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전문 다큐사진가 박병문 개인전 <폐광>
'시간이 멈춘 아버지의 기억들'
0, 일 시 : 2020.10.08(목)~10.17(토)
0, 장 소 : 갤러리 브레송(서울 중구 퇴계로 163)
검은 땅의 역사는 다져진다.
광차에서 비롯된 아버지의 기억은
폐광에도 광차에도 스치고 있다.
손잡이가 닳도록 기름칠을 하셨다.
구순의 아버지와 폐광 현장의 광차도
그 세월만큼이나 눅진하다.
검은 공간에 검은 역사가 흐른다.
태백은 지상으로부터 해발 700 고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일반 도시들하고는 다른 기후로 인해 농업이 활성화되기 힘든 자연조건이었다. 1932년 탄광산업이 출발하게 되면서 광산이 주요 생계수단이 되었고 번성기를 지나 사양길에서 점점 폐광을 맞고 있다. 거대한 태백산을 휘감은 바람이 검은 땅 검은 기슭에 둥지를 틀었다. 삐걱거리며 덜컹거렸던 광차는 숨죽인 바람으로 아버지의 발길따라 갱도를 수없이 드나들었을 것이다. 무색한 시간은 막다른 끝에서 정적을 품은 채 숨을 고르다 묵직하게 눌러 앉았다. 여기저기 막무가내로 널브러진 쇳덩이들은 주소 잃은 우편물마냥 여기저기 널려있다.
광부의 애간장이 입김 속으로 녹아들고 동토 속 겨울의 검은 세상으로 뱉어지며 타는 속을 렌즈 속에 담았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검은 공간 속에 삐걱거렸던 광차의 메아리가 머릿속을 헤매고 분주함을 입증이라도 하듯 고드름이 터주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두운 갱구에 맑은 공기를 불어 넣으면 광부의 체온에 달구어진 열기는 차가운 겨울 속에서 하얀 구름으로 뱉어진다.
광부의 발길이 북적거리고 탄을 가득 실은 광차들이 분주하였던 갱구는 차가운 바람이 광차의 외부를 다그친다. 수십 년 동안 채탄했던 그곳에 수없이 일어난 막장사고는 많은 광부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요동을 멈춘 갱구는 억장이 무너지는 사고들을 기억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검은 빛으로 열을 발산하던 폐광은 곰팡이가 터를 잡았고, 금위환향을 꿈꾸며 타는 속의 열기를 물로 채웠던 현장은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품은 채 고인이 된 광부들의 넋이 또 다른 형태로 공존하는 건 아닐까? 축축하던 어둠 속은 스스로를 위로하고 주인이 떠나간 어두운 폐광은 수통의 폭발로 위험을 주던 지하수가 서서히 채워지면서 광부들의 기억까지도 희석되어 가고 있다.
영글어진 균생(菌生)사이로 폐광의 분위기는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뜨거운 열기의 공간은 낯선 공기로 바뀌었고 검은 구석의 빈틈엔 어둠 만이 기다리고 있다. 숨 소리와 발걸음이 소음이 되는 공간으로 변한 폐광엔 무거운 침묵 만 남아있다. 번성했던 검은 땀과 막장사고의 검은 영혼들, 그리고 뜨거웠던 입김과 냉철했던 공기들은 광부들의 호흡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세월의 두께 만큼이나 습한 공기와 어두운 민낯을 익힌 곰팡이위에 얽힌 검은 영혼의 수다가 바람을 그리워했을 것이다. 그 간절함을 찾기 위한 발걸음으로 검은 폐광 안은 카메라의 셔터소리 만 들릴 뿐이다.
멈춘 광차에 녹이 쓸고 차가운 바람이 스쳐간 그 곳에 농후한 세월 속 아버지의 푸근한 미소가 보인다. 손잡이가 닳도록 광차에 기름을 바르고 분진을 헤치며 채탄 뿐만 아니라 막장 붕괴 사고에서 죽은 동료를 싣고 빛을 향해 달렸을 것이다. 옹골진 세월을 견딘 아버지의 손을 잡고 폐광의 잔해 사이를 회상의 걸음으로 걸었다. 흰머리가 햇살에 부딛혀 바람에 날리는 순간도 아버지의 시선은 광차를 향했다. 많은 사건이 광차에 얽히고 그것이 아버지의 생애가 되었던 것이다. 탄벽의 검은 땀방울로 가정을 지키셨고, 무던한 광차 속에 평생을 보내신 아버지. 갱차에 그리다 새겨 둔 채탄의 흔적들은 아버지의 세월과 동행하고 있다. 석양이 지듯 조용히 역사를 남기는 폐광의 언저리는 따스함으로 기억될 것이다.
