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럼. 고추지 담그는 방법부터 먼저 확인하고 가겠습니다.
정말 쉽습니다. 삭혀지는 시간만 잘 기다려주기만 하면 됩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기다림'을 잘 할줄 모르는데요. '기다림'이 주는맛이 우리음식의 가장 중요한 맛인거 같아요. 그것을 배우는 것이 어찌보면 요란한 기술적 요리비법보다 더 멋진 비법을 배우는 것이 아닌가싶어요. 후다닥 공법, 요리법에 너무 환호하지말고, '기다림'이 있는 우리음식들을 하나씩 사랑하다보면 삶도 닮아가는 거 같아요. 그런 마음으로 차분히 시작해보면 어떨지싶습니다.
9월초순경에 담근것인데요. 9월달은 보통 노지고추 끝물이 되는터라 살짝 붉은빛이 도는것도 있고해요. 짧막하고 오동똥한것으로 사오면 되요. 큼지막한 바구니에 2000원정도 했어요. 손질은 끝부분 0.5센체에서 1센치 정도 잘라내고 꼭지도 1센치 못되게 잘라줍니다. 이러면 삭히는 시간도 빨라지고 또 고추는 농약을 많이 뿌리고 키우기때문에 무농약일 가능성이 없어서, 끝부분을 꼭 잘라서 요리하는 버릇을 들이면 좋아요.
차곡차곡 유리보관통(또는 항아리)에 담고, 소금물을 부어주면 끝입니다. 소금물은 20%비율로 소금양을 정하면 되는데요. 더 짜도 되요. 짠기는 나중에 빼면 되는 것이라 그러하기도 하고요. 슴슴하면 고추가 물러지고 소금물도 하얗게 변합니다. 그리고, 둘이나, 무거운것으로 꾹 눌러 고추가 소금물에 폭 잠기게 해주는것이 중요해요. 소금물에 안 담가지면 당연히 고추가 상합니다. 유리접시나 넙데디한 돌이나 뭐, 이것저것 방법을 찾아 고추가 둥둥 안뜨게 해놓아주면 됩니다.
그리곤 밀폐해서 서늘하고 그늘진곳에 까맣게 잊고 내비두면 됩니다.
혹여, 소금물색이 너무 뿌옇게 변하고 골마지(하얀웃물)가 생겼다 하문, 바로 건져내고 다시 소금물 짙게 만들어 새로 부어 돌로 눌러주세요! (보통은 삭히던 소금물을 한번 끓여 식혀 부어도 되는데요. 양이 많지않으니깐 새로 만들어 부어주면 되요. 20% 농도를 해주는것만 신경쓰면 되요.)
앗! 소금에 삭히는 이유는요, 고추는 쌉사래한 맛(쓴맛)이 있어요. 그것을 빼주는 것이기도 하고, 소금에 절여지면서 오래두고 먹어도 아삭함을 유지하기위해서여요. 깻잎도 마찬가지여요. 깻잎은 향이 무척 좋아 잘 모르는 맛이 있는데, 쓴맛이 상당히 묵직하게 있어요. 그것을 삭히면서 빼줍니다. (참고로, 깻잎지는 노지깻잎 즉 한여름 제철깻잎으로 담가야 향도 진하고 굵직한잎이 삭혀지면서 연해지고 또 향도 한가득 담겨서 더 맛있습니다. 하우스재배 깻잎은 농약도 너무 많이 묻어있고 크기도 작고 여리여리해서 장아찌용으로는 적합하지않습니다.)
간단한 손질, 그리고 소금물만들어 붓기만 하면 끝입니다. 너무 간단하게 맛있는 밑반찬을 마련해 둘수 있습니다. 물론, '기다림'이 필요한데요. 만들어둔지 까맣게 잊고있다가 그 가을, 겨울, 봄 그 어느날 꺼내 챙기면 되요. 저는 두가지로 담그려구요. 하나는 늦가을용으로 만들어두고, 하나는 봄용으로 준비해서 천천히 느긋하게 잘 기다려줄려고요.
어때요? 맛있는 밑반찬 기다릴만 하죠?
고추지 무침
재료: 고추지적당량
양념: 고추장약간, 고춧가루 적당량 ,조청 넉넉히, 통깨넉넉히,
고추지 무침은요,
잘 삭힌 고추지를 건져내온후 물에 담가 짠기를 어느정도 빼줍니다. 그리고 물에 헹궈내고 손으로 쥐어서 고추안에 있는 물기도 쭉 빼줍니다. 고추지의 짠맛을 어느정도 제거주었느냐에 따라 고추장양은 결정됩니다. 짠기를 덜뺐으면 고추장양을 조금 적게 잡아야하고, 고춧가루와 조청으로 농도와 단맛을 가미한다 여기면 됩니다. 즉석에 다 먹을것이면, 참기름을 추가하는 것도 좋습니다. 두고먹는 찬일경우에는 참기름은 넣지말고 먹기직전에 한두방울뿌려 내놓는 것이 좋습니다.
1년정도 삭힌 고추지를 드뎌 꺼냈습니다. 새로콤한 익은향과 칼칼한내가 솔솔 뿜어져 나옵니다.
