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6)
2006-11-13 17:53:53
산행일시 : 2006년 11월 11일 토요일
참가자 : 문수 인식 광열 병욱 덕영 민영 광용 택술 병효 인섭 10명
내 손전화의 전자메모에 보면 2가지 산행기록이 입력되어 있다. 작년 여름에 내 혼자서 나름대로는 의미있는 산행이랍시고 한 기록을 남겼다가 훗날 친구들이랑 올 때를 대비하고자 한 것이었는데,
영장산을 시작으로 남한산성까지의 성남시계능선, 그리고 구룡사에서 시작해 성남매표소까지의
치악산종주였는데,지난주 115차 이번주 116차 연달아 그코스 그대로를 써먹으며 친구들과 함께 해 너무 기분이 좋았다.
원래 시작은 인디언이 제안했다. 치악산자락에 옛날에 가족야유회를 가끔씩 다녔는데, 그때는 구룡사계곡 위로는 너무 높고 짜증나 아예 아래 계곡에서만 죽치고 쏘주까던 시절이었는데, 추억이 살아났는지
병욱이가 대뜸 '치악산에는 한 번 안가나?' 해서 기다렸다는듯이 바로 대답해 버렸다.
'그래 내가 산행대장 함 하지뭐'.
23.8KM 에다, 금요일 출발의 1박2일 일정, 동계산행예상, 그래서 많이 참석은 못할거라 생각했는데,
광열이 병욱이 덕영이 펭귄등 AP(After Penguin)대원이 대거 참가하고, 바쁜 일정을 쪼개어 기어이 시간을 만든 병효 민영이 택술이,, 하여 부상으로 부득이 결장한 Another AP 곰식이와 막판에 부득이한 공장일/집안일 땜에 접어야만 한 경남이 상국이를 제하고도 10명이 출전하게 되어, 산행대장으로선
솔직히 좀 부담스런 산행이 되어버렸다. 우째 잘~ 돼야 할끼인데..
분당팀이 없어, 수원/용인/평촌 3명이 속닥하게 내차 한차로 그리고 서울지역 7명은 대사님의 승합차로 차량편성이 되었다. 금요일 업무 후 7시30분에 집결하여야 하는데, 경기지역 OK이고 서울지역 전화해 보니 오고있다는 덕영이를 제외하고 전원 집결이란다. 알아서 다들 잘 둘러댄 건지 땡땡이를 친 건지 아뭏든 한 명도
낙오없이 예상 인원 전원 차량탑승완료, 출발이다.
여주휴게소에서 일단 조우를 하여 한명 여유가있는 우리 차에 덕영이를 태우고, 선발대차량으로 먼저 출발한다.
덕영이 타자마자 펭사부~하며 딸랑딸랑 기쁨조로서의 역할을 다한다. 펭귄은 덕영이의
네비게이션 폰을 보며 운행이 끝날 때까지 애들 처럼 신기해 한다. 새말 IC에서 나와 나비폰이 안내를
종료한 지점에(제2주차장/치악산관리사무소 옆) 민박집 송학가든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식당을 겸하는 민박집에 도착하자마자 방에 들어가지도 않고,삼겹주문부터 때린다. 동동주로 시작하여, 고기가 굽히기도 전에 인디언이 싱가폴출장에서 사왔다는 B17년산으로 폭탄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황선달한테 답례로 양주를 사왔다는데,,병욱아 다음부턴 양주 황선달한테 살짝 앵겨줘라. 집에 들고가야 사랑받는단다. 11시30분경 홀에서 일어나 방으로 향하고,,이젠 쏘주에 병욱이가 가져온 골뱅이 안주로 2차가 시작된다. 4시반에 기상을 해야하니 12시이전엔 자야한다고 외치니,,대사님왈 ‘우리가 뭐 산만 타러 왔나’ 하는 통에 입 다물고 말았고, 먼저 취침차 옆방에 갔던 권박의 소음 핀잔에도 주당파들은 아랑곳 없다. 거사를 목전에 두고 운기조식하던 펭귄도 인디언한테 무너져 버리고 소주잔을 들이키기 시작하고,,,2시 가까이되어
두 방에 찢어져 소등…하여튼 술낌에 잠은 들었다. 옆에 창가에 누운 덕영이를 방풍벽 삼았나 보다.
4시반에 정확히 기상하여, 민박에서 준비해준 해장 황태국을 맛있게 먹고, 김밥을 챙긴다음
출발이다.
