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침·뜸 봉사에 賞도 罰도 주는 행정
조선일보 / 김성민 기자 / 2009.12.18
강남구청에선 '자원봉사상' 수여
경찰은 "불법"이라며 출석 통보
8일 오전 9시 26분 A(67)씨에게 문자메시지가 왔다. "접수번호 제2009013023호 사건이 접수되었습니다." 그는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부터 침·뜸 봉사를 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불안한 이야기가 돌던 터였다.
오전 10시 3분, 오후 2시 25분에도 비슷한 문자가 왔다. "무면허 의료행위 조사예정. 불출석시 체포영장 수배됨." 그런데 정확히 12분 후인 오후 2시 37분, 다시 한번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강남구자원봉사자대회 500시간 은배지 수상을 축하합니다. 꼭 참여 바랍니다." 그는 "한쪽에서는 벌(罰)을 주겠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상(賞)을 준다니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고 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그는 대기업 건설회사 임원을 지내고 중소 환경관련 설비업체 이사로 일하다 2006년 퇴직했다. 노후에 보람있는 일을 찾던 그는 침·뜸 시술을 알게 됐다. 췌장암으로 세상을 뜬 친구가 마지막까지 받던 치료였다.
"침뜸으로 가족이나 친지들을 도와야지…." 그는 2006년 12월 구당 김남수 옹(翁)이 만든 단체 '뜸사랑'에 등록했다. 2007년 11월 18일 뜸요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자격증은 국가공인이 아니지만 봉사활동에 필요했다.
당시에는 국회, KBS, 감사원,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마사회 등에서 침뜸 봉사실이 운영되고 있었다. 그도 서울시 강남구 선릉 부근에 있는 마사회 봉사실에서 침뜸 봉사를 시작했다.
그는 "의료법상 침뜸시술이 불법인 걸 알았지만 무료봉사는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봉사 지원 단체가 마사회와 강남구자원봉사센터라는 것도 그를 안심시켰다. 그는 2008년 1월부터는 강북의 봉사실에서 침과 뜸을 놓았다.
그는 지난 4월 16일 처음 경찰 조사를 받았다. 혐의는 한의사 자격증 없이 불법의료행위를 했다는 것이었다. 경찰조사 후 그는 기소중지됐다. 헌법재판소에서 의료법 제27조 1항에 대해 위헌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그는 또 경찰 수사대상에 포함됐다. 이번에는 대한개원한의사협회의 고발 때문이었다. 경찰은 선릉 마사회 봉사실을 덮쳐 진료기록차트를 압수했다. 그 차트에 A씨가 2007년 11월에 시술 후 기록한 것도 있었다.
그는 "선릉봉사실에는 안 나간 지 2년 가까이 됐는데 그것이 걸린 것"이라며 "악법이라고 생각하지만 현행법상 불법이니 당연히 조사에 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황당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경찰의 출석 통보를 받은 날, A씨는 강남구자원봉사센터로부터 자원봉사에 대한 은배지 수상 소식을 들었다. 그는 "똑같은 사안을 가지고 정부기관이 대하는 태도가 극과 극"이라며 "말 그대로 황당하다"고 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강남구청 관계자는 "자원봉사상 선정 기준은 9월 말로 고발이 들어오기 전"이라며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을 당했다고 해도 이제껏 해왔던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단정 짓기도 그렇다"고 했다.
아직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봉사는 인정한다는 것이다. 강남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앞으로의 활동 여부는 법적인 판단에 따라 하겠지만 이전의 실적은 인정해 드려야겠다는 차원"이라고 했다.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의료법 27조 1항 논란은 진행 중이다.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이 조항의 위헌 여부는 내년 1월쯤 나온다.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은 "침·뜸 봉사가 현행법상 위법이지만 헌재의 결정이 나 봐야 확실히 알 수 있다"며 "그냥 조사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 외에도 128명이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자원봉사시간 1000시간을 달성해 금배지를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은 한 뜸요법사(62)씨는 "병 주고 약 주는 말도 안 되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라고 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달 17일 "의료행위는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국가의 검증을 거친 의료인에 의하여 행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첫댓글 정말 울고 싶습니다. 전 배워서 외국 가야겠어요... 불법은 아닌데에 가서 해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