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ite의 2004년 유럽 여행기_Wien

[skybluesky]

역시 날씨에 대한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
하늘은 나의 편이었다구~
빈 서역에 내리자 언제 그랬냐는듯 날씨는 말끔히 개었고
땅위에 마르지 않고 남은 물기만이 비가 왔었음을 알려주는듯 하였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오스트리아에서는
절대 민박을 하지 말라는 말을 너무도 많이 들어서
wombat(배둘레햄이란 분이 적극 추천하셨죠)에 트윈 룸을 미리 예약을 해뒀었다.
다행히 wombat은 서역과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아서
트렁크를 질질 끌면서 걸어가고 있었는데...

또다시 지도에 속는다..
여긴 파사우와 달라서 지도상으론 가까운데
실제상으론 너무 멀다..
이렇게 멀리까지 오는게 맞나 싶은게 조금 걱정도 되었지만
난 성격상 내가 당황하는 모습을 들키는걸 너무도 싫어하기에
아무렇지 않은듯, 모든걸 알고 있다는듯 행동하면서
자신있게 걸어갔다.

wombat홈피에서 봤던 그 거리 이름이 드디어 내눈에 포착되었고
난 들키지 않을 정도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골목으로 들어가서 좌회전을 하면 된댔는데
좌회전을 해도, 우회전을 해도
지도에서 본 그 거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쩔쩔매고 있는데 한 아저씨가 우리에게 다가와서는
유스호스텔 찾는거냐고 물으셨다.
우리같은 사람들을 이 지점에서 많이 봤나보다..
우리가 wombat을 찾는다고 했더니
자기가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그 아저씨는 월~금요일은 빈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빈에서 120km 떨어진
외곽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다고 하셨다. 빈이 살기엔 너무 비싸기 때문에...
wombat근처가 그리 좋은 동네는 아니지만(어딜가든 역근처는 좋지 않다..)
혼자 지내기엔 별 무리가 없다면서 여유있게 웃어보이신다..
그래도 가족과 떨어져 지내기가 힘들텐데...

아저씨는 wombat앞에까지 데려다 주셨고
여행 잘 하라며 손까지 흔들어주셨다.
빈에 대한 첫인상이 너무 좋아지고 있다..
wombat으로 들어갔더니
여긴 바깥과는 별개의 세상인듯 하다.
우선 다양한 언어가 들렸고, 어딘가 어수선하기는 했지만 
그 어수선함에 동화되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스태프들 역시 어수선하였다.
예약 확인을 하는데, 내 이름이 없다고 한다. 이 어수선한 것들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내일 트윈 룸으로 옮기기로 하고
그날은 4인실에서 지내기로 했다.
앙..빨래해서 널어둘려고 했는데 4인실에선 좀 힘들잖아...

파사우에서 샀던 빵을 조금 먹고 빈 시내로 걸어나갔다.
정말 멋도 모르고 계속 걸었다.
아직까지 소도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나보다.
10분이면 끝에서 끝까지 가는 그런 곳이 아닌데도 우린
마치 한 걸음이 10척이나 되는듯 착각하고 있었다.



- 주차장 상황판..전광판 숫자는 주차 가능한 자동차의 대수 -



- 삼성 휴대폰 광고물 -

정말 놀랐는데 저 휴대폰 모형이 빈 시내 중심가에 무지 많았다.
삼성의 인지도가 높긴 높나보다 생각했다.
작년에 프랑스에 갔을때도 노키아나 에릭슨보다 삼성 휴대폰이 더 많이 보여서
많이 놀랐었던 기억이 났다.
암튼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서 선전하고 있으니 좋은 일이지~~

언니와 나는 자연사 박물관이 있는곳까지 걸었다.
30분 이상 걸었던 것이다.
거기서부터는 링을 달리는 트램을 타기로 했다.
1A와 1B의 트램이었는데 서로 역방향으로 운행되는데
사실 어느것을 타나 별 상관은 없었다.
관광지의 대부분이 링 주변에 모여있었고
링을 한번 순환하는데는 30분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으니까...

