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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원문보기 글쓴이: 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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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 내산리 석불좌상/문화재청
소나무를 전각삼아 차가운 시멘트위 대좌에 계신 석불은 의성지역 대부분의 석불처럼 사암재질에 항마촉지의 수인, 지금까지 내가본 약합 중 가장 큰 밥사발 같은 약합을 들고 계신다.
소발에 큰 육계, 얼굴은 훼손이 심하며 안내문에 의하면 3차례 머리가 떨어져나가 다시 복원하였다 한다. 밟아도 밟아도 눌러도 눌러도 다시 일어서는 우리네 민초들의 삶만큼이나 억척스럽게 질기고 모질게 살아남은 석불이다.
약합으로 보아 약사여래불이 분명한 석불은, 두터운 옷을 입고,세련되지 않은 안계들판의 농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가진 것을 남에게 다 나누어 주려는 듯 큼직한 손이 돋보인다. 형태를 알수 없는 두눈으로 주위에 흩어진 석조부재, 불두를 잃은 불상을 가슴으로 아우르는 듯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삐뚤게 복원된 불두/2005.09.25
불단위에 경배를 올리는 나의 뒷모습을 지켜 보는 촌로는 참으로 무표정하여 감시당한 듯한 느낌이었는데, 답사를 끝내고 돌아서면서 할머니에게 인사를 여쭈었더니 듣지도 말을 할 수도 없는 장애인이었다.
순간 차갑게 냉정하게 느꼈던 촌로의 얼굴에 천진한 모습이 가득해 보인다. 말없는 석불에서 느낀 무표정의 모습, 그런 모습으로 잘가라고 손을 흔드는 이름 모르는 촌로가 나보다 못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얼마나 많은 답사를 해야 세상을 밝게 보고, 사람을 따뜻하게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을 지닐 수 있을런지...
2005.09.25
첫댓글 아, 또 눈이...의성 분들 반성 좀 합시다요. 근데 선과님, 군위에 소재한 절은 답사 하신 적 없으신가요? 언젠가 법주사를 본 것 같기도 하고요. 인각사는 워낙 유명한 곳이지만요. 제 고향이 군위 소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