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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랑사랑 봉우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일향
제 16장,
민기는 성란의 태도에 놀라면서 성란을 가만히 자신의 가슴에서 떼어 놓는다.
“성란아!
넌 뭔가를 착각하고 있는 거야!
그것은 사랑이 아니고 집착일 거야.
생각을 해보자.
우리가 어려서 같은 동네 이웃에 살고 함께 놀기는 했지만 우린 어려서 그대로 헤어져 단 한 번도 만나지를 않고 있었어!.“
차성란은 말을 하고 있는 민기의 얼굴을 바라본다.
“난 단 한 번도 너를 기억해 낸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오빠!
어려서 나하고 약속하지 않았던가요?
우리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던 것을 잊었어요?“
“응? 뭔데?”
“내가 오빠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했을 때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그런 일이 있었어?
내가 뭐라고 했는데?“
민기는 아직도 소녀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성란의 모습이 귀엽다는 생각을 한다.
“오빠!
난 지금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아니,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어요.
오빤 분명히 내 남편이 되어 준다고 했어요.
나하고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했던 말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어요.“
“성란아!
그것은 철없던 때의 지나가는 말이었을 거다.“
“아뇨!
그때 난 이미 오빠의 여자로 살겠다고 맹세를 했어요.
오빠는 이미 내 남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동안 부모님을 따라서 각국으로 돌아다니면서 살고 있는 동안 내 외로움이 얼마나 컸는지 아세요?
어느 학교엘 가도 친구들과 정이 들기도 전에 우린 다시 아빠의 다음 임지로 이사를 가야만 했어요.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내가 어떻게 이겨냈는지 아세요?
내 마음속에 오빠가 없었다면 오빠와의 그런 약속이 없었다면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마약도 하고 담배도 피고 술도 마시면서 내 인생을 망가뜨렸을지도 몰라요.
허지만, 난 오빠와의 그 약속을 생각하면서 모든 것을 이겨냈어요.“
성란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든다.
지난 세월 어렵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다시 성란의 마음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오빠의 결혼소식을 듣고 내 마음이 어땠을 것 같아요?
온 세상이 무너지는 내 삶 전체가 허물어져 버리는 그런 느낌이라고 하면 알까요?
내가 이렇게 늦게 오빠에게 나타난 것은 그때 약을 먹었던 것이 잘못 되어서 치료를 해야만 했기 때문이에요.
수면제를 한꺼번에 다 먹어버렸지요.
잠에서 깨어나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에......“
“.................”
“그리고 고생을 많이 했지요.
오빠를 잊으려고 내 마음에서 오빠를 몰아내려고 힘든 세월을 보내야만 했어요.
부모님이 귀국을 하실 때 난 그대로 호주에 머물러 있었어요.
한국으로 돌아와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거든요.“
차성란은 힘들게 말을 이어간다.
민기는 처음으로 성란의 말을 들으면서 성란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 진다.
아무것도 모르는 성안의 공주 같았던 성란의 모습이었다.
고통과 고민을 모르고 아무런 부러움이 없이 살아온 성란의 모습에서 그런 번민과 고통이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민기는 성란의 그런 마음을 알지 못하였던 것이다.
“오빠!
내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때 얼마나 큰 희망에 부풀어 있었는지 아세요?
분명히 오빠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라고 내 마음대로 기대를 걸었어요.
허지만.......
그러나 난 결코 오빠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성란아!
미안하다.
허지만 난 어려서 그런 약속들을 생각하면서 살 정도로 그렇게 여유롭지 못했다.
내 어머니를 위해서 나만을 바라보시고 계신 내 어머니를 위해서 난 내 자신을 억제하면서 살아와야만 했다.
그러나 아마 너와 내가 함께 성장을 했다고 해도 난 아마 너를 사랑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죠?
오빠는 어려서 나를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늘 말하지 않았던가요?“
“그건 어린아이의 생각 없는 말이었지.
늘 너와 함께 있으니까....네가 없으면 심심하니까.......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몰랐을 때니까!“
“오빠!
오빠의 깊은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것을 끄집어 내 보세요.
그곳엔 분명히 이 차성란이 자리를 잡고 있을 겁니다.“
“..................”
“오빠는 나를 사랑하게 될 거예요.”
“성란아!
나도 노력해 볼게!
그러나 그것이 언제가 될지......
또는 그런 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민기는 말을 하면서도 그 자신의 말에 자신이 없었다.
성란이 다가올수록 자꾸만 뒤로 물러서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던 것이다.
강민기는 별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곳에서 어머니와 성란이가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지 마음이 불안해져 온다.
허나, 이번에는 결코 아무런 생각 없이 그런 결혼을 하지 않을 생각인 것이다.
이제 자신도 어머니의 뜻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나이는 지나 있었다.
게다가 이제는 어머니를 위한 삶을 살기보다는 진정한 자신의 삶을 찾고 싶은 민기였다.
