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오래된 정원"을 읽고...

[이청향]

어제밤엔 이슬비가 촉촉히 머리를 적시더니
이 아침의 햇살은 참 밝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라 하였나요...
불현듯 전 참새가 되어서 이 아침의 햇살을 쫓으며 조잘조잘거리고 싶어지더니...
이리 참지 못하고 점심녘의 나른함을 입으로 피워올려볼랍니다.
마침 작년 이맘때 적어두었던 독서감상문이 있으니 잘 되었습니다.^^

처음 인터넷 세계에 발을 디딜 때 그 사이버라는 말 때문인가요...
많이 경계하였고 그 공허함을 들여다보며 마음을 잡히지 않으려 조심조심하였습니다.
헌데, 알고보니
꼭 컴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현대생활에선 이미 그 가상이란 공간이 실생활을 거의 점령하고 있었음을 보았습니다.
영화, TV드라마, 소설이라는 것들...
그들은 간접경험으로 견문과 지적 상황판단력을 길러주리라는 기대치보다는
그 등장인물들을 쫓아 그 화면 속의 주인공이 되어 함께 울다 웃으며
어느새 가상공간에 젖여드는 유희의 매력이 더 컸음을...
차라리 인터넷 상에서는 자신이 그려가는 자신의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참여 속의 가상이 되겠으나
영화 드라마의 가상은 주어진 틀 속에 수동적으로 따라가다 "아!"하고 끝나는
토픽감이었질 않은가?
정작 더 경계해야할 것은 그것들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제 현 경계를 뛰어넘는 있는 그대로가 아닌 꾸며지는 연출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준거의 틀을 고수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전 이렇게 오늘도 화면을 앞에 두고 화장을 하고 있습니다.


*화장(化粧)*


날마다, 날마다
덩그란 거울을 앞세워
내 얼굴을 대하는
내 심사를, 그대는 알아요?

밤마다, 밤마다
고적한 window를 열고서
빈 가슴을 흘리는
내 심사를, 그대는 알아요?

내가, 내 보임으로써
구태여 그대의 욕구를
끄을려 함은 아니언만

내가, 내 꾸밈으로써
혹시나 그대의 관심을
잡으려 함은 아니언만

절대 아니언만.

그래도, 난 날마다 거울을 봅니다.
그래도, 난 밤마다 window를 엽니다.



작년에도 이맘때 친구 결혼이 있었고
그 왔다갔다의 도중에서 황석영님의 "오래된 정원"을 읽었습니다.
일년이 지난 간격 속에서 나를 건너다보는 맛이 즐겁습니다.
여전히 똑같은 무게로 부딪쳐오는 문제가 있고, 뒤안으로 흘러간 것도 있고... 흐음!


갈뫼?
으음~, 지금 갈뫼에 가면 여전히 순천댁 아줌마가 계시고
교장 선생님 댁 뒤로 한윤희와 오현우의 추억이 서린 집이
그 모습 그대로 있을까?
화실로 쓰던 한 귀퉁이에 중년의 한윤희와 삼십초반의 오현우가 그린듯
그 선연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줄까?
오현우가 출감하고 4박5일었던가 묵고 있을 때만 해도
한창 개발 붐으로 공사중이었는데...
그래서 현우가 읍내 다방에서 정희에게 전화를 걸 때만해도
다리 밑 공사판에서 커피배달 시키는 것을 듣기도 했었는데...
어쩌면 김승옥님의 "무진기행" 그 무진이란 공간처럼
갈뫼 역시 우리의 상상 속 공간으로만 존재하고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인기 영화나 드라마의 그 배경이 되는 곳을 찾곤 한다는데
전 별 흥미가 없었지요.
사실 비디오나 TV를 습관적으로 보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 자체에... 아니 소설책에도
감흥을 받지 못하는 저였지요.
군 제대하기 전까지만 해도 열렬히 소설을 읽기도 했었습니다.
쉽게 그 소설의 주인공과 저를 동일시할 수 있었거든요.
그 만큼 자신만만했고 패기가 있었으니...
소설의 주인공에게 전 말하곤 했었지요.
"잠시만 기다려라, 너의 삶이 곧 나의 삶이 되리니... 음~하하하!"