깨끗하게 씻어준후 물에 담가 두어 짠기를 어느정도 빼준후 손으로 고추를 쥐어 고추안에 있는 물기를 쫘악 빼줍니다.
그리고 적당량 덜어 볼에 담습니다.
고추장약간, 조청 적당량, 깨보숭이 넣고 조물조물 무쳤습니다. 바로 먹는건, 이렇게 무쳐먹어도 되구요.
고춧가루를 넣어 양념이 착착 들러붙게 해주면 두고 먹는찬으로 아주 좋습니다.
고추장아찌
재료: 삭힌 고추지 적당량
양념: 양조간장, 포도청, 다시마우린물 각각 3큰술씩 (1:1:1 비율)
고추장아찌는요,
고추지만 잘 삭혀두었다가 적당량 덜어내 간장물에 퐁당 담가 두고 먹으면 됩니다.
오래두고 먹으려면, 간장물을 조금 짭조롬하게 만들면되고, 적당한 시기까지 먹으려면 슴슴하게 만들어도 됩니다.
(취향껏! 간장물은 만들면 됩니다.)
기본, 고추지의 짠기를 어느정도 둘건가만 판단하면 양념은 그에 맞게 조정하면 됩니다. 또, 쓰임새에 따라 양념을 조정해서 만들어 두어도 됩니다. 가령, 비빔용이나 면요리에 주로 넣겠다 하면 단맛양념을 조금 빼주는 것이 좋고, 밑반찬으로 먹겠다 하면 단맛양념을 좀더 넣어주면 될듯합니다. 이것도 취향이니깐요. 주인장맘내로! 하시길.
저는 간단찬으로 즐길요량이라 간장, 포도청, 다시마우린물 3큰술씩 넣고 깨보숭이 뿌려 담가두었어요. 폭 잠기게 하지는 않았는데요. 두고 먹으려면 또는 단맛양념을 배이게 하려면 퐁당 담그는 양으로 만들어 며칠 두었다가 꺼내먹으면 되요.
기본 장아찌니깐, 장물에 어느정도 담가두었다가 먹는것이 좋겠죠?
자~
그릇에 담습니다.
고추지무침~~ 정말 맛있습니다. 제일 맘에 드는건, 새코롬함게 익은맛!이 정말 깔끔하고 멋스럽네요.
칼칼한 맛에 짭조롬 달큰핫 양념이 착착 달라붙어서 더 맛있습니다. 뜨끈한 잡곡밥에 척 얹어 먹으면 꿀맛입니다.
짠기를 적당하게 잘 빼내서 너무 짜지않아서 더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삭한식감도 좋고, 칼칼한 맛도 좋습니다.
한입크기로 썰어달라는 요구가 많아, 쫑쫑 썰어 양념해두고 먹는 것도 괜찮을듯 합니다. 양념도 속까지 배이게 할터이니 그것도 나쁘지않을듯 하구요. 편리하신대로 하심됩니다. 중요한건, 고추지를 얼렁 만드는일입니다.
고추지로 만든 고추장아찌는 정말 든든한 밑반찬입니다. 이녀석이 생기면 왠지 뜨끈한 면요리나 밀가루요리를 해야할듯 해서요. 우리밀로 한판 벌여볼까?하는 생각이 불끈불끈 불쑥불쑥 스쳐지나갑니다.
1년정도 숙성시켜 꺼내니깐, 우와~ 그전에는 몰랐던 '새코롬한' 익은맛이 정말 매력있다는 걸 배우네요.
식초가 주는 맛과는 비교할수 없을만큼 매력있습니다. 역시, 숙성이 주는 맛은 시간이 빚는 맛이라 그런가봐요.
어떤 음식이든, 자기것이 되는것이 중요합니다. 자기손에 익숙해져야 내음식이 되는 것이니깐요.
삭히는 것부터 하나씩 해보면서 기다림의 기간으로 얻어지는 소중한 '익힘의 맛'을 다양하게 배워보면 좋을듯 합니다.
그러면서, 고추지가 소중한 찬으로 자리잡으면 더할나위없이 기쁜일입니다.
해가 가면 갈수록 지금의 지구온난화문제는 더더욱 심각해질 것입니다. 그에따라, 철모르게 키우는 식재료들의 우여곡절은 더더욱 심해져서 가격부터 상태까지 들석거림이 상당할 것입니다. 제철식재료를 소중히 여기고 제철식재료를 기다릴줄 아는 일은 오늘날 우리들 음식문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머리속에 있는것과 삶이 되는건 정말 다른 것입니다.
초가을부터 지난 여름을 알뜰하게 갈무리하면서 무르익어가는 가을맞이를 잘 해냈으면 합니다.
앗! 깻잎지도 고추지와 담그는 방법이 같습니다. 소금물에 풍덩 하고 담가두었다 누렇게 삭으면 꺼내 짠기빼서 간장물 또는 된장, 고추장에 담가 두고 먹으면 됩니다. '노지 여름깻잎'으로 담근다는 것만 잊지않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