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재~못제~갈령삼거리~형제봉~피앗재~대목리갈림길~대목리
○ 산 지 : 형제봉 (상주시 일원)
○ 일 시 : 2010년 12월 19일(일)
○ 날 씨 : 최저-3℃~최고4℃ /오전 맑음, 오후 흐림
○ 인 원 : 대전바위산장 종주대원 35명
○ 교 통 : 청림관광(대전↔화서↔비재/대목리)
○ 산행거리 : 약 14.5km
○ 소요시간 : 약 4시간40분(후미기준 / 후미 7시간10분)
○ 종주코스 / 구간거리 / 통과시간
비재→(2.4km)→못제→(1.4km)→갈령삼거리→(0.7km)→형제봉→(1.6km)
→피앗재→(5.6km)→대목리갈림길→(2.7km)→대목리(도화리)
○ 주요고도
비재(320m)→못제(655m)→갈령삼거리(726m)→형제봉(828m)→피앗재(580m)
○ 산행후기
2010년 경인년 백두대간 송년산행
십이지종산의 명산 속리산에 든다
우리땅 큰줄기를 걸어보고자 백두대간 종주의 꿈을 안고
올 겨울 지리산에 들 때가 엊그제 같은데
살같은 세월 속에 스물 두 번의 백두대간을 묻고
비재에서 다시 올해 백두대간 마지막 산행을 이어간다.
09:25, 비재(320m)
나는 새의 형국과 같다 하여 비(조)재, 비조령으로 불리기도 했다는 고개다
화북으로 가는 49번 지방도에서 분기한 도로로 사유림 임도라 한다.
도로는 눈이 채 녹지 않은 빙판길에 모래가 흩뿌려져 있다
도로 맞은편 철계단이 대간의 들머리다
산행의 첫 시작은 항상 어렵다.
비재에서부터 510봉까지 고도차는 200미터
20여분 정도 참나무 낙엽 길을 밟으며 가파른 된비알을 치고 오른다
며칠 전 한파가 몰아쳐 긴장을 많이 했는데,
오늘은 날이 많이 풀리고 바람도 잔잔하여 춥지 않다
등로에서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거친 호흡소리만 들리는 오름길
오름길과 달리 북사면 내림길은 눈이 채 녹지 않아 미끄럽다
510봉 내려서는 낙엽송길 나뭇가지엔 리본이 꽃을 피웠다
아이젠을 신을까 말까 하다 스틱을 찍어가며 그냥 진행한다
20여분 진행하니 바위지대다
680m봉 오름길, 전망이 좋은 봉에 올라 뒤돌아본다.
올라온 높이 만큼의 시야가 트이고 한 걸음의 깊이를 느낀다
봉황산과 구병산이 물결치며 삼형제봉으로 흐른다
건너편으로 두루봉(대궐터산)과 멀리 도장산도 삐죽 고개를 내밀며 병풍을 둘렀다.
희끗한 눈을 이고 사방을 두른 겨울산이 운치를 더한다
그 사이 산태극 산촌 마을 화남 억시기동네도 정겹게 다가온다
산과 산 사이 갈령에서 화북으로 통하는 49번 지방도를 끼고 있는 마을이다
10:35, 못제(655m)
백두대간상의 유일한 고원 습지라고 한다.
사방이 다 막혀있고 중앙부분이 약간 내려앉았는데 눈이 하얗게 덮여있다.
안내판에 후백제 견훤에 대한 전설이 전한다.
“옛날 견훤이 보은에 있는 삼년산성의 신라 황충장군과 싸울 때 매번 승리를 거두자
황충장군이 그 비밀을 알아내기 위하여 염탐꾼을 시켜 뒤를 밟은 결과
견훤이 기진맥진한 상태에서도 이곳 못제에서 목욕만 하면 힘이 솟구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황충장군은 견훤이 지렁이 자손임을 알고 지렁이는 소금물에는 약하다는 점을 이용하여
소금 삼백석을 풀게 하였다. 그리고 목욕을 하고 난 뒤 힘이 빠진 견훤을 쳐서 크게 이겼다”
또한 화북면 면지인 화동승람(化東勝覽)에는
“천봉(天峯)이 연립한 곳에 있는 못이니 정녕 이는 천작(天作)이요,
천수(天水)로 된 천지(天池)다. 꼭 커야만 되겠는가. 못이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신기한가.