우리의 첫번째 목적지는 오페라하우스였다.
하지만 여행책자에서 보던 오페라하우스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오페라가 할 만한 곳이 보이자 우리는 그냥 내리기로 했다.



- 오페라 하우스라 생각하고 내렸던 건물..사실은 박물관인가 그랬음 -

저건 오페라 하우스가 아닌데..
다시 트램을 탔다. 

사실 우리가 오페라 하우스를 알아보지 못했던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완전 머미였다.
빈 시내는 온통 공사중이었는데
국회 의사당, 오페라 하우스, 슈테판 성당, 그리고 다음날 갔던 쇤부른 궁전까지...
모.조.리.다. 
공.사.중.

에잇~~~



- 오페라 하우스는 공사중 -

오페라 하우스 옆으로 난 길이 케른트너 스트라세이다..
빈의 최고 중심가..
슈테판 성당이 있는 곳..
오페라 하우스에서 실망한걸 슈테판 성당에서 메꿔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걸어갔다..

난 케른트너 거리가 너무도 맘에 들었다.
보행자 전용도로여서 맘껏 활보할 수 있었고
길 양쪽에 늘어선 상점에서는 맛있는 초콜렛과 인형들이 진열되어 있어
그것들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였다.



- 인형가게 인형들...구매욕구를 억누르느라 무쟈게 힘들었다 -



- 방앗간을 그냥 지나쳐야 하는 참새의 고통을 나는 안다..저걸 그냥 두고 왔다 -



- 색깔이 이쁜 가게 -



- 오스트리아의 KFC..비에너 발트 -

케른트너 거리는 정말 재미난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여기저기 거리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고
야외 카페도 군데군데 자리잡고 있었다.





한참을 넋을 잃고 구경하는데 한 미국인이 말을 걸었다.
40대 중 후반의 아저씨였는데
이런 분위기 너무 좋지 않냐며 이야기를 꺼내셨다.
자기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왔으며
집을 팔고 여행을 왔다고 한다.
이 아저씨가 정신이 있나~~
아무리 여행이 좋고 유럽이 좋아도 집을 팔고 오시다니..
집이 여러챈대 그중에 하나를 팔았다는 건가??
여행 끝내고 어디서 살려고 저러시나 하고 내가 괜히 걱정되는데 
그 아저씨 표정에는 그런 걱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 슈테판 성당의 파사드 -





- 슈테판 성당도 공사중 -

드디어 슈테판 성당에 도달했다.
그 규모가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너무도 커서 사진 한장에 다 담지 못할 정도였는데
어떤 사람들은 길 한복판에 누워서 찍기도 하였다.



- 슈테판 성당 앞 광장 -

나와 언니는 성당에 들어갔는데
때마침 미사 집전중이었다.
작년에 몽생미셸에 갔을때도 미사중이었는데...
성당 잘 안나가는거 회개하라는 하느님의 계시인가..



- 성당의 내부 -

미사중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대로 성당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맨 뒷좌석 뒤로 철문이 쳐져 있었는데
미사에 참여할 사람에게는 철문을 열어주었고
아닌 사람은 철문 밖에 서서 두리번 거릴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미사가 거의 끝날 시점이어서
언니와 나는 뒷구석에서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철문이 열리자 앞 좌석에 앉아보았다.



앞좌석에 앉아 기도를 드리는데 어떤 아저씨가 악보를 나눠줬다. 
물론 나는 읽지도 못하는 악보였지만 기념품이라 생각하고 덥석 받아 챙겼다.
돈주고 사는 기념품 보다 이런게 더 가치있다는 생각에
성당이나 교회에 들어가면 주보란 주보는 다 챙겨나왔다..

