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위에서가 아닌 바다 위에서의 안전을 위해 시계를 만들어야만 했던 시대적 상황에 대한 설명이 재미있다. 한번 쯤 궁금하게 여겼을 일 - 예전엔 바다위에서 어떻게 길을 찾았을까? - 에서 시작한 시계발전의 역사를 한 사람을 중심으로 하여 소설형식으로 재미있게 얘기하고 있다. 올칼라 시계사진, 지도사진들도 큰 볼거리.
전직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 과학부 기자로 다수의 수상 경력을 지니고 있다. 소벨은 《디스커버Discover》, 《라이프Life》, 《뉴요커 Newyorker》, 《하버드Harvard》, 《오드본Audubon》 등 유명 잡지에 현재 진행중인 과학 연구와 과학의 역사에 관한 글을 기고해 왔다.
소벨의 책 『경도Longitude』는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2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경도』는 미국 예술 문학 아카데미에서 수여하는 'Harold D. Vursell Memorial Award', 영국의 'Book of The Year', 프랑스의 'Le Prix du Faubert Coton', 이탈리아의 'll Premio Mare Circeo'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경도』를 통해 소벨은 미국 지리학회 회원 자격을 얻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이어 『갈릴레오의 딸Galileo's Daughter』을 발표. 역사의 뒤안길에 남은 인물들에 대한 새로운 기록들을 뛰어난 문장과 성실한 자료 조사를 통해 계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전세계 출판계에 깊은 인상을 주었다. 현재 뉴욕 주 이스트햄프턴에서 살고 있다.
1964년 출생.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및 영문과를 거쳐 미국 마이애미 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으며 역서로는 『브라질』(존 업다이크)『도둑 신부』(마거릿 애트우드)『총,균,쇠』)(제레드 다이아몬드)『홀로 천천히 자유롭게』(찰스 핸디)『악마의 시』(살만 루시디)등이 있다.
해리슨이 1722년경에 완성시킨 탑 시계는 지금도 브로클스비 공원에서 시간을 알리고있다. 벌써 270년이 넘도록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것인데 1884년 먼지를 닦아내려고 정지시켰을 때 잠시 쉬었을 뿐이다. 잘 만든 키이스에서 마찰없는 톱니바퀴 장치에 이르기까지 이 시계는 제작자가 훌륭한 목수였다는 사실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예를 들자면 이 시계의 내부 기계는 윤활유 없이도 움직인다. 애당초 기름칠이 필요없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윤활유를 쓰게 마련인 부품들을 모두 유창목을 깎아서 만들었고 열대산의 이 단단한 나무는 스스로 기름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해리슨은 습도가 높을 때 녹이 슬 것을 염려하여 시계내부에무쇠나 강철을 일체 사용하지 않았다. 금속이 꼭 필요한 곳에는 황동으로 만든 부품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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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처럼 뒤얽혀 있는 경도의 선들, 무수한 사연들…그 실타래들을 차례로 풀다보면 인공위성 네트워크를 통해 순식간에 배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이 시대에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전혀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1995년 데이바 소벨의 『경도』가 출간되어 세계적인 갈채를 받았을 때 독자들이 아쉬워한 점은 단 하나뿐이었다. 즉 삽화가 들어 있지 않다는 것. 그런데 이제 데이바 소벨에게 이 책을 쓰는 계기가 되었던 경도 심포지엄을 조직하고 주최한 바 있는 윌리엄 앤드루스가 새로 합류해 이 빼어난 이야기에 풍부한 삽화를 담아 도해판으로 탄생시켰다.
『경도』는 17·18세기의 가장 까다로운 과학적 난제를 해결해 가는 장엄한 탐구의 과정을 말과 그림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 위대한 탐험 시대의 뱃사람들은 경도를 측정할 방법도 없이 바다에 도전했다. 그러다 보니 승무원과 화물을 한꺼번에 빼앗기거나 느닷없이 나타난 암초에 걸려 침몰당하는 일들이 매우 잦았다. 해양 국가들의 무수한 생명과 재산이 이 문제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해결책을 장려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효과적인 방법이나 장치를 내놓는 사람에게 큰 상을 주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액수가 가장 컸던 것은 1714년 영국 의회가 제정한 20,000파운드의 상금이었다. 당시 과학계는 ― 갈릴레이에서 아이작 뉴턴 경까지 ― 하늘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으면서 이 문제에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존 해리슨이라는 사나이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을 만들어냈다. 해상에서 정확한 시간을 유지해 경도 문제를 해결한 시계, 즉 오늘날의 크로노미터였다. 경도상을 타기 위해 ― 더 정확하게는 경도상과 경쟁하기 위해 ― 40년 동안이나 이 문제에 매달렸던 한 사나이의 시련과 역경은 이 책의 절정이다.
