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곁순 치기 / 120605
며칠 전부터 새벽 일찍 농장에 나가 일을 거들었다.
출근하기 전에 두세 시간 도와주는 것이 고작이지만
‘농번기에는 부지깽이도 일을 거들어야 할 정도로 바쁘다’는 속담처럼
농사일이 고되어 밤마다 앓는 소리를 하는 남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어설프지만 열심히 거들고 있다.
오늘은 5월 10일 경에 심은 고추밭에 나가 고추 곁순 치기를 했다.
고추 모종을 심고 나면 하루가 다르게 대궁에 새순이 나면서 쑥쑥 자란다.
꼭대기 부분에 첫 가지가 생긴 이후, 아래 잎의 층층에는 곁순이 자라게 되는데
이것을 고추 곁순이라고 하며 일찍 따 주는 게 좋다고 한다.
곁순을 제거하지 않으면 영양이 분배되어 성장이 더디다고 한다.
처음으로 열리는 고추도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일손이 미치지 않아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그냥 둔다고 한다.
곁순 치는 방법은 방아다리, 즉 Y자로 뻗은 가지 아래에 있는 순을 모두 따면 되는데
원가지에 상처가 가지 않도록 조심해서 잘 따 줘야 한다.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 곁가지나 곁순이 희생되는 것을 보면서
식물의 한살이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하며 앉았다 섰다하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다보니
허리도 아프고 다리고 많이 아팠지만
새벽 공기를 가르며 들려오는 청아한 뻐꾸기 소리가 모든 시름을 달래주었다.
이렇게 한 줄의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고 행복이다.
↑ 곁순 치기 전의 모습
↑ 곁순 친 후의 모습
곁순은 고추 나물이라고도 하며 비타민이 많아 살짝 데쳐서
나물로 조물조물 무쳐 먹으면 맛이 좋은데 마음이 바빠서 밭고랑에 그냥 버렸네요.
저 사래 긴 고추 밭의 곁순을 언제 다 딸까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