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가장 핫한 기수 중 하나는 김정준이다.
286전 25승 준우승 23회로 다승 9위에 랭크됐는데,
이 가운데 11승이 폭염과 폭우가 기승을 부렸던 7월∼9월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들쭉날쭉한 경주로상태와 변덕스러운 기상여건, 익숙지 않은 야간의 조명 등 상황이 불리할수록,
또 감량이점이 줄어들수록, 김정준은 희한하게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김정준 기수
·소속조 51조 김호 조교사
·생년월일 1989/07/04(23세)
·데뷔일자 2010/06/09
·최저기승중량 50㎏
·통산전적 596전 34승(40/46/55/42)
·승률(5.7%)/복승률(12.4%)/연승률(20.1%)
▲올 여름에 가공할 만한 페이스를 보였다. 야간경마, 폭우, 경주로 상태 등 수습기수 입장에서 유리할 게 없는 여건인데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야간경마가 특히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운 좋게 우승한 경주가 많았다.
그 무렵부터 부쩍 성적이 좋아졌다. 우리 조교사께서는 단계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며 지금의 성적은 생각하지 말라고 하신다.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
▲최대 기승횟수를 채우고 있다. 체력적으로 괜찮은가.
-힘들다. 경주를 치르고 들어오면 숨이 턱까지 찬다.
아무래도 연속 기승일 때 더 부담스럽다. 한 경주 끝나고 잠깐 앉아 숨돌릴 새도 없다.
하지만 장구 챙기고 윤승하고 경주를 마치는 등의 과정이 워낙 빠르게 돌아가니까 미처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마지막 경주를 끝내고 나면 녹초가 된다. 평상시에 체력을 키우고 스케줄에 따라 안배하는 등 스스로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올해 벌써 25승이나 거뒀다. 공백이 없었고 매달 2승 이상 수확하는 등 꾸준한 모습이다.
-상황이 잘 맞아떨어졌다.
소속조에서 많은 기회를 주었고 그때마다 다행히 적절한 성적을 냈고 그러면서 다른 마방에서도 관심을 가져줬다.
기회라는 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살릴 수도 있고 그냥 묻힐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기회가 또 다른 기회와 가능성을 물고 온다. 이유 없는 결과가 없듯 모든 상황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
▲소속조에서의 비중은 어떤가. 처음보다 부쩍 안정된 모습이다.
-그렇긴 하지만 여전히 인권 선배의 비중이 크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자리에서 영역을 넓혀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조교사께서도 기회를 주려고 애쓰시는 게 보인다.
이미 다 만들어진 ‘주몽’이나 ‘리얼빅터’‘킹파이팅’을 욕심내기보다 선배가 그랬듯 나 역시 스스로 만들어 가야한다.
▲23조, 54조, 30조 등 타 마방에서의 기용횟수도 늘고 있다. 훈련량은 어느 정도나 되는가.
-54조는 예전부터 꾸준히 한 두 마리씩 태워주었고, 23조는 이혁 기수가 호주 연수 중이어서,
30조 역시 이아나 기수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출전횟수가 늘었다.
훈련량은 하루 8두에서 10두 정도다.
우리 마방은 경주로에 나가기 전 평보운동과 같은 웜업 과정이 강조되기 때문에 한 마리 당 훈련 시간이 길다.
▲41조 ‘마니인컴’으로 깜짝 우승했다. 선행형에서 선추입형으로 주행습성 변경이 이뤄진 것인가.
-기대를 전혀 하지 못했던 경주였고, 그 날 오전에 인기마 ‘능소능대’로 부진해 상당히 의기소침해 있던 상태였다.
휴장 들어가기 전 마지막 경주인 만큼 편안하게 타고 들어오자는 생각뿐이었다.
4군 때는 선행으로 우승한 적도 있었지만 3군에 오니 여의치 않아 선입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는데도
수말이라 그런지 흙을 맞자 근성을 드러냈고 4코너에서는 더 뛰어줬다.
▲그 날 ‘능소능대’는 왜 그렇게 출발이 늦었던 건가.
-가뜩이나 인기마여서 긴장해 있었는데 발주기에 들어가지 않으려 해 시작 전부터 걱정이 컸다.
제일 마지막으로 발주기에 들어갔지만 이내 앞발을 들며 기립하려 했고 그 타이밍에 게이트가 열려 늦출발을 해버렸다.
우승해야한다는 부담은 크고 말은 잘 안 따라주고 마음은 더 급해지고... 결국 6등 했다.
마주, 조교사, 마방형들, 경마팬들 두루두루 미안했던 경주다.
▲소속조 ‘태산북두’가 6개월만에 재기전을 치렀다. 타본 느낌이 궁금하다.
-실전에서는 처음 탔다.
이전 경주의 동영상을 찾아보긴 했지만 주행습성이라든지 버릇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
생각했던 것과 느낌이 많이 달랐다.
휴양 공백이 길었고 나이도 7살이라 확연히 더 나아지지는 않겠지만 꾸준하게 뛰는 힘과 결승주로에서의 탄력이 좋았다.
휴양으로 인한 후유증은 거의 없다고 하니 몇 차례 더 실전을 치르면 기대이상 활약해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산 2세 암말 ‘아이디이천’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추입 성향인 줄 알았는데 앞에 붙은 만큼 끝걸음이 나오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스타트가 그리 빠른 편은 아니지만 연습과 실전을 통해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
아직 어려서 순간 스피드가 나오지 않는 것일 뿐 추입 성향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직전엔 외곽게이트여서 초반부터 힘을 써야했고 그러면서 후반부에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던 모양이다.
힘이 차고 실전을 치르면서 주행습성이 가다듬어질 것이라 본다. 앞으로 뛸 말이다.
▲선행에 강점을 보이더니 최근에는 추입 능력도 드러내고 있다. 기승술에서 변화가 느껴지는가.
-원래 스타트가 굉장히 어설펐다. 유난히 어려웠고 잘 안돼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경주를 다시 보고 선배들과 자세를 비교하는 한편 주위의 지적을 꼼꼼히 챙기면서 어느 순간 개선된 부분이 느껴졌다.
기본적으로는 어떤 말에 타든 앞에 붙으려고 한다. 추입마라 해도 선두권과 거리 차가 크지 않아야 역전할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신마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장점을 찾아내고 약점을 보완하면서 스타일을 완성시켜야 하는 시기다.
▲이상적인 기승횟수와 성적이지만 상위군에서의 활약은 기대치를 밑돈다. 앞으로의 숙제 같다. 올 시즌을 평가한다면.
-경력과 능력을 감안하면 굉장히 만족스럽다.
이 단계에서는 이만큼이 최선이라는 의미일 뿐 안주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안될 것 같다고 미리 단정했을 땐 성적도 그 자리다. 의욕적으로 임하면 우승은 못해도 한 두 마리는 더 이기게 되더라.
1군마로 대상경주에서 우승하고픈 욕심이 없지 않지만 나는 아직 그 단계가 아닌 것 같다.
우리 조교사의 조언처럼 눈앞의 1승에 연연하지 않고 이 시기에 반드시 익혀야 할 기본기부터 다져 가고 싶다.
그래도 연말까지 40승은 채웠으면 좋겠다. 6승만 더 하면 된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