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인터넷 여론의 위력에 대해 말이 많다.
선거에서 이긴 쪽은 인터넷 여론의 위력에 스스로 놀라워 하고 있고, 진 쪽은 인터넷 여론에 대처를 잘못해 패했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선거 결과에 불만을 가지면서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층은 인터넷 언론과 여론을 아주 가볍고, 즉흥적이고, 감성적이고, 무게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오프라인 언론과 인터넷 언론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오프라인이 ‘언론’만 있다면 인터넷에는 ‘언론’과 ‘여론’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언론’을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라고 해석하면 ‘여론’은 양방향의 정보 전달이다.
인터넷 언론의 성공에는 이러한 ‘여론’ 부분이 존재하는 데 따른 인터넷 세대의 호응이 있어서 가능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용보다 글의 형식으로 글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영향력 있는 활자 신문에 글과 함께 얼굴 사진이 실려야 무게 있는 글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러한 글이라도 내용상 수준과 안목이 낮은 글을 찾아 볼 수 있고, 인터넷 여론에서도 보석처럼 빛나는 훌륭한 글을 발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지, 온라인이니 오프라인이니 하는 형식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언론과 여론이 비인터넷 계층으로부터 불신을 받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인터넷 여론의 익명성이다.
이 익명성은 장·단점을 모두 갖고 있다.
장점으로는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광범위하고 다양한 여론 수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단점으로는 사실 왜곡, 욕설과 비난, 무책임성, 수준 낮은 글의 양산 등이 있겠다.
익명성에 의한 폐해는 분명히 존재하며 이것을 극복하지 않고는 인터넷 언론과 여론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
이러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터넷 실명(實名)·실안제(實顔制)’를 제안한다.
사용자 등록 때 실명과 얼굴 사진을 올린 사용자만 인터넷 여론에 글을 올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작은 몇 줄짜리 글이라도 사용자가 글을 올리면 사용자의 실명과 얼굴 사진이 자동으로 글과 함께 나오게 된다.
사진을 위한 공간은 글 옆에 최소 가로 1cm, 세로 2cm 정도로 그리 많이 차지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명예롭게 생각한다.
자신의 실명과 실안이 함께 나오는데 욕설과 비방을 할 것인가? 익명성에 의한 무책임성을 보완할 수 있다.
실명·실안으로 한다고 하여 자신의 의견을 밝히지 못할 만큼 우리 사회의 민주화 정도가 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혹자는 인터넷에 대한 어떠한 규제도 실패한다고 반론할지 모르지만 이것을 규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단 국내 주요 오프라인 언론의 인터넷 사이트와 순수 인터넷 언론 사이트에서 자율적으로 이러한 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실명·실안제는 오프라인 언론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새로울 것도 없는 제도이다.
그것을 인터넷 언론, 인터넷 여론 영역까지 확장하자는 것이다.
오프라인 언론에서 하나의 의견이 ‘출판’되기까지 저자는 자신의 글을 만들고 교정하고 그 글은 다시 편집국으로 옮겨져 다른 사람에 의해 검토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책임있는 글이 만들어진다.
인터넷 여론이 이러한 과정 전체를 따라할 수는 없겠지만 책임있는 글이 나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 실명·실안제는 이러한 과정으로 가는 하나의 제도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