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 김정숙]
흔한 말이라 제대로
사용할 줄 몰랐어요
언제나 느낄 수 있고
손 내밀면 닿으리라
자신만만하게
여기며 살았지요
유월의 내리 쬐는
빛 줄기따라 무심히
피어나는 잎들의
그 요란한 울림에
화들짝 피고 만
초여름 수련처럼
때가 되면 화들짝
피리라 믿었어요
아뿔사!
사랑은
이사 다닌다는
얄궃은 소문이
바람따라 흘러와
꽃잎에 엮이더니
살랑 바람에도
와르르 무너지네요
따가운 시선에도
수련으로 쌓아 온
한 잎 한 잎의 순간이
빙글거리는 미련으로
물 위를 배회합니다
사랑이 뭐길래!
l해설l
여고 동창생인 두 여자의 아들과 딸이 결혼을 하고, 여주인공이 시댁에 들어가 가부장적인 시댁의 전통적 가치관을 자유분방한 가치관으로 슬기롭게 변화시키는 과정을 공감대 있게 묘사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끈 “사랑이 뭐길래”는 평균 시청률 59.6%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역대 드라마 중 1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며 중국에서 히트 친 최초의 한국 코믹 홈드라마인데 특히 김혜자가 부른 ‘타타타’는 무명가수였던 김국환을 스타대열에 올려놓는 기염을 토하기도 하였습니다. 1연의 “흔한 말이라 제대로/사용할 줄 몰랐어요” 김정숙 선생님은 사람들이 남발하고 있는 ‘사랑’이라는 구호에 동참하였습니다. 뒷줄에 서서 배급제로 나눠주는 빵을 기다리듯이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입으로 들어갈 줄 알았지만, 그 달콤한 빵이 생물이어서 쉽게 상하고 변한다는 사실을 어느 여름날 연못에 떠 있는 수련에서 문득 깨닫게 되는데...
-맹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