조화의 공이로다”라 하였다
못제에서 10여분 진행하여 넓은 헬기장을 지나고
다시 20여분정도 암릉을 힘들게 오르내리니 널찍한 바위쉼터가 맞이한다
뒤돌아본 지나온 대간능선이 일렬로 열병하고 있다.
산들이 중첩되어 원근감을 더해주고 있다.
왼쪽으로 형제봉이 높이 치솟아있고
오른쪽 아래로 49번 지방도와 길건너 대궐터산도 여전하다.
11:25, 암봉에서 20여분정도 지나 내려서니 갈령삼거리.
오른쪽으로 능선을 타고 20분쯤 내려가면 갈령(443m)이다.
갈령은 칡덩쿨이 많다고 하여 붙여진 고개로
상주시 화북면과 화남면을 연결하는 49번 지방도가 지나는 고갯마루다
언젠가 삼복더위에 갈령에서 서재를 거쳐
도장산, 회란석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걸어본 적이 있었다
쉼터 의자와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갈령삼거리를 지나 형제봉으로 오르는 길은 제법 경사가 심한 편이다.
북쪽 능선이라 눈이 제법 쌓여 등로는 더욱 미끄럽다
선답자들이 러셀한 발자국을 따라 우회길을 따라 암릉을 오른다
11:45, 20여분을 가파르게 치달아 오르니 형제봉(828m)이다
대간길 오른쪽 암봉 위가 정상이다
조망은 일망무제, 막힘이 없다
속리산 연봉의 마루금이 막힘없이 틔었다
십이지종산 속리산의 풍모와 비경이 동공에 꽉 차게 들어온다
형제봉에서 바라보는 속리산의 경치는 아홉 개의 봉우리가 뚜렷하다고 한다
북으로 중후한 천황봉까지 대간의 능선이 꿈틀거리고
시계방향으로 도장산, 두리봉, 구병산으로 이어지는
충북알프스 능선이 산파를 넘나드는 듯 넘실거리고 있었다.
장관이다.
형제봉에서 동생바위를 지나 피앗재까지는 가파른 내림길이다
12:35, 피앗재에 내려선다
충북 보은 만수동과 경북 상주 상오리를 연결하는 고개
난을 피했던 곳이라 하여 피화치
피가 많다고 해서 피밭골>피밧골>피앗골로 불려지는 고개다.
기품이 있어 보이는 소나무가 고개를 감싸고 있었다.
먼저 온 대원들이 이미 점심을 들고 후참으로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향긋한 라면 국물이 고갯마루에 잔잔하게 퍼진다
동행한 대원들과 고갯마루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차렸다
남은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 후루룩 입에 털어 넣었다
잠시후 대장님이 인솔하는 후미팀들도 당도하여 자리를 잡는다
간재미무침, 총각김치, 컵라면, 과일, 김밥...
화려한 산상부페가 따로 없다
젓가락만 들고 기웃거리며 몇 점 얻어 먹었다.