경도 문제와 해리슨의 시계는 과학뿐 아니라 음모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함께 담겨 있다. 역사학, 지리학, 천문학, 항해술, 시계 제작술, 그리고 인간의 야망과 탐욕 등 그중의 어느 것에라도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이 책에서 수많은 보석들을 발견할 것이다. 정치, 경제, 역사, 사회, 문화 등 그야말로 17, 18세기를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경도』에는 본문과 함께 윌리엄 앤드루스가 엄선한 178장의 그림을 곁들였다. 그중에는 본문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의 초상화도 있고 지도나 설명도도 있으며, 특히 존 해리슨의 시계를 비롯한 각종 과학 기구의 사진들이 포함되어 있다. 앤드루스가 덧붙인 정연한 설명은 각각의 그림에 얽힌 과학적·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또 하나의 인상적인 경도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데이바 소벨의 이야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야말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전자식 디지털 시계가 지천으로 널려 있는 오늘날에 시계의 정확성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째깍째깍 낭만적인 소리를 내는 기계식 시계의 정확성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그런 시계는 누가, 언제, 무엇을 위해 개발했을까?
뉴욕타임스 과학기자 출신인 데이바 소벨이 발굴해낸 18세기 시계 개발의 역사는 뜻밖에도 장거리 항해에서 배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한 ‘경도(longitude)’ 측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소위 ‘해상시계’라고도 하는 크로노미터가 바로 얼마 전까지 사용되던 기계식 시계의 원조였고, 영국은 그런 하찮은 시계 덕분에 세계를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녀가 1995년에 발표했던 내용에 월리엄 앤드루스가 찾아낸 귀중한 사진 자료를 더하여 1998년에 다시 발간한 도해판(‘The Illustrated Longitude’)을 옮긴 것이다. 자세히 읽지 않고 마치 박물관의 화보집처럼 고급스럽게 인쇄된 사진 자료만 보아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익숙하지 않은 전문 용어 때문에 어려웠을 번역도 훌륭하고, 원가 절감 때문인지 요즈음 우리 출판계에서는 완전히 잊혀져 버린 듯한 ‘찾아보기’도 반가웠다. 그러나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주제인 만큼 우리말 제목에 ‘해상시계의 역사’라는 부제를 달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소벨은 해상시계 개발의 역사를 존 해리슨이라는 괴팍스럽기는 하지만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발명가를 중심으로 흥미롭게 설명하였다. 그러나 발명가의 인생 역경에 초점을 맞춘 단순한 전기가 아니라 그런 발명의 원동력을 제공해준 시대적, 과학적 배경과 함께 기술 개발과 사회 제도와의 관계까지 폭넓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독특하다. 그렇지만 그런 접근법 때문에 훌륭한 발명가의 삶이나 해상시계의 구조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모두 희생되었다는 점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책의 절반은 해상시계가 출현하게 된 시기에 유럽의 시대적 상황과 장거리 항해 기술에 대한 설명에 치중되어 있다. 주로 농업이나 주술적 의미로 이해되던 천문 관측이 해상 항해에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가에 대한 비교적 자세한 설명이 돋보인다. 당시에 일부에서 제기 되었던 기상천외한 발상을 소개한 5장 ‘교감의 가루약’은 첨단 과학 속에서 온갖 사이비 과학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되어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신대륙 발견으로 대서양을 통한 교역이 늘어나면서 원시적인 항해술 때문에 일어나는 해상 사고는 어쩔 수가 없었고, 그로 인한 막대한 인명과 재산 손실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등장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1714년 앤 여왕은 정확한 경도 측정 방법을 개발한 사람에게 거액의 상금을 약속하는 ‘경도법’을 공포하였고, 뉴턴을 비롯한 과학자까지 포함된 경도심사국을 설치하게 되었다.
10장 ‘다이아몬드 시계’에 이르기까지는 존 해리슨이 해상시계를 개발하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오로지 혼자서만 일을 했던 그의 개인적인 성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개발 과정이나 그 과정에서 그가 겪었던 개인적인 어려움이나 성취감에 대한 기록보다는 해리슨이 만들었던 4개의 해상 시계에 대한 설명이 중심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그의 해상시계에 대한 정보도 그렇게 자세한 것은 아니어서 역시 훌륭한 사진을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아쉽다. 천체 관측법에 대한 설명도 단순히 그런 방법을 사용했었구나 하는 정도를 알려주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11장 ‘물과 불의 시련’에서부터는 30여년의 긴 세월에 걸친 외로운 노력으로 걸작품을 완성한 위대한 발명가가 정치적 음모와 비겁한 술책 그리고 개인적인 야망으로 가득한 ‘진짜 세상’과 싸워나가는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갖게 될 부분일 것이다. 유서 깊은 가문에서 태어나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훌륭한 왕실 천문학자로 성공했지만 개인적인 야망에 사로잡힌 매스컬린 목사가 목수의 맏아들로 태어나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했던 ‘기계공 나부랭이’ 해리슨을 끊임없이 모함하고 괴롭히는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서부 영화를 연상하게 한다. 십여년이 넘는 외로운 투쟁에 지쳐버린 해리슨 앞에 국왕 조지 3세가 등장하는 장면은 이야기의 절정임에 틀림이 없다.