성당 밖을 나와서 옷을 사러갔다.
빨래를 못해서 입을 옷이 없었다. 절박한 심정으로 zara, mango등
젊은이들 취향에 맞는 옷가게로 들어가 보았지만
사실 눈에 딱 들어오는게 없었다.
그리고 막상 옷을 집어들면 눈 앞에 유로지폐들이 
"날 버리지마, 후회할거야" 하는것 같아서
도로 내려놓고야 말았다.

다시 트램을 타고 시민 공원으로 갔다.







- 빈 시민의 휴식처인 시민공원, 날파리 무쟈게 많았다 -

하룻동안 너무나도 바쁘게 돌아다녀서인지 많이 피곤했다.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니었지만
우리는 일찍 숙소로 돌아가서 쉬기로 하였다.


-트램의 창틀에 이런 낙서가..어딜가나 사람 마음 다 똑같은가보다..-

숙소에 돌아오니 우리와 함께 방을 쓰는 여자애들도 들어와 있었다.
그녀들은 영국인이었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여행중이라고 하였다.
남들은 유스에서 만나서 금방 친구처럼 지내고 한다는데...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 언니와 나는 wombat에서 제공하는
free beverage coupon을 가지고 1층에 있는 미니바에 갔다.
동양 사람은 나와 언니뿐. 뻘줌함과 어색함을 이기지 못하고
맥주를 받아서 로비로 나와버렸다.
난 대인관계에 있어 용감하고 오픈마인디드한 사람이라 생각해왔지만 
그게 아니었나보다.. 이렇게 겁부터 내다니...
하지만 곧 나의 우울함을 달래줄 최고의 친구를 발견했다.
바로 컴퓨러~..
싸이에 들어가서 친구들이 무슨 말을 남겼을까 확인하고 싶었다.
돈을 넣고(10분에 1.5유론가..암튼 엄청 비쌌음) www.cy~~를 치고
한껏 기대에 부풀어서 엔터키를 쳤는데...
우아아아아아...한글 다 깨져서 나오질 않나,
속도는 달팽이가 거북이 업고 가는것만큼 느려터져갖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한멜 주소를 급하게 쳐넣고 엔터를 쳤다..
오른쪽 위에서 윈도우즈 사각 깃발은 움직이는데
다움 창이 뜨질 않는다...시간은 자꾸 흘러가는데..
제발 제발 좀....으랏차차차...힘내서 후딱 떠줘...
어어어어억..

퍽!!화면이 까맣게 변했다..
결국 10분동안 2000원 넘는돈 쓰고 하나도 못건졌다.
글을 쓰기는 커녕 읽지도 못하고..
친구들에게 오스트리아에서 글 남길수 있을거라고 얘기해뒀는데
걱정하는건 아닌지..

실망과 절망에 뒤범벅되어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 영국 아가씨들은 자기들끼리 의견 조율중이었다.
영국식 영어가 굉장히 듣기 좋았다.
예전에 영시 시간에 교수님께서 영국식 액센트로(영국 대학에서 공부하셨었다)
닥터 파우스투스를 암송해주셨는데 
그때 영국식 억양이 주는 리듬감과 운율이 참 매력적이란 생각을 했었다.
그녀들이 나누는 대화가 서로 시를 암송해주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너무 피곤해서일까..
나중엔 시가 아니라 자장가처럼 들렸다..
우리는 피곤에 찌들어 
금새 잠이 들고야 말았다.

	 					
	

[지중해 소년]

야, 생생하네. 동네가 참 아기자기해. 역시 작은 도시가 좋은 거 같아. 저 젤리는 죠셉도 무척 좋아하는 것인데.. 집을 팔고 온 사람이 있다니 정말 강적이군. 유럽에 가면 각국에서 온 강적들이 모이나봐. 직장 때려치는건 명함도 못내밀겠네.

[kristy]

요번 여행은 공사중인 건물과 한판 승부같어~~~저 알럽 피터~~사람 사는건 다 똑같은가봐~~~나라와 인종은 달라도 말이지~~

[Itsme]

생생한 여행기 잘 봤어요..작년에 슈테판 성당갔을때 누워서 사진찍던 사람들, 락카로 그림그리던 잘생긴 남정네들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항상 맘은 오픈되있는데 사람들과 어울리는것이 왜그리 어려웠는지...