대장님이 배냥 속에서 주섬주섬 막걸리를 꺼내 대간잔에 부어 돌린다
방하착님이 따라주는 구기자주도 한 모금 털어넣었다
은은하면서도 따뜻한 기운이 전신에 퍼진다
13:00, 한기를 느껴 후미팀 식사 도중 자리를 일어섰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쉼없이 오르내린다
눈길에 넘어지지 않으려고 바둥거리다보니 힘이 곱절로 든다
맑고 투명하지 않은 날씨지만 조망은 괜찮은 편이다
해발 600여m의 능선에서 꿈틀거리며 천왕봉 자락 품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천왕봉에 다가갈수록 기묘한 암봉과 골자락의 선경이 점입가경이다
헬기장을 지나 다시 봉우리 몇 개를 넘어서고,
산죽길 따라 전망 좋은 쉼터, 전망바위에 오른다
많은 대원들이 모여 전망과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피앗재 능선 자락이 암릉을 따라 사방으로 뻗어나간 경관이 눈길을 끈다
한동안 머물며 시릴 때까지 눈에 담았다
대목리갈림길까지 대간 끝물은 여전히 지루하고 힘겨운 길이다
바로 골따라 내려설 듯하면서도 다시 올라서는 등로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손을 뻗으면 천왕봉이 닿을듯한 봉우리에서 잠시 내려서니
15:35, 대목리 갈림길이다
대목리와 장각동을 연결하는 고갯길
천왕을 알현하려 오르는 가파른 나무계단이 시작하는 디딤고개
여기서 약 200여미터만 직코스로 오르면 천왕봉이다
왼쪽으로 한 시간 남짓 계곡을 따라 대목리로 내린다
바위 투성이 내리막길이다
낙엽이 쌓인 내리막 바윗길에 무릎과 발목에 부담이 가는 듯하다
기우뚱거리며 내려가다 보니 길이 넓어지고 도화리 1.1km 이정표가 서있다
바로 앞에 계곡을 건너는 나무다리도 있다
특용작물을 재배한다는 사유림 경고 표지와
옛날 무속인들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 더러 눈에 띈다
16:35, 충북 보은군 속리면 도화리
속세를 떠난 무릉도원이라는 뜻일게다
마을 이정석이 서 있고 대웅전만 있는 절집이 서 있다
천왕사라는 절인가보다.
화려한 절집에 비해 요사채는 귀틀집처럼 초라해보이고 장독대가 많이 들어서 있다
천왕봉의 머리 암봉이 흐린 오후 도화리를 나직이 내려다 보고 있었다
배낭을 인 채 하산주 두어 잔을 허한 마음에 붓는다
시원하고 개운한 맛은 없고 텁텁한 막걸리지만
환속을 자축하는 세레머니로 나름 의미를 부여해본다
20여분 뒤 후미가 합류한다.
곧바로 버스가 출발하고 잠시 열반에 들었다가
속리산 휴게소에 진입할 즈음 레드님이 깨우는 바람에 눈을 떴다
대전IC에 진입하여 송년모임 장소인 문화동 풍경으로 이동했다
19:30, 다소 늦은 시간이었지만 스물 예닐곱 대원이 송년모임에 참석하였다
풍경 2층 예약석엔 맛갈스런 음식들이 이미 셋팅되어 있고
전면엔 노래방기기까지 갖춰져 있엇다.
자리가 정해지고 메인 안주로 오리훈제가 올라온다
바위대장님이 송년인사를 하고, 사인검님이 건배제의를 한다
이어 테이블별로 올 한해 안산즐산한 종주산행을 기념하고 자축하는
건배제의로 홀은 활기가 넘친다
테이블을 순례하며 인사를 드리며 술을 권하고 대화를 나눴다.
선배, 후배, 동료 종주대원들의 이해와 도움이 아니었다면
이 자리에 함께 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김춘섭님이 취기와 취흥이 올랐는지 노래방 첫 노래로 뽕작을 구성지게 부른다.
이어 노래목록집을 돌리며 예약을 받아 예약번호가 모니터에 가득하다.
노래방기기 앞에는 박수와 함성과 춤과 노래로 분위기가 절정이다.
트로트와 발라드, 락과 풍류송(?), 막춤에 몸개그까지 레터토리도 다양하다.
밤 10시를 조금 넘겨 아내 호출이 있어 도망치듯 풍경을 빠져나왔다.
경인년 마지막 백두대간 산행
산행후기를 정리하다 만난 이광석의 '산에 가면'이라는 시가
추운 날씨만큼 시린 마음에 구구절절 마음에 와 닿는다
산에 가면 나도 산이 되고 싶다
평생 하산을 모르는 나무들 마음에
하룻밤 민박을 하고 싶다
넘침의 모자람도 없는 적막의 아랫목에 누워
조난 당한 바람들
시린 어깨 껴안아 주고 싶다
아직도 거처를 정하지 못한
이승의 고뇌 훌훌 벗어 던지고
오늘밤 나도 하산을 모르는 당신의 작은 산이 되고 싶다
"...넘침의 모자람도 없는 적막강산에 누워...
조난당한 바람 시린 어깨 껴안으며...
이승의 고뇌 벗고 하산을 모르는 당신의 산이 되고 싶다..."
산문에 들었으면 이 정도의 경지는 올라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