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2003.12.23(화) 14:42
2003년 개그계는 K2TV ‘개그콘서트’(개콘)가 꾸준히 인기를 누린 가운데 하반기에 MTV ‘코미디하우스’와 STV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가 약진했다. ‘개콘’은 평균 25% 이상의 높은 시청률로 시청자를 사로잡아 상대적으로 경쟁 방송사인 MBC와 SBS의 코미디 프로그램도 부활시켰다. 즉 올해 코미디 프로그램 중흥의 일등공신 노릇을 한 셈이다.
‘개콘’에서는 맏형인 박준형을 축으로 ‘옥동자’ 정종철이 든든한 받침목 구실을 한 가운데 ‘생활사투리’의 김시덕 이재훈, ‘댄서킴’ 김기수, ‘우비 삼남매’의 김다래 권진영, ‘도레미트리오’의 정형돈 김인석 등 신인들이 대거 부상해 인기몰이를 했다. 일명 ‘갈갈이 패밀리’의 인기는 대단해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큘라’ ‘마법경찰 갈갈이와 옥동자’라는 두 편의 영화를 찍기에 이르렀다.
하반기의 최대 화제는 오랜 무명생활을 보낸 정준하의 급부상이다. 그는 ‘코미디하우스’의 ‘노브레인 서바이버’ 코너에서 ‘편견을 버려’ ‘두번 죽이는 일이야’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최고 인기 개그맨으로 떠올랐다. 정준하의 인기는 바보 연기의 부활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사실상 지난해 ‘개콘’의 ‘봉숭아학당’ 코너의 심현섭 이후 바보 연기가 죽어 있었다. 정준하의 인기는 한때를 풍미했던 ‘영구’ 심형래, ‘맹구’ 이창훈 등이 보인 복고풍 개그에 대한 회귀로 볼 수 있다.
개그맨의 배우 겸업도 두드러졌다. 서경석은 군 복무를 마친 뒤 MTV 일일극 ‘백조의 호수’로 정극 연기에 도전했고, MC로 변신했던 이휘재와 이혁재는 K2TV 일일시트콤 ‘달려라 울엄마’에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MC에 주력해온 신동엽은 오랜만에 STV ‘신동엽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의 ‘웃자 웃자’ 코너에서 정통 개그연기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가장 눈에 띄는 신인으로는 ‘웃찾사’의 김늘메를 들 수 있다. 김늘메는 ‘이러는 거 아냐’ ‘뭐 대단한 사람 나왔다고’ 등을 히트시키며 ‘웃찾사’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K2TV ‘폭소클럽’이 정착한 것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미국에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개그 프로그램이 많지만 국내 지상파 방송에서는 이전까지 성인 대상 개그가 시도된 적이 없었다. 지난해 말에 시작한 ‘폭소클럽’은 올 들어 한때 15%의 시청률을 올리며 성인 대상 개그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알렸다.
집단 탈퇴 사건으로 시끄럽기도 했다. 연초에 ‘스타밸리’ 소속인 심현섭 박성호 강성범 이태식 이병진 김준호 김숙 등이 ‘개콘’을 집단 탈퇴해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다. 하반기에는 ‘갈갈이 패밀리’가 전 소속사인 ‘스마일 매니아’와 전격 결별했다. 정찬우 김태균 장성한의 ‘컬트 삼총사’는 해체한 뒤 정찬우와 김태균의 ‘컬투’로 재결합했다.
이길상기자 pac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