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스 앞의 그리스도 (1640)
마티아스 스토메르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마티아스 스토메르(Matthias Stomer, 1600-1650)는
네덜란드 중부에 있는 위트레흐트주에 있는 아메르스포르트에서 태어났고,
1615년에 로마로 건너가 이후 이탈리아에서 주로 활동한 화가이다.
그는 1630년경에 메시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1630년에서 1632년 사이에는 로마에서 지냈다.
1633년에서 1640년 사이에 나폴리에서 거주하며 작업했고,
1641년에는 시칠리아에 정착했는데,
그는 1650년경에 시칠리아에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스토메르는 예수님의 수난 장면 중에서
특히 성체성사를 세우시고 고난을 받으신 그 밤에 이루어지는 수난 장면을
등불에 비치는 인물들을 통해 꼼꼼하게 그렸다.
그가 1633-40년에 그린 <한나스 앞의 그리스도>는
그가 나폴리에 거주하며 작업했던 시기에 그린 작품으로,
마태오복음 26장 59-66절과 마르코복음 14장 55-64절,
루카복음 22장 66-71절, 요한복음 18장 12-13절과 19-24절이 그 배경이고,
카라바조의 영향을 많이 받아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뚜렷하게 표현했다.
군대와 그 대장과 유다인들의 성전 경비병들은 예수님을 붙잡아 결박하고,
먼저 한나스에게 데려갔다.
한나스는 그해의 대사제 카야파의 장인이었다.(요한 18,12-13)
이 작품에는 등불을 광원으로 여섯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오른쪽에는 푸른색 휘장 아래 한나스가 녹색 천을 씌운 의자에 앉아 있다,
그는 머리에 터번을 썼고 대사제의 직분을 말해주듯
장백의를 속옷으로 입고 금줄이 달린 붉은색 망토를 걸치고 있다.
왼쪽에는 예수님이 네 명의 군사들에게 둘러싸여 결박된 채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
갑옷을 입은 군사는 조심스럽게 예수님을 결박한 밧줄을 잡고 있는데,
평복을 입은 군사들은 예수님을 두 손으로 붙들거나
주먹질하며 예수님을 함부로 다룬다.
불빛에 비치는 주먹을 불끈 쥔 사내의 얼굴에서
예수님을 조롱하는 시선을 엿볼 수 있다.
그가 예수님의 답변하시는 모습을 보고 예수님의 뺨을 친 군사이다.
대사제는 예수님께 그분의 제자들과 가르침에 관하여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였다.
나는 언제나 모든 유다인이 모이는 회당과 성전에서 가르쳤다.
은밀히 이야기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왜 나에게 묻느냐?
내가 무슨 말을 하였는지 들은 이들에게 물어보아라.
내가 말한 것을 그들이 알고 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곁에 서 있던 성전 경비병 하나가 예수님의 뺨을 치며,
“대사제께 그따위로 대답하느냐?” 하였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잘못 이야기하였다면 그 잘못의 증거를 대 보아라.
그러나 내가 옳게 이야기하였다면 왜 나를 치느냐?”
한나스는 예수님을 결박한 채로 카야파 대사제에게 보냈다.(요한 18,19-24)
한나스의 속옷을 찢는 것 같은 몸짓은 성경에 나오는 장면을 시각화 한 것이다.
대사제는 “당신이 찬양받으실 분의 아들 메시아요?”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렇다. ‘너희는 사람의 아들이 전능하신 분의 오른쪽에
앉아 있는 것과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고,
대사제가 자기 옷을 찢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 우리에게 무슨 증인이 더 필요합니까?
여러분도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듣지 않았습니까?”(마르 14,61-64)
하지만 옷을 찢은 대사제는 그해의 대사제 카야파이고,
한나스는 카야파의 장인이었다.
스토메르는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표정과 몸짓으로 성경을 새롭게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