6시에 정확히, 입장료 두당 3,200원을 세이브하고 구룡매표소를 통과하는데 10명이 헤드랜턴을 밝히고 가니 무슨 영화장면같이 멋져보인다. 곰식이가 봤으면 뭐시라카면서 억수로 좋아했을끼다. 구룡사를 어둠속에 아쉽게 그냥 통과하고 50분을 올라 세렴폭포에 당도 동이 터 랜턴을 내린다.
7시에 드디어 사다리병창(가파른 절벽에 인공사다리를 많이 만들어 놓은 곳)을 향해 오른다. 정상인 비로봉은 이 병창이 끝나는 곳이다. 은근히 걱정이 된다. 죽겠다는 곡소리하며 누가 가자했노? 할까 봐. 근데 다들 술을 잘 마신 탓인지 술기운(?)에 군말 없이 잘도 올라간다.
그동안의 여러 경험에 이 정도의 깔딱은 괜찮은 듯,,술을 좀 더 먹은 듯한 한 양반을 제하고는 별 문제 없어 보인다. 비 또는 눈이 예보되어 있었는데 비교적 쾌청한 것 같다. 중간쯤 부터는
운무가 밀려오며 시야를 가리더니 조금 더 올라 서니 파란하늘과 운무가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연출하기 시작한다. 대사님과 펭귄을 중간에 기다리며 올라오는 30대 부부에게 뒤에 혹시 남자 둘 못 봤냐 하니, ‘예 어르신들과 같이 오셔슴까?’한다. ‘예’라고 대답은 못했지만서도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그 후에 내 야기를 듣고 대사님 왈 ‘야~씨 펭귄없에 있으모 안돤다카이~’
9시10분전. 가장 가벼운 권박이 먼저 비로봉에 오르고 9시에 세번째로 우리 AP Junior
광열이가 올랐다고 후미에 에 있는 내 무전기에 대고 황선달이 중계방송을 하고 있다.
9시를 조금지나 모두 비로봉에 올랐다. 첨성대 같은 돌탑이 특이하게 3개가 있고 초겨울의 적당히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청명한 하늘아래 굽이쳐 있는 능선줄기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양지바른 곳에 앉아 몇시간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가장 좋은 View Point에 앉은 권박은 옆에서 불러도 기척이 없이 빠져있는 모습이다.
오늘 종주할 코스가 한눈에 우리 아래 펼쳐져 보인다. 구름 속에 가린 향로봉 그리고 여러 작은 봉우리를 거쳐 맨 아랫단에 보이는 남대봉. 그뒤로 1100M 고지의 상원사가 숨어있다.
아직도 남은 약 17KM 긴 코스를 내려다 보며,,,하나 아무도 걱정하는 대원 없어보인다.
1288과 오늘의 날씨가 연출해 내는 자연에 오히려 감사를 하고 계시는 듯.
간 밤의 술에 오름길에 결국 토하고 만 펭귄에게 제안을 하나,,,’민박집에 두고 온 차를 안전하게 성남매표소로 옮겨야 겠는데,,니가 수고 좀 해 주모 안되겠나? 대신 비로봉계곡길 우리가 못가본 곳을 하산해가도 총 한 8시간은 즐길 수 있을 건데?’ 펭귄 못내 아쉬운 표정이나 동의를 한다. 미안하지만 펭귄 수고 좀 해라.
9시40분 나머지 대원, 보이는 남대봉을 향해 내달린다.(아니 대장만 달렸나? 그래 천천히 가야지) 여기서 아마 4시간은 족히 걸릴거라 생각하고 걸었는데 비슷한 시간에 도착했다.
작년 초가을 아직도 활엽수잎이 생생하던 시기에는 능선길이 답답함을 느꼈는데,낙엽이 대부분 지고나니 주변이 잘 보여 훨씬 기분이 좋다. 그래서 작년에 성남매표소 직원이 나한테 다음엔 겨울에 눈 왔을 때 오라고 한 모양이다.
