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계 황룡동굴 -중국 문학기행
김윤자
산 전체가 굴이라는 사실은 굴을 나와 좁다란 농로를 걸을 때 덩치 큰 거먹 황소를 바라보면서였다. 장가계 마을 들녘은 허름한데 등 뒤 오롯이 솟은 산, 땅 아래 세계 어둠의 혼은 빛보다 예리한 두뇌로 생명의 장을 연출하고 억겁의 시간을 소슬한 고독으로 다스려온 지하의 우주는 완벽했다. 하늘빛 걸음으로 들어온 지상의 손님을 스무 명씩 태운 보트가 암벽 사이 깊고 긴 호수를 달려 심장부로 데려갈 때, 이미 굴의 한계는 넘었고 이천 개의 돌계단을 걸어 오르는 길목마다 질서와 법칙에 한치도 어긋나지 않는 아름다운 순응으로 삶과 죽음과 사랑을 이어가는 돌순무리의 영롱한 진실은 오감을 정지시키는 완전한 향기였다. 한국의 어느 산 하나 뚜껑을 열면 저토록 여문 동굴, 장엄한 함성을 만나질까.
장가계 황룡동굴-시와 글사랑 200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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