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중원군에 청풍이라는 고장이 있습니다.
아주 산골 마을이랍니다
굽이굽이 구절양장 산자락을 따라 난 비포장도로를 돌아 마을마을 연결이 됩니다
그 산자락 길을 돌아 급히 꺾이는 지점 밑자락에 200평도 못되는 아주 작은 논이 매달리 듯 붙어 있었는데, 그 땅이 꽤나 돈을 벌어주는 금싸라기 효자노릇을 했답니다.
일년이면 수차례씩 심심찮게 그 길을 돌다가 급히 핸들을 꺾지 못한 차들이 그
논자락으로 떨어져 내려 앉았고, 그때마다 미안하다면서 논 주인에게 보상금조로 얼마씩 주고가는 돈이 짭잘한 거였답니다.
당시 논 한마지기에 쌀 두가마도 제대로 안나오는 데 거기서 받아들이는 돈이 논 몇마지기 농사보다 솔찬히 괜찮아서 톡톡히 효자노릇을 하는 땅이었답니다.
'어 오늘은 차 좀 안내려앉나!' 하는 게 그 주인 영감의 입버릇이었답니다.
질투가 난 다른 영감이 배로 값을 줄 테니 팔라고 하는 데도
죽어도 그 땅만은 안판다고 하더랍니다.
헌데 그 영감님이 갈수록 꾀가나서
'' 이 사람아 눈을 어따두고 운전을 하길래 남의 피땀흘려 짓는 일년 농사를 망쳐놓느냐'' 고 은근히 꾸짖으면서 보상금을 올려 받았답니다.
큰 차는 더받고
작은 차는 덜받고~~
이를테면 차종따라 배기량따라
구분해서 보상금을 책정하여 부과 징수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망가뜨려진 그 논의 농작물은 하루를 넘기지 않고 잽싸게 원상복구하여 놓고
다음 손님 (?)을 기다렸답니다.
금싸라기 땅은 서울에만 있는게 아닌가 봅니다.
가렴주구 지방토호 고질적 세리 (稅吏)가 달리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상술은 장사꾼에게만 있는게 아닙니다
농사꾼 우습게 알다 큰코 다칩니다.
이 이야기는 사실로서
건축업을 하던 제 친구가 그 곳에서 일년여간 살다와서 들려준 팩트입니다.
좀 재밌으라고 보태긴 했지만
줄거리는 실화입니다.
이제 세월이 가
그 영감님도 돌아가셨을 거고
그 위험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겠지요
오늘 삼월의 첫 날
메마른 대지를 촉촉히 적셔오는
봄을 재촉하는 비가
오늘처럼 주루룩 내리는 때면
꼭 생각나는 이야기 이고
전에도 여러군데 올린 바 있습니다.
고향집 뜨락에 언제인지 모르게
난초 싹이 흙우산을 뒤집어쓴 채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아, 코로나 넘고
화창한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