제대하고부터는 전공서적이나 취업전선을 준비하기 위해 소설은 멀리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 순간
소설은 소설이고, 영화는 영화, 드라마는 드라마였을 뿐이죠.
더이상 그 주인공들과 저를 동일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그들이고, 그들의 삶과 이야기는 소설속 영화속 드라마속 삶과 이야기였을 뿐
내 삶과 이야기는 그들의 삶과 이야기에 아무리 취해본들 돌아보면
여전히 그자리 그대로...
내가 그들의 삶을 더 많이 읽고 보고 느낀다고
바로 내 삶이 달라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잠시의 대리만족이 있을 뿐이었고
그렇다고 그들로 인한 간접경험으로 삶을 바라보는 안목이나 시각이
넓어지거나 깊어진다고도 할 수 없었지요.
이미 어느새 난 나만의 안목과 시각의 틀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의 경험을 보면서 더욱 공고히 다져가거나 방어벽을 세우고만 있었으니까요.
단지, 명상집이나 시집 수필집으로 내 정신을 세수해보며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래된 정원에서 다른 사람들처럼 그 배경이 되는 갈뫼란 곳을 동경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이 실제공간이든 소설 속 가상공간이든
한윤희와 오현우가 함께 했을 갈뫼에는 한 번 가보고 싶더랍니다.
그러나, 그냥 가슴 속으로 아스라이 떠오르는 공간으로 남기는 게 더 아름다울 것이란 생각도 했습니다.
그 개발붐 속의 갈뫼는 지금쯤은 많이 변색되지 않았을까...
굳이 제 가슴 속에 담겨있는 갈뫼의 환영을 깨기가 싫더구만요.


11월 중순 처음 책을 접할 때
제 자신이 주경야독하면서 도전하던 것에서 쓴 물을 마시고
막막하고도 암당한 심경에 있었지요.
내 어깨에 꿈과 이상을 지고 가는데 그 무게가 새삼 힘겨웁고
갈 길이 너무 막연하였습니다.
뭐랄까요? 더이상은 내 옹고집일 뿐이라는 자괴감...
다시 사회의 한 귀퉁이에서 그냥 또 살아지는 길을 가야하나...
그러자니 지금까지 해온 시간이 아깝고 끝을 보지 못하고마는 신세가 싫은데...
그리 갈팡질팡 갈피를 못잡고 있었습니다.

그런중에 도서관에서 '오래된 정원'을 빌려다 보게 되었습니다.

따옴표 하나없이 참 쉽게도 쓰셨구나!
헌데, 왠걸! 굳이 따옴표로 생각과 대화를 구분해놓을 필요조차 없이
묘사면 묘사 대화면 대화 생각이면 생각
그 모든 것이 생생하게 살아있었습니다.
보통 배경이나 소품 등의 묘사는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위한
무대적 장치로서 인물을 뒷받침해주기 위한 역할이 전부였습니다만
이 '오래된 정원'의 묘사 하나 하나에는
그 이면의 이야기들이 스며있었고
그 언급되는 소품 하나 하나가 그 곡절을 애절한 시선으로 제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숨결이 배인 소품들이 이루어내는 배경은 줄거리 구성에 기여하면서도 또한 독립적으로
그 자체에 스며있는 애끓듯 담아보내는 숨결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묘사 하나하나가 서리서리 살아나와서는 저를 묘하게 흡입하고 있었습니다.

18년간 정치범으로 복역하였던 오현우가 출소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었지요.
화장실까지도 허락을 구하며 다녀야 했던 무기수가 감형을 받아서 나오며
사회생활을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의 기묘한 우울과 기피.
한 인격체가 자신의 자유의지를 저당잡힌 채 18년간 타의에 의해 길들여졌던 생활!

