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7일.
배명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환경봉사를 하기 위해 평화의 광장에 모였습니다.
" 민족의 소금이 되고, 인류의 빛이 되라 " 는 교시(校是)가 교훈보다 멋진 학교입니다.
올림픽공원에 자원봉사하러 자주 오는 학교라서 친근감이 앞서니 학생들이 모두 '짱'으로 보입니다 .^^^
12학급 중에서 내가 맡은 학급은 1학년 3반, 담임은 이수목선생님.
소마미술관 앞 마당,
나무 그늘에 학생들을 앉게 한 후, 배명고등학교의 역사에 대해 잠깐 소개했습니다.
1955년 첫 입학생을 받았고, 국산품 애용과 한글 사랑에 앞장 섰던 학교,
우승을 많이 한 야구부의 영광 못지 않게 어린 학생들의 가슴 속에 민족정신을 심어준 학교,
조형래 교장선생님과는 회의 차 자주 만났고, 일본 여행도 함께 한 인연이 있으니 주객전도의 소개가 결코 아닙니다. ^^^



바람이 불면 8개의 막대가 움직이면서 시간의 흐름 속에 다양한 형상을 연출하는 < M5 모빌> ,
그 작품 주변에 돋아 오른 잡초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잡초가 없었다면 지금 환경 지킴이의 활동이 없을 것이니 잡초는 고마운 풀이라는 역설을,
이 어린 학생들이 얻을 수 있을까, 잠깐 자원봉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말라 /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따뜻한 사람이었더냐
빈자[貧者]가 있어야 부자[富者]의 자선이 행해지며,
스님이 있어야 부처께 공양하는 시주[施主]가 이루어진다는 역설[逆說]의 묘미를 미리 들려 주었기 때문입니다.



잡초를 뽑는 학생들의 웃음 소리 명랑했고, 듣기 좋았습니다.
지금이야 스쳐가는 바람처럼, 어린이들의 장난처럼 한 순간의 몸짓이지만,
훗날 어느 순간,
" 아, 소마미술관 앞 풀밭에 돋아 있는 잡초를 뽑은 적이 있었지, 내가 고등학교에 막 들어갔을 때 ",
하며 금쪽처럼 값진 한 장면을 떠올리는 날이 있으리라, 고개 끄덕이며 빌고 싶었습니다.
이수목 담임선생님부터 앞장 서서 잡초를 뽑으니 사제동행[師弟同行]의 의미가 새로워집니다.
야생화 언덕까지 올라가 잡초를 뽑는 이 젊은이들 뒤로 교회의 첨탑, 축복처럼 높은 하늘 위에 서 있었습니다.

조각작품 해설은,
사랑하는 가족 앞에 비바람은 아랑곳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가족>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올림픽 ― 화합>,
갈수록 꼬이고 엇박자로 치닫는 북한의 행보를 바로 잡을 수나 있을까,
현충일 아침, 추모의 태극기 하나 내걸지 않는 어른들의 무지한 교육(?) 아래
현충일이 이순신장군이 죽은 날이라는 어린이의 착각이 귀엽다고 웃는 씁쓸한 이야기가 해설의 열기를 높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형상의 전설>,
나의 삶은 내가 만든다는 진실을 가슴에 새기며,
충실한 삶을 살아 주기를 바라는 작가의 주제를 나의 마지막 당부처럼 들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해설을 몇 몇 학생들은 귀 기울여 듣는 것 같았다는 담임선생님의 덕담을 기쁘게 들었습니다.
우승 트로피처럼 잡초를 치켜 세운 배명고 1학년 3반 '짱'들,
민족의 소금, 인류의 빛, 가능성 100% 틀림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