<박병문 사진가 약 력 및 경 력>
1. 약 력
- 강원 태백 출생
- 강원관광대학교 산업경영학과
- 온빛 다큐멘터리 회원
- 비주류 사진관 회원
2. 수상경력
- 2010년 제24회 강원도 사진대전 대상 수상
- 2013년 제1회 최민식 사진상 특별상 대상 수상
- 2016년 제6회 온빛 타큐멘타리 사진가상 수상
3, 개인전 ( 광부프로젝트 7 )
- 2014년 “아버지는 광부였다” 개인전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6관 7월23일 ~ 7월29일)
- 2015년 “검은 땅 우금(于今)에 서다” 기획전 및 개인전
(서울 갤러리 브레송 10월23일 ~ 10월31일)
- 2016년 “아버지의 그늘” 개인전
(서울 갤러리 브레송 05월06일 ~ 05월20일)
- 2017년 “선탄부” 개인전
(서울 갤러리 브레송 05월19일 ~ 05월28일)
- 2018년 “검은 땅 막장 탄부들”
(전주 갤러리 파인 09월08일 ~ 10월31일)
- 2020년 “폐광” 개인전
(서울 갤러리 브레송 10월05일 ~ 10월14일)
4, 기획.초대전
- 2015년 “아버지는 광부였다” 초대전
(전주 서학아트스페이스 11월26일 ~12월09일까지)
- 2016년 “아버지는 광부였다” 아시아 포토포럼 초대전
(창원 창동갤러리 03월10일 ~03월31일까지)
- 2017년 “아버지의 삶” 초대전
(서울 류가헌 01월10일 ~ 01월22일)
- 2017년 “선탄부 - 여자광부” 초대전
(전주 서학아트스페이스 06월03일 ~06월21일까지)
- 2018년 “선탄부” 초대전
(대구 예술상회 토마갤러리 01월12일 ~02월04일까지)
- 2018년 "검은땅, 검은물, 검은얼굴" 기획초대전
( 포항 아트갤러리 빛 05월01일 ~06월17일까지)
- 2018년 "선탄부" 기획초대전
( 예천 대심정미소 갤러리 12월15일 ~19년01월17일까지)
- 2019년 "검은땅, 검은땀, 검은얼굴" 초대전
( 부산 가톨릭문화센타 대청갤러리 06월24일 ~07월31일까지)
- 2019년 “검은 땅 우금(于今)에 서다” 초대전
(황간역 갤러리 09월01일 ~ 09월30일)
5, 단체전
- 2014년 대한민국 국회초대전 “웅비하는 대한민국 그러게 말이다”
(02.12~02.21 국회의원회관 신관로비 초대전)
- 2014년 “제5차 중국연변 국제사진문화 주간” 초대전
(연변 국제 컨벤션 전시 센터)
- 2014년 “2014대한민국 국제포토페스티벌” 초대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 미술관 10월08일~10월15일까지) 등 수회
6, 저 서
- 2014년 “아버지는 광부였다” 사진집 - 하얀나무출판사
- 2015년 “검은 땅 우금(于今)에 서다” 사진집 - 눈빛출판사
- 2016년 “아버지의 그늘” 사진집 - 눈빛출판사
- 2017년 “선탄부” 사진집 - 눈빛출판사
- 2018년 “검은 땅 막장 탄부들” 사진집 - 유비컴출판사
- 2020년 “폐광” 사진집 - 눈빛출판사
7, 신문사 연재
- 한겨레신문(사진마을) : 2015,05,15,~ 2016,09,11일까지
(68회 연재) http://photovil.hani.co.kr/?
mid=photographer&category=424202
8, 방송출연
- KBS1 2016년 01월09일 황금연못 중
“사랑합니다 - 당신의 세월”편
- KBS1 2018년 04월21일 다큐공감 출연
“아버지는 광부였다”편
- MBC 2018년 8월21일 생방송 강원365 중
“여자광부이야기 선탄부”편
- MBC 2019년 8월07일 생방송 7번국도, 강원365 에서
“검은 땅, 검은 땀, 검은 얼굴”편
- MBC 전국시대 2회 출연
- KBS. MBC. JTBC 지방뉴스에 방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