아!
내 비록 복역자는 아니나
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그냥 이대로 살아지는 길을 간다면
그것이 또한 내 스스로의 감옥생활이 아니겠는가?
철창에 부딪치며 피흘리는 한이 있더라도
내 꿈과 이상을 위한 내 의지의 삶이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닐까?
난 너무 안이했다.
꿈과 이상에는 목숨을 담보로 했어야했다!
넌 지금까지 네 목숨을 담보로 이루려한 적 있었던가?
......
......


그렇게 오현우가 출소하는 장면 속에
책을 가슴에 얹고는
내 내면의 울림을 들으며 나락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그렇게 깊은 나락으로 젖여들며 달게 잠을 잤었다.
몸도 마음도 한결 개운해져 다시 책을 붙잡았는데...
왠지 더 읽어가기가 두렵고 망설여진다.

5.18광주의 피맺힌 한 위에 민중을 짓밟고 등장한 5공화국의 검은 얼굴을 폭로하는
민주화투쟁 전선에 젊음을 받치는 그네들의 삶과
오로지 내 안의 각성에 매달리며 게으름과 발심, 나태와 심기일전의
밀고 당기는 끝나지 않는 혼자만의 줄다리기에 허둥대는 나의 삶이
대비되어
나를 몰아세우기에 두렵거나 망설여진다 하기에는
이미 매몰차고 두꺼워진 내 얼굴이다.

내가 두려워지고 망설여졌던 이유는
오현우가 주동적 수배자가 되어 잠수타면서 만나게 되는 한윤희,
그 둘이 피어내는 갈뫼에서의 오붓한 이야기들 때문이다.

그즈음 나는 마지막 미련으로 남았던 불씨를 홀연히 태워서는
하늘하늘 날려보냈노라며 야속하나마 후련한 자유로움이라고 스스로를 도닥이고있었다.
여름날 한줄기 소나기처럼
이 가을 불시에 찾아와서는 그리 붉게 물들여놓고는
휑하니 뒷모습을 보여주던...

모든 것을 인연의 흐름 속에서 관하고자 하는 나는
한마디 말도 없이 그냥 그렇게 멍하니 바라보며 애써 웃음만 짓고는
'그래! 너와 나의 연이 여기까진데... 잠시라도 내 안에 정박하여
내 불씨를 남김없이 살라주어서 그것만으로 고맙구나.'하며
남아있는 향기를 하얀 손수건에 수놓아 손흔들며 보내주고 있었다.

그렇게 내 안을 비워내고 있었는데...
갈뫼에서의 오현우와 한윤희의 이야기는 또다시 내 안에 불씨를 틔울 것 같았다.
스무살 겨울 내 욕망이 부르는 대로 일기장에
내 사랑방정식의 세트장을 서투른 글로 그려본 적이 있었는데
오현우와 한윤희는 갈뫼에서 그 일기를 좀 더 섬세하고 현실감있게 풀어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난 또다른 욕망과 바람이 불씨를 떨구고 지나갈까
책읽기를 미적미적거리며 그 갈뫼의 입구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그리 미적미적거리면서 출퇴근의 생활 한쪽 구석에 밀어두었던 '오래된 정원'
화장실에 들어갔다가는 일을 보지 못하고 나온 심정이랄까...
항상 내 뒷통수를 따라 다닌다.

친구의 결혼식 인천에 가야한다. 대전에서 기차로 2시간, 부평까지 전철 1시간.
서울에 있을 때 시골집을 다녀가려면 보통 3시간 반을 기차에서 보내야한다.
몹시 지루하기에 좌석을 예매한 경우는 전날밤 마음껏 날을 샌다.
그리곤 기차에 올라서면 무료할 시간없이 내내 잠을 잔다.
예매하지 않았을 땐 책 한권을 가지고 오른다.
책을 보다 차창을 보다 그리 사색의 여운에 젖다보면 피곤한 줄 모른다.
'그래 기차안에서 가고 오며 읽으면 되겠군!'

