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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등산](4) 마산 내서읍 구봉산 (250m)
2008년 10월 02일 목요일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 평성저수지를 만날 수 있다. 저수지 둘레엔 의자가 놓여 있어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유료낚시터로 활용된다. /여경모 기자 ◇산길이 한눈에 보이는 '개인지도' = 산책로는 내서읍 중리삼거리의 현대아파트 뒤편으로 오르는 코스와 호계리 코오롱아파트 정문 맞은편 입구가 일반적이다.
코오롱 아파트 쪽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다향 꽃집' 옆길이 입구다. 출입구 팻말이 없지만 등산객이 오르내리는 곳이라 쉽게 찾을 수 있다. 등산길에서도 표지판은 없다.
5년째 구봉산을 오르는 동네 주민 김환국(가명 요청)씨와 함께 올랐다.
아침 출근 전에 매일 산에 오른다는 그는 자신만의 산행 지도까지 그려 다니는 열혈등산인이다. 묘지부터 길의 특징까지 세세하게 적어 A4용지 2장에 축소해 가지고 다닌다.
산에 막 들어섰는데도 깊은 산속에 온 듯한 느낌이다. 이유를 찾아보니 키 큰 나무들이 아치형의 그늘을 만들면서 깊은 숲 속에 온 듯한 분위기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무줄기는 다이어트를 잘했는지 가늘어 사방의 빛이 잘 스며든다. 아침뿐만이 아니라 여름 등산하기도 딱 좋다.
◇누구의 손수건일까 = 10여 분을 지났을 때쯤 작은 봉우리에 도착했다. 10여 기의 운동기구가 잘 정비되어 있다. 한쪽 구석에는 큼지막한 거울이 있다. 운동을 하고 나서 단련한 근육을 자랑스럽게 거울에 비춰보라고 설치해놓은 것 같다.
해발 낮고 아파트촌 가까워 '인기' …소나무 숲길 시원
출근시간에 늦지 말라고 시계도 설치되었는데 비에 젖지 않게끔 전기 계량기통에 넣은 벽걸이 시계가 앙증맞다. 의자 밑에는 고운 손수건이 떨어져 있다. 땀을 닦고 나서 흘리고 간 모양이다. 살짝 의자 위에 올려놓고 출발한다.
작은 봉우리를 지나자 내리막길이 펼쳐진다. 진달래 나무가 길가에 많이 심어져 있다. 김씨는 어릴 적 먹을 것이 없어 진달래꽃잎을 사정없이 먹다가 체한 이야기를 해준다. 열혈등산인 김 씨가 자기가 직접 그린 지도를 보며 길을 확인하고 있다.
산도 목마르지만 등산객도 목이 마를 시점이다. 목이 말라오기 시작한다. 김씨는 등산 시간이 짧아 물이 필요 없을 정도라고 소개해서 물을 챙기지 않았지만 어떤 산이든 산을 오를 때는 물을 챙기는 것이 기본이다.
◇'상록과 단풍' 두 개의 산길 = 산길을 둘러보니 소나무가 천지다. 솔잎 3개가 한 묶음인 리기다소나무는 죽죽 뻗은 모습이 모델처럼 줄지어 서 있다.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가 즐비한 등산코스다. 다른 등산 코스도 한곳 추천을 해달라고 하자 김씨는 주저 없이 지도를 꺼내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동서병원과 서광 2차 아파트 길 건너편에서 올라오는 길이 있는데 이 길은 가을 단풍이 한창일 때 오르는 것이 좋다. 대부분이 활엽수라 단풍이 아름답게 핀다. 경사길이 조금씩 있지만 단풍구경에 그만이다." 구봉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내서읍.
구봉산 산악회 회원들이 철저히 관리 중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내서 풍경은 길을 가로지르는 여러 고속도로를 배경으로 마산시내보다 현대적인 느낌이 강하다. 여성 등산객은 대부분 천막 바깥에서 삼삼오오 모여 훌라후프나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직진 하면 마재고개로 넘어가는 길과 중리 현대아파트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출근을 걱정한다면 올라갔던 길로 다시 내려오는 것이 좋겠지만 시간 여유가 있다면 코스를 바꿔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구봉산 숲길은 은은한 솔잎 향기가 일품이다
저수지에 안개라도 피는 날이면 주위에 신선이 살기라도 하는 듯하다. 정상에서 저수지로 내려오는 길은 고운 흙을 일부러 깔아놓은 듯 보드랍다. 아니나 다를까.
김씨는 "한창 구봉산 길을 돌아다닐 때는 저수지 가는 길은 항상 신발을 벗고 걸어다녔다"고 말한다. 돌 하나 튀어나오지 않은 길이 신발을 벗으라고 유혹한다. 간혹 나무뿌리가 솟아오른 곳에 걸리지만 않는다면 신발을 벗어보기를 권한다.
정상서 저수지 가는 부드러운 흙길 맨발로 걸어도 그만
평성 들판에 물을 대고자 가둔 물이 평성 저수지다. 근처 안성 웅덩이(소류지)와 함께 근처 논밭에 물을 대는 저수지다. 저수지 둘레로 의자가 많이 놓여있다.