어머니 역시 이러한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의 어머니였으면 차성란이 나타나고 얼마 되지 않을 때 결혼을 성사시키려고 하셨을 것이었다.
허나 지금 어머닌 성란에 대한 칭송을 하고는 있지만 굳이 결혼 이야기는 하지 않고 계신 것으로 보아 이제는 자신의 결혼에 대해서 아무런 말씀을 하지 않으시겠다는 생각이다.
“어디들 다녀오니?”
“어머니!
편히 주무셨어요?“
”그래!
한숨 자고 나서 그런지 머리도 개운하고 몸도 가볍다.
정말 이곳에 오기를 잘 한 것만 같구나!“
“어머니!
제가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 오빠하고 얘기도 하시고 시간을 보내세요.“
성란은 주방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성란아!
여기까지 와서 굳이 저녁을 할 필요가 어디 있어?
그러지 말고 어머니 모시고 드라이브도 할 겸 근사한 곳에 가서 맛있는 것 먹고 오자!“
강민기는 성란에게 수고를 하게 내버려 둘 수가 없다.
“그래!
성란아!
우리 그렇게 하자!“
홍지연 회장의 입가에 웃음이 맴돈다.
아들의 마음이 이제 조금씩 성란을 배려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다음날 민기는 이른 아침을 먹고 서울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어머니!
일찍 올라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왜?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생겼니?“
“아닙니다.
아무래도 사장 취임을 하고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데 오래 자리를 비우면 마음이 불안해서 그럽니다.“
“아무리 그래도 함께 있다 점심이라도 먹고 가야지.”
“이미 비행기표도 예매를 했습니다.
제가 이곳에 몇 시간 더 있어보아야 달라질 것이 뭐가 있습니까?
그리고 돌아가서 급히 처리해야만 할 일도 있고요.“
“그렇다면 더 이상 이 어미가 잡을 수는 없구나!몇 시 비행기냐?”
“어머니!
어머니께서 이곳에 계시는 동안 두어 번 더 내려와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동안 계획하였던 호텔 신축도 이제는 생각해 봐야 할 것이고 또 홍보 사진도 이곳을 배경으로 찍을 계획입니다.
그러니 마음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그래!
이제 나야 호텔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쉬는 일만 남았으니 내 걱정은 하지 마라.
그리고 내 부탁인데 가끔씩이라도 성란이에게 전화라도 해 주면 안 되겠니?“
홍지연은 아들에게 간곡한 부탁을 한다.
“네!
시간이 나는 대로 전화를 하겠습니다.“
“고맙다.”
강민기는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서 별장을 나선다.
“오빠!
너무 일에 묻혀 끼니를 거르지 마세요.“
“고마워!
어머니를 부탁한다.“
강민기는 성란의 어깨를 가볍게 안아준다.
민기가 떠나고 나자 차성란은 따뜻한 차와 과일을 준비해서 홍지연 회장과 마주 앉는다.
“성란아!
민기하고 얘기를 해 봤니?“
“네!
오빠는 아직 마음을 열 생각을 하지 않아요.“
“아마 그럴 거다.
처음 결혼에 실패한 이후로는 더 그런 것 같구나!“
“그것이 오히려 오빠의 매력인 것 같아요.
아무리 그래도 오빠는 나를 사랑하고 말 것이거든요.“
“내가 아무런 도움이 되어 주지를 못해서 미안하구나!
사실 처음 결혼은 말 그대로 정략결혼이었다고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호텔을 좀 더 크게 성장을 시키고 싶었고 그쪽 또한 많은 우리하고의 혼담에서 많은 것을 챙기려고 계산을 하고 있었단다.
요즘 세상에 정략결혼이 어디 있느냐고 한다마는 사업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식들의 결혼에 정략적인 것들이 상당부분 차지한다고 봐야지.“
홍지연 회장은 민기를 바라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온다.
하나뿐인 자식이었다.
누구보다 행복하고 순탄하게 살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던 아들의 결혼생활이었다.
“오빠가 반대를 하지 않고 순순하게 받아들였어요?”
“그랬지!
그때는 내 말이라면 무엇이든 아무런 의견도 말하지 않고 다 받아들였으니까!
결혼은 급속히 이루어졌었다.
만나고 나서 두 달이 조금 지나서 결혼식을 했지.
두 아이들 모두 외국에서 아직 공부가 끝나지 않았으니까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양쪽 집안의 부모들이었어.
이미 그 아이에게 남자가 있다는 것을 그쪽에서 알고 부지런히 서둘러 결혼을 시킨 것이다.
아마 결혼을 하고 나서 우리 민기가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더라.
다행히 혼인신고를 하기 전이라서 두 사람의 합의가 이루어지고 각자 돌아서는 것으로 결말이 났지만 참으로 어이없고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오빠가 많을 상처를 받았나 봐요.“
“물론 많은 상처를 입었겠지.
그래서 이제는 내가 민기의 결혼에 개입을 하지 않으려 한다.