정말 오랜만의 외출.
사람들의 물결 속에 기차에 오르고 그리 기차 안 인파에 묶여서 실려가는 상행.
전에는 이 많은 인파 속 개개인 모두가 익명의 섬이였고
그 서로가 알지 못하는 익명으로 내 무뚝뚝한 표정이 자유로왔는데...
문득
'여기에도 카페의 회원이 있지 않을까?
(제가 하나 열렬히 활동한 카페가 있었거든요.^^)
카페에서 산울림이란 닉네임으로 잔뜩 겉멋을 부렸다가는
이 기차 안에서 잠시라도 인상을 쓰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 카페식구라면
그 얼마나 부끄러운 표리부동함이더냐?'
전에 느꼈던 인파 속 익명성이 깨지고
어쩌면 이 낯선 사람들이 내가 그리 개구지게 생각을 나누었던 사람들일 수 있으림을...
그리 생각하니 바짝 자세가 더 반듯해지고 올곧한 내 모습을 견지하게 된다.
평소에 아무리 '신독'이라며 홀로있을 때 삼가하고자 하였으나
쉬이 허물어지는 자세였는데
카페에서 나를 나누게 됨으로 군중 속의 익명이 보장되지 않으림을 느끼자
더욱 반듯해지는 나를 보면서 속으로 웃음이 흐르기도 한다.
'카페에서 처음보는 님들에게도 아무 꺼리낌없이 답글을 개구지게 올리기도 하였건만
역시나, 이 기차 안 처음보는 이들에겐 시선조차 주지를 못하고 있구나.'
다만 오래된 정원으로 고개를 쳐박고는 옆눈 한번 흘려내지 않는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속박당한 채 18년간 그 연인과도 생이별하고
육체와 정신의 형극 속에 유배되었던 오현우!
객관적으로 보자면 가슴 애려오는 불행 속의 주인공이나
난 왜 오현우가 한없이 부럽기만 한지...
비록 독방의 절절한 형극 속일지라도
초라해지고 힘없어 볼품없을 그일지라도
그 잃어버린 세월을 이야기하며 메꾸어주는 포근한 가슴으로 안아주는
언제라도 파고들어 안겨들 수 있는 연인이 있었다는 것이...
그 기다림이 그를 흔들거나 아프거나 슬프게 하지도 않으며
모든 걸 감내하고 그 모습 그대로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는
그만의 여인이 있다는 것이
난 너무 샘이 나고 부러웠다.

만약 오현우가 이 말을 들었다면,
눈에 핏발을 곤두세우고 덤벼들겠지...
기차 안에서 옆 시선들 몰래 몰래 눈시울을 붉게 적셔가면서
오현우가 찬란하게 슬프면서도 행복한 남자라고 부러워했다.
그 부러움의 시선은 시대의 아픔이나 그 젊은 열사들의 부르짖음엔
고개를 외로 꼬며 살짝살짝 비켜서간다.
마치 오래된 공룡의 화석을 보는 것처럼
어느 과거의 시간 시대 동안 퇴적된 지층을 분석해주는 표준화석을 보듯
시간의 때를 덧씌우며 박물관에 잘 안치된 기념비처럼 유물화시키려하는 나를 본다.
그러면서 '무임승차'란 스스로의 시각에서 놓여나고자 하고 있었다.