향로봉에 가서 점심을 먹을려고 했는데 중간에 원주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좋은 곳이 있어 그냥 도시락을 까기로 했다. 짐을 최대한 줄여 오라고 했더니 우리 Junior광열이는 서총이 준 의자도 빼놓고 왔단다.참~. 쩝쩝 민박집에 준 김밥을 먹는데,,수서 김밥천국에 길든 삼공팀은 맛이 별로 인 듯한 표정들이다. 그래도 보온병에 담아온 황태국물과 함께 맛있게 요기를하고,,
광용이는 저거 집에는 모과주를 주로 담아 먹는 거 같은데,,이번엔 요강깬다는 찐한 복분자주를 내놓는다. 뭐꼬 했더니,,처제가 특별히 준거라나?? 궁금한게 산행이후로 야간산행에는 광용이가 별 문제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언니가 얘기를 안해 준 거 같고,그라고 자매간에 모두 酒製造가 뛰어난기라. 앞으로 많이 덕 좀 보자고. 우야튼 간밤에 술은 다 깻고, 있는 술은 복분자가 전부로 내하고 병욱이만 유독 티각태각 싸워 가며 한 방울이라도 더 묵을라고 설친 거 같네,,,
다시 출발이다. 쉬면서 추워진 몸을 데울려고 앞장서 좀 빨리 걸으니까 문수가 뒤에서 더 빨리 밀고 온다. 그대로 내달으다 대사님의 제지를 받았다. ‘내 앞에 아무도 가지마라’. 역시 대사님 뒤에 따라가니 평안하다. 그대로 힘들지만 천천히 내달으니 드디어 남대봉이다.
이제 하산길이 안도의 빛들이 보인다. 병욱이가 스틱도 안쓰고 무릎보호대도 안하고 버티더니
이제야 무릎보호대를 한다. 광열이 덕영이 모두 주저앉아 하산 준비에 보호대장착 완료.
2시경.남대봉을 지나 보은의 꿩으로 유명하며, 최고도에 위치한(확인필요) 상원사를 둘러 보며 휴식하고 고3 학부모들은 각별히 정성을 모은다. 산행에 참여 못한 우리 모든 친구 자녀들 좋은 결과 있으리라.
약수에 목을 넉넉히 축이고 하산이다. 아직 5.2KM.남았다.
전화통화가 가능하길래 펭귄과 통화,,민박집에서 대리기사를 만나 같이 출발한단다.착착 순조롭다.
전화 통화하느라 내가 제일 후미에 있는 줄 알았더니 뒤에 병욱이와 광열이가 쳐진 모양이다.
실제로 무릎이 아파 고생이었지만, 그참에 또 둘이 숨어서 한 대 꾸신 모양이다.
쩔뚝쩔뚝,,60KG 광열이의 표정이 초췌해 보인다. 스틱을 대충 짚고 가길래, 광열아 무릎이 아픈데 스틱을 제대로 짚어줘야 무릎이 덜 아푸제,,했더니 다리보다 팔이 더 아파 제대로 못짚는다 한다. 자세히 보니 스틱손잡이를 바로 꽉 잡고 있다. 지금까지 근 6시간을 끈이 아니고 아구힘으로 바로 잡고 왔으니 얼마나 팔 힘이 들었겠나,,고쳐 제대로 끈 힘으로 잡아봐라 했더니,,이리 편한 것을 하네?? 그 참…그래 광열아 고생 참 많이 했다. 다리는 다리지만 그스틱을 얼마나 원망했겠노?
4시2분전인데 앞에 드디어 성남 매표소가 보인다. 덕영아 뛰어라 4시에 도착이면 10시간 산행계획 그대로 맞추네!!!! 여러분 정말 수고 많았심다. 다행히 날씨가 좋은 탓에 고생은 되었지만 여러분이 투자한 시간에 보답은 좀 된 것 같아 기분이 매우 좋았심다.
나랑 병효랑 기사들 신경 써 준답시고,,친구들이 제대로의 하산주는 수서에 가서 하잔다.
기사 술먹어라는 얘긴데,,일단 감사하다며 접수하고,,펭귄과 차를 기다리며 가볍게 두부에 동동주 한잔씩.
ㅉㄱㄴ이 수서에 어디로 가자는데 기사를 위한다모 기사가 고르자 싶고, 그라고 육수 많이 뺐으니 잘무우야지 싶어 ㅉㄱㄴ제안을 무시하고 기냥 가락시장으로 앞서 내달라 버렸다.
장소 좁은 집 골랐다고 ㅉ고수님께 야단도 맞았지만 잘 무우심다….
병욱이는 바로 옆에 Junior광열이를 앉히고는 ‘아우ㅉ’하며 폭탄주를 연신 권하고 평소에는 절대로 그런 적이 없는데 덕영이 보고는 ‘형ㅉ’대접을 한다. 펭귄은 건너다 보며 기냥 말이 없고,,,파하면서 병욱이는 광열이를 옆에끼고 500CC찾아 사라졌다.
아직도 허벅지가 묵직하네요.
모두들 산행사에 그래도 추억의 한 장으로 자리매김하시길 기대해 봅니다.
116차 산행대장 김인섭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