낚시를 즐기는 이들에게 유료 낚시터로 활용되고 있다. 저수지 중간에 물고기 한 마리가 폴짝 뛰어오른다. 저수지는 한 바퀴 둘러볼 수 있게 산책코스도 있어 시간 여유가 있다면 한번 둘러보길 권한다.
◇가을 평성 들판 = 저수지를 내려오면 평성 들판이 펼쳐진다. 벼는 수확을 앞두고 낟알이 무르익고 있다. 올해의 풍작을 말해준다. 길옆으로 쫓겨난 잡초들이 벼 이삭을 질투하고 있다.
군데군데 국화재배단지도 보인다. 마산 국화축제에 선보일 요량인지 개화를 얼마 안 남겨두고 있다. 찬바람이 불어온다. 국화의 꽃잎이 메밀 꽃처럼 하얀 눈으로 보이기 시작하면 아침등산의 절정에 오른다. 들판에서 무르익는 벼를 스쳐 촌길을 따라 걷다 보면 출근하기가 싫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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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마산 내서 구봉산 산책로
2005년 07월 30일 토요일 ‘나무 하나 잘 자라면 커다란 그늘이 된다/ 무더운 하늘이 무섭지 않다/ 나무 하나 손 내밀어 속삭이듯 고백하기를/ 나는 너와 더불어 숲이 되고 싶다/ 더불어 숲 더불어 숲~’ ( 민중가요 ‘더불어 숲’ 중에서.)
구봉산 산책로는 도로를 따돌린다
구봉산 산책로 입구는 마산시 내서읍 호계리 코오롱타운 정문 맞은편과 현대아파트 뒤편에 있다. 코오롱타운 맞은편에는 표지판이 없지만 들고나는 사람들의 옷차림으로 위치를 알 수 있다. 입구부터 산책로 중간 중간에 표지판이 없는 점은 줄곧 아쉽다.
소나무들이 하늘을 가리는 숲길 시원해
좁고 깊은 길. 곧장 소나무들이 산책로를 에워싼다. 하늘을 가리는 숲길이 시원하다. 초입부의 길은 마산~함안 국도와 방향을 같이 한다. 걸음을 따라오는 도로의 소음으로 알 수 있다. 끈적끈적한 도시처럼 따라붙는 소음은 차츰차츰 작아진다. 길이 구봉산 정상을 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입구에서 10분 뒤 첫 휴식처가 나왔다. 운동기구가 있는 너른 터다.
너른 터에서 산책로의 좌우를 둘러본다. 역시 빌딩 숲의 도심보다는 길의 왼쪽 산 속의 산에 눈길이 더 간다. 평성리 여러 마을과 저수지가 그 속에 있다.
평성리 일부는 지금 회성동에 있는 마산교도소의 이전지로 세간에 알려져 있다. 그 일로 행정기관과 주민이 마찰하고 있다. 산 속의 산이라 해도 인간 세상의 분쟁에 매여 있는 셈이다. 산책로 곳곳에 평성리와 연결되는 작은 길이 있다.
왜 저렇게 온몸을 감싸는지
다시 구봉산 정상을 향하기 시작하는 산책로. 너른 터를 지나 길은 도로와 방향을 완전히 달리 했다. 소음과도 등을 졌다. 산은 높아졌고, 길은 깊어졌다. 걷는 동작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몸은 스스로 편안하게 힘을 뺀다. 한여름 폭염을 피해 이른 오전 산을 찾은 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나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수고 많습니다”. 산을 내려가면 사람들은 그렇게 인사하지 않는다. 산에서 사람들은 그걸 알고, 더더욱 인사한다.
그렇게 30분. 왜 이리 쉴 곳이 나오지 않는지, 조바심이 들 즈음 구봉산은 자연스레 정상을 내준다. 200m 안팎의 높이다. 코오롱타운 맞은편 산책로 입구에서부터 1.5㎞ 가량 걸어왔다. 정상은 더욱 너른 터에 갖가지 운동기구가 있다. 정상에 모여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종이 없다. “마재고개(마티고개)까지 안 가볼 거야? 한 시간이면 족해”, “더운데 뭐 하러 가? 혼자 갖다 와”. “방금 두 사람 부부야 뭐야?”, “아니라던데, 부녀지간이런. 산 속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속세다.
대부분 온 몸을 감싸는 여성들의 등산 차림은 이렇게 엉뚱한 호기심을 부르기도 한다. 때가 여름인지라 많은 여성이 피부 보호를 위해 얼굴에다 목, 팔 다리까지 스카프나 수건으로 감싼다. 이 차림은 여름에 한정된 것만이 아니다. 숲 속에서 온 몸을 감싸는 차림의 실익이 어떤지 궁금했다.
창원의 하해홍 피부과 전문의는 “산에는 꽃가루나 나방처럼 접촉성 피부염 요인이 많다. 기미나 검버섯 예방을 위해서도 피부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너무 감싸면 탈수현상이 생길 수도 있지만 최대한 가리는 게 피부에 좋다”는 이야기였다. 쩝쩝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