[사츠키짱]

나역시 빈에서는 민박하는거 결사반대!!!! 내가 한번당해봤기땜에..... 사진이랑 여행기... 넘 잼나에여..................................

[skybluesky]

조셉님과 저의 공통점이 생겼네요..단걸 좋아한다는..슈니발때부터 알아봤져.ㅋㅋ..직장 때려치는건 아무것도 아님~~ 클스티 언니, 여기나 지구 반대편이나 다 똑같더라..사람 마음은..peter라는 애앞에선 말 못하고 창틀에다 긁적인거지..저렇게 쓰면서 가슴이 얼마나 아팠을까나~~ itsme님, 전 처음 인사드리네요..

[skybluesky]

전 작년에 빈에 가긴 했는데 기차가 연착되는 바람에 남역 밖을 나가보지도 못하고 역안에 있는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만 먹고 바로 베니스로 가는 야간기차를 탔어야 했어요..그래서 이번엔 빈을 2박 3일간 있었죠..빈 너무 좋아요..공사중이었지만~~사츠키짱언니, 빈의 민박이 그렇게 나쁜가요? 체육관서 매트리스 깔고

[skybluesky]

잔다는거 정말이에요? 제가 있었던 wombat은 시설은 깨끗하고 좋았어요..용기있고 사교성있는 사람이라면 외국 친구들 사귀기도 좋고..담에 가도 wombat갈거에요..

[눈송이]

빈하면 할말 많지요...ㅋㅋ원래 계획은 1박 2일인데..어찌하다 보니 빈에서 5일 있었거든요... 오페라 하우스 바로 옆에 스타벅스 있는데 거기 앉아서 여행때 만난 친구들이랑 커피 하나 시켜놓고 3시간동안 수다떨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 언니글 너무 재밌었요~ 쭈욱~ 부탁드려요

[사츠키짱]

예약안하고 빈에 첨 도착해서 역에서 만난 민박쥔 ... 그 이름도 유명한 "까치네"... 열라 짱나는 집이지...스프라잇은 정말 좋은곳에서 숙박해서 운좋았던겨~~~~~

[사츠키짱]

나도 빈에 다시한번 가고싶어... 클림트 그림보러~~~~

[skybluesky]

사츠키짱 언니..까치네의 악명은 여매에서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언니가 그 희생자중 하나였군요..다음번에 클림트 보러 벨베데레 갔던 내용 쓸건뎅..송이송이 눈송이야~ 빈에서 5일이나??? 난 이번에 뮌헨에서 5일 있었지..난 빈에서 비포 선 라이즈를 기대했는데 허탕쳐서 아쉬웠어..

[joo-joo]

빈,,,갈려다 스케쥴이 넘 빡빡해서 뺐는데 님글로 간접경험만 하네요,,,^^

[공감이]

성당내부가 화려하고 참 멋지네요... 여행기도 잼나고... 사진 정말 잘 찍으시네여~~부러워요~

[미쳐]

나두 나중에 애들 다 키워서 시집장가보내구 나서 집팔아서 와이프랑 배낭여행을 갈까 생각하구 있었는데...ㅋㅋㅋㅋ....오늘도 사진이 멋찌군...성당 내부사진은 환상이걸...오!!!!!!!!!!

[skybluesky]

joo-joo님, 간접경험 말구, 꼭 직접 가보세요..내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듣는게 제일이죠~~공감이님, 슈테판 성당 정말 멋지죠?? 미쳐오빠, 집 비싸게 팔아서 꼭 배낭여행 가길..난 세계일주 크루즈 여행 할고에용~

[모치다 카오리]

아마집이 여러개여서 팔고온거겟죠? 아니면 개집팔고왔을지도..=ㅛ= (안웃기다..-_-) 아 정말 좋다..재밋게봤씁니다~미인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