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책을 자주 읽는데, 스님은 본질적인 나와 만나게 해 준다. 즉 불필요한 자신을 덜어내게 도와준다. 심리치료도 내담자가 짊어지고 있는 짐을 덜어내는 과정이다.
우리가 보통 글을 읽거나 책을 보게 되면, 무언가를 보태게 된다. 그런데 이것은 젊어서 배울 때는 필요한 과정이지만, 이제 인생의 중반에 들어선 사람에게 해당하는 시기가 아니다. 오히려 이때는 진정한 자신과 만나야 한다. 내가 아닌 것을 비우는 것으로 이것을 할 수 있겠다.
마흔 살을 살아오면, 자기가 되고 싶었지만 될 수 없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게 된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생겨 먹은 대로 살게 되어 있는 것이다. 성격 검사를 해도 자신이 아닌 것을 포기하는 시절이다. 즉 나만을 남기는 것이 이 시기를 사는 지혜이기도 하다.
난 현재까지 15년을 정신과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처음에는 내가 뭐가 될 수 있는지를 열심히 탐구했다. 물론 상담 초기에는 나의 아픈 마음을 진정시키고, 치유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그러다 마음이 안정이 되고 난 후에는, 내가 짊어지고 있는 짐을 덜어주는 쪽으로 선생님이 포커스를 맞추시는 것 같았다.
물론 이 과정은 쉬운 것이 아니다. 내담자가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정신과 의사 스캇 펙은 인간에게 포기는 쉬운 과정이 아니라 했다. 특히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는 많은 내담자들은 이것을 더욱 포기하지 못한다.
심리치료는 내담자가 혼자서 자신은 이제 괜찮지 않다는 것은 인정한 것을 지지해 주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울증이 생기는데, 상담이 진행되다 보면 내담자는 더욱 큰 우울에 빠지게 된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은 아닌 것 같고, 새로운 삶의 방법은 어렵게 다가온다. 이때 우리는 포기해야 한다.
즉 무언가를 덜어내야 한다. 이때 현명하고 지혜로운 심리상담가를 만난 사람은 운이 좋은 것이다. 그분들은 내담자의 욕심을 다룬다. 이때 심리치료는 무언가를 가르쳐주거나 보태주는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내담자들은 진정으로 깨닫는다. 좋은 상담가는 내담자가 자신이 될 수 있게 돕는다.
상담가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내담자는 자신을 스스로 관찰한다. 이때 자존감이 낮았던 내담자들은 상담가가 자신에게 기대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며, 진정으로 치유는 시작된다. 사람들이 변화할 때는, 누군가 우리에게 변화를 원하지 않을 때다. 즉 진정한 자신이 되면 사람들은 알아서 스스로 변화한다.
훌륭한 상담가들은 그래서 내담자들과 우호적이고 신뢰의 관계를 만드는 것에 최선을 다한다. 이들은 치유가 자신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정직하고 순리를 따를 때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과정이라고 본다. 내담자들은 그동안 들어왔던 거짓된 사실과 가짜 자기로부터 벗어나며 자연스럽게 치유된다.
맹자도 말하고 있다. 우리가 인간다운 마음을 잃어가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독서를 일컬어 그는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 또한 무언가를 보태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을 깨우쳐주는 과정으로 돕는 것이다. 좋은 상담가 또한, 내담자가 짊어진 짐을 덜어주고, 잊고 있던 자신의 본질을 깨닫게 해 준다.
모든 현인들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보태주지 않는다. 자신을 비울수록 더욱 지혜로운 자기와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예수와 부처도 인생의 진리는 단순하다고 말했다. 공자는 덕스러운 마음으로 살아갈 것을 말했고, 소크라테스 또한 진짜 자신과 만날 것을 강조했다. 어쩌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이처럼, 세월이 흘러가며 단순한 자기와 만나는 과정일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스스로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을 따르고, 믿으며 살아가면 될 것 같다.
김신웅 심리상담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