어쩌면 난 민주화투쟁 전선에 그리 뛰어든 것이 그들의 행복을 희생하면서도... 라기 보다는
정의적 투쟁 자체에서 얻어지는 가치지향적 자긍을 위한 그들이 선택한 자신의 행복추구였지 않았을까...
생각도 했었다.
오현우와 한윤희의 애뜻한 사랑 이야기는
그 투쟁하는 사람(오현우)들도 서민적 삶을 그리면서 소박하고도 소탈한 안락한 삶속에서
그들의 삶을 소담하게 가꾸고자 했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들의 기질이 남달라 투쟁사적인 슬릿을 만끽하고자 하였던 것은 아니라는 것.
보다 평등하고 공평한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서
그 소박하게 피어나는 서민적 안락함을 등지고 떨쳐일어섰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국가권력이나 집단의 횡포가 소박한 서민적 그리움을 18년간 어떻게 짓밟았는지...
오현우가 투쟁을 선택했기에 그의 서민적 삶이 보장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치부하고 지나간다면
우리는 저항력을 잃고 끝없이 소수 지배집단의 노예로 있을 뿐이란 것을...


그렇게 그 저항력에 대해 애뜻한 시선을 보내면서도
작가는 이희수를 등장시키며 사상과 이데올로기 그 시스템이라는 것이
정말 아름다운 세계를 보장하겠는가?
인간을 목적으로 잉태된 사상과 이데올로기가 다시 인간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지 않은가?
가장 기본이 되어야할 것은
인간으로부터 출발할 것이며 다시 인간으로 귀착되어야하지 않겠는가?

우리들의 가슴에 던지고 있었다.

수천만리 떨어진 존재... 멀리 아주 멀리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기에... 참으로 아름다운 운명의 존재들...
멀리있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걸까...

.....산은 나의 몸과 마음을 정화시킨다. 산은 동시에 거대한 숲이다.
산을 오를땐 모든 걸 두고 오른다. 모든것으로부터 거리가 생긴다.
거리는 우리를 구원하고 무엇이든 사랑하게 만든다.
모든것은 거리를 두면 아름다워보인다....
시간이 그렇듯이...
시간적 세월과 공간적 거리는 같은 차원이다.
산에 오르며 나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나 자신으로부터조차 자유로워짐을 느낀다
....<영겁 그리고 찰나 中에서>...........

거리는 우리에게 망각의 공간과 시간을 주며 기억으로 대상을 바라보게 합니다.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이란 영화가 있었지요... 그렇게 기억이란 우리의 편의대로 색깔대로
대상을 재배치하는 습성이 있는 것일까요... 그것이 시간과 공간 그 거리가 주는 미학인가 봅니다.
그렇듯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화면을 마주한 채 시간과 공간의 거리를 엄연히 두고선 만남니다.
그 거리는 우리의 만남을 걸러내어주는 깔대기 같은 넉넉함을 부여해주기도 합니다. 또한
컴리셋증후군이라 하였던가요... 사이버의 만남은 과거와의 연속적인 관계에서 해방되어
뚝 떨어져선 전혀 다른 환경과 인물 속에 처음부터 새롭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의 이미지를 가꿀 수 있으며
그 이미지가 다른 님들의 가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는 매력이
저 밤하늘의 별처럼 서로를 반짝 반짝 초롱하게 대할 수 있게 하는가 봅니다.

한 곡의 노래가 순간에 활기를 불어 놓을 수 있고,
한 송이 꽃이 꿈을 일깨울 수 있고, 한 그루 나무가 숲의 시작일 수 있다지요...
하나의 씨앗을 꼭 품어 그 '빚'의 받침 위에 심으면
빚은 빛이 되어 퍼지겠지요... 한 가지 희망이 우리의 정신을 새롭게 하고, 한 사람의 인생이 세상에 차이를 가져다 줄 수 있다 하는데...
'빚'을 "빛"으로 가꾸는 것은 시간에 있지 않고 우리의 맘에 달렸다고 합니다. ^^

2002. 11. 30.

[하늘]

고맙습니다. 청향님,,, 귀한 글을 나눠주시니 그저 감사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삶에서 만나가는 색깔이고, 모양이고 향이겠지요. 이 모든 것들이,,, 늘 평안하소서~!!!

[지심행]

오래된 정원 소설 한권 읽었네요 덕분에..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