이제는 자신 스스로 선택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록 난 민기의 뜻을 따르려 하고 있단다.
그러니까 네가 민기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급하기는 하지만 너무 조르지는 마라.“
“네, 어머니!
오빠가 이제 저를 생각해 보겠다고 했으니까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요.
그리 오랜 시간도 걸리지 않으리라고 생각해요.“
“그렇게만 된다면 나야 마음 놓고 눈을 감을 수가 있지.
네가 이렇게 민기를 좋아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면 아마 민기도 너를 좋아했을 것이다.“
홍지연은 안타까운 눈으로 성란을 바라본다.
“그때는 그저 기다리면 다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오빠의 마음도 저하고 같다고 믿고 있었으니까요.“
“너무 순진하고 착하기만 해도 손해 보는 세상이 아니냐?
더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표현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알 수가 있겠니?
사랑이란 서로 눈에 보이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야만 상대가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어머니!
오빠의 소식은 전 항상 듣고 있었거든요.
오빠가 유학중인데 한국에 돌아와 봐야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저 나름대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한 것인데........“
“그래도 소식이라도 주지 그랬어?
누가 네 생각을 하기나 했어야지.“
홍지연 회장은 차성란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모든 것을 다 갖춘 아가씨다.
자신들이 욕심을 내기엔 미안한 사람이었다.
“성란아!
부모님께서도 네가 우리 집에 오가고 하는 것을 알고 계시니?“
“네!”
“우리 민기에 대해서도 말씀을 드렸니?”
“네!
그래서 엄마는 지금 반대를 하고 계신 입장이에요.“
“왜 안 그러시겠니?
게다가 민기가 너를 쫒아 다니는 것도 아니고.......“
“허지만 아빠는 별로 말씀이 없으세요.
제 자신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하라고만 말씀하시고 계시거든요.“
“어머니 마음을 충분히 헤아려드려야 한다.
홀시어머니에 외아들 게다가 초혼도 아니고 재혼자리인데 어느 어머니가 받아드릴 수가 있겠니?
그동안 어떻게 키워온 자식인데!“
“어머니들 생각은 다 같은 모양이지요?
뭐가 문제 될 것이 있어요?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요?“
“그래도 부모의 마음은 그런 것이 아니란다.
세상에서 내 자식이 가장 잘나 보이고 똑똑해 보이고 가장 행복해져야만 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란다.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는 엄마들은 무조건 욕심꾸러기 바보가 된다.
내 자식이 손해 보는 것은 죽어도 싫고 내 자식이 아파하는 것은 정말 견딜 수 없다.“
“어머니!
우리 부모님께서 오빠를 보신다면 좋아하실 거에요.
지금은 오빠를 보시지 않으셔서 엄마가 반대를 하시지만 오빠의 마음이 결정되고 난 다음
우리 엄마를 만나고 나면 틀림없이 우리 엄마도 오빠를 좋아하시리라 믿어요.“
“그래!
나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네게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기는 하지만 민기 스스로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서 하는 결혼이라야 너희들 둘 다 행복해 질 수가 있다.“
“알고 있습니다.
오빠는 저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에요.
아직 오빠가 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오빠 자신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거든요.“
성란을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인다.
그런 성란의 모습을 보면서 홍지연은 살풋한 미소를 머금는다.
아직은 아름다운 성란의 모습이었다.
자신도 저렇게 젊고 아름다웠던 날들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홍지연은 어떤 경우라도 아들의 결혼을 자신의 뜻대로 고집할 마음은 없었다.
진정으로 아들 민기가 사랑하고 행복해 해야만 했다.
자신도 평생을 혼자서 고독하고 힘들게 살아온 삶이었다.
남편하고 사랑해서 만난 것이 아니고 조건에 의해서 어른들의 뜻에 따라 한 결혼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만나 결혼을 하고 남편을 일찍 떠나보내고 나서 긴 세월을 얼마나 힘들고 외롭게 살아왔던가?
이제 그런 것을 다시 자식에게 대물림으로 넘겨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다행히 성란은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더구나 성란은 민기를 제 목숨보다 더 사랑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두 사람을 함께 보고 있으면 잘 어울리는 한쌍 같기도 했던 것이다.
홍지연은 그렇게 성란이 자신의 자식이 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두 여인은 서로 의지하면서 그렇게 서로를 아끼고 있었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퍼온 글을 읽는 것과 작가가 손수 넣어주는 글을 읽는 그 느낌은 근원적으로 틀리군요....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얘기"처럼....화자의 호흡이 포근하게 전해옵니다...지금 살고계신 곳은 못(저수지)이 많아 그런지,역사이래 태풍피해가 거의 없는 곳이며..남쪽으로 보이는 너른 들의 작은 산이 龍山으로 (졸자가 서울의 용산 중고 출신이라)..... 요즘, 수시로 그곳을 떠올리고 있답니다....거듭 감사합니다.
어른들의 견해로는 너무 잘 어울리는 한 쌍인데...본인들의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이니까. 기다려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