모와 함께 하면 더 좋고요. 유기견을 돌보며 생명의 소중함을 스스로 깨달아야 합니다.” 강아지가 생명을 다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함께하겠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때 반려견을 맞아도 늦지 않다고. 자신이 쓴 책 속의 한 구절로 그는 마지막 당부와 인사를 남겼다.
“반려견은 언제나 가족의 행복만을 바라며 산답니다. 부디 그 무엇도 아닌 그들의 가족이 되어주세요. 반려견과 사는 여러분 모두가 반려견과 오래도록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