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특수직 연금을 우려한다
국회보건복지위에서 국민연금개혁안이 통과됐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를 바꿔 ‘더 내고 덜 받게’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본회의에서 통과된다면 연금가입자들은 매년 0.39%씩 올려 2018년까지 총 12.9%까지 보험료를 올려내고 받는 돈은 현행 60%에서 50%로 낮춰 받게 된다. 정부당국의 방안 그대로이다. 이런 계산으로 보면 연금고갈이 20년 정도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국민연금제도가 한국인의 노후소득보장의 핵심수단이라는 중요성을 깊이 고민하지 않은 채 재정고갈시기를 늦추는데 급급했다.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전국민 가입을 선전하고 있지만, 5백만 명의 국민들이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고, 10만원 내외의 연금수급자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노후소득 보장의 제 기능을 담당하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빈곤층의 노후소득보장이 이렇게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중산층인 공무원, 교원, 군인 등 특수직 연금의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들의 세금을 수조 원씩 메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민연금가입자 중 퇴직자, 비정규직, 자영업자들이 가입돼있는 지역가입자들에 대한 부과기준이 비현실적이어서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된 지 오래됐는데도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후소득보장의 핵심제도인 국민연금제도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첫째,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 간의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해 지역가입자의 부과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하며 소득파악 비율을 현 30% 수준에서 70~80%까지 올려야 한다. 둘째 특수직 연금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일반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해결해주는 것은 조세정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소득재분배 기능에도 역행된다. 자체적인 해결방안, 즉 운용수익율을 높이거나 부담률을 올리고 국민연금 지급기준과 같게 만드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물론 퇴직금이 없고 독자적인 재정운영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재정당국의 통화운용의 희생물이었다는 점, 군인의 경우 남북분단이라는 특수상황 등을 감안해 부담과 지급기준에서 하후상박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도 국민들의 노후소득보장제도인 특수직을 포함한 국민연금이 제 역할을 온전히 해나갈려면 사각지대를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를 제외한 저소득층에게 최소 10만 원 이상의 노후소득을 제공해 고령화사회의 노후안전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 보험료를 더 걷고 덜 받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150조를 넘어선 국민연금과 특수직 연금의 재정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하는가 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재정당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이용당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을 뿐 아니라 지금도 경제부처에서 정책실패의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기금운용이 필요하다. 최근에 기금수익률이 약간 높아졌지만, 운용의 자율성과 책임을 확실하게 하면 더 높은 수익률도 나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의 노후소득보장은 국민경제의 안정적 성장 없이는 가능하지 않고, 젊은 세대의 노동력이 확보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런 기본토대를 튼튼히 해가는 작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한, 어떤 노후소득보장도 탁상공론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려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각 가정마다 3~4명씩 자녀를 낳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내는 과제해결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