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나는 내가 보았던 매미 날개와 매미 날개에 머
무는 햇살과 그 햇살의 순간의 예민한 망설임들을 이해한
다. 사랑으로 나는 내가 보지 못했던 오로라와 그 오로라
가 우주 먼 곳 태어나지 않은 역사와 맺는 관계를 이해한
다. 사랑으로 나는 내 내장 깊은 곳까지 박힌 칼들을 이
해한다. 사랑으로 나는 언젠가 그 칼들이 나는 더 이상
아프게 하지 못할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사랑으로 나는 죽어가는 세계의 모든 생명들과 이제 막
태어나는 어린 생명들과 하나가 되고 싶다. 될 것이라고
믿는다. 될 것이다. 사랑으로 나는 나이며 너이며 그들이
다. 사랑으로 나는 중심이며 주변이다. 사랑으로 나는 나
의 상처의 노예이며 주인이다. 사랑으로 나는 나의 상처
를 세계의 상처 위에 겸손하게 포개놓는다. 세계, 나의
아들이며 나의 지아비인 세계의 상처 위에, 나처럼 아프
고 불행한 세계의 상처 위에, 가만히, 다만 가만히.
<사랑으로 나는> - 김정란
우리 학교에서 얼만 전에 김정란 시인 초청 강연회가 있
었습니다. 보라색 원피스에 화려한 악세사리와 진한 화장
이 조금은 요란한 듯 그러나 단정하고 개성있는 모습이 인
상적이었습니다. 오늘 책상 정리를 하다 그때 받았던 초청
강연회 자료집을 발견하고 이 시를 올립니다.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생각하고 그러면서도 일정한 해답
을 구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란 주제가 아닐까 합니
다. 사랑에 대한 답이 없다는 것은 곧 답이 너무 많다는 것
을 뜻하기도 할 것이고 또 각각의 사람들에게 있어 정의 내
리기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하는데요.
이 시를 읽고 우리 한번 각자의 사랑에 대해 그리고 사람
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지기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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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나는 - 김정란 시인
굼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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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6.0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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