얼마 전 새로운 각도에서 갈릴레오의 일생을 조명한 ‘갈릴레오의 딸’로 우리에게 소개된 소벨의 이 작품도 역시 발명가의 전기에 대한 새로운 형식으로 보인다. 비록 깊이 있는 설명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장거리 항해와 관련된 다양한 과학적, 기술적 측면이 고르게 소개되어 있어서 교양 과학 서적으로 일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널리 쓰이고 있는 위치 측정 방법인 인공위성을 이용한 GPS까지 소개된 점에서 더욱 그렇다. 또한 해리슨의 쓰라린 경험이 정부 주도의 기술 개발이 일반적인 우리 사회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라는 점에서 값진 교훈을 남겨준 이야기라고 하겠다.
--- 조선일보 책마을 01/8/25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인류를 지배하는 시간. 그 시간은 곧 경도이며, 그 기준은 영국의 런던 중심부로부터 7마일 떨어진 그리니치의 구(舊) 왕립 천문대를 관통하는 본초자오선이다.
하지만 경도 0을 뜻하는 이 본초자오선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상상의 선이다. 1884년 국제 자오선 회의에서 그리니치 자오선이 세계 기준으로 확정된 후에도 프랑스인들은 27년 동안이나 그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정치적인' 선이기도 하다.
신간 『경도』는 그 경도와, 경도의 정확한 측정을 가능케 한 해상시계(크로노미터) 의 발명에 얽힌 과학과 정치적 음모, 그리고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이다. 뉴욕 타임스 과학부 기자 출신으로 『갈릴레오의 딸』 등에서 뛰어난 문장력을 보여줬던 데이바 소벨의 글과, 하버드대의 과학 유물 전시실 큐레이터인 윌리엄 앤드루스의 풍부한 도판 및 꼼꼼한 사진 설명이 이상적으로 배합돼 대중 과학서의 모범답안을 제시한다.
기원전 3세기부터 우리의 세계관을 종횡으로 가로지르기 시작한 위도와 경도. 15~18세기 지리상의 발견 시대에 항해를 떠나는 배들이 많아지면서 지구상의 위치를 알려주는 지표인 이 상상의 선들은 인류에게 더욱 중요해졌다.
하지만 바다에서 경도를 판정하는 일은 너무나 어려웠다. 당대 최고 수준의 바다 지도와 나침반을 갖추고 있던 위대한 선장들도 예외없이 길을 잃고 헤매다가 괴혈병과 갈증, 암초와의 갑작스런 충돌 등으로 악몽을 겪어야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714년 영국 의회는 경도상을 제정하고 2만파운드라는 거금을 내건다. 그렇지만 갈릴레이에서 뉴턴에 이르기까지 하늘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많은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 때 등장한 존 해리슨이라는 한 독학(獨學) 시계공. 그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정확한 시간을 유지하는 시계를 발명함으로써 마침내 위업을 달성한다.
하지만 이 무명의 '기계공 나부랭이' 는 경도상을 받기까지 무려 40여년간 정치적 음모와 학문적 중상모략, 국제적 전쟁, 경제적 격변 등을 겪으며 자연과학계의 유력인사들과 외로운 투쟁을 벌여야 했다.
이렇게 18세기 유럽을 생생히 되살려놓은 이 책은 "역사학.지리학.천문학.항해술.시계 제작술, 그리고 인간의 야망과 탐욕 중 어느 것에라도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수많은 보석을 발견할 것" 이라는 미국의 한 신문서평이 그다지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 성공적인 저작물이다.
--- 중앙일보 행복한 책읽기 01/8/25 김정수 기자
“시간은 원래 존재하던 것이 아니라 인간이 발명해 낸 것이다.” 책 『경도』는 시계의 발명으로, 즉 인간이 만들어낸 시간으로 인해 가능해진 많은 일들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경도』는 17세기 18세기의 가장 까다로운 과학적 난제인 경도 측정법을 탐구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과학사 책이다. 정확한 시계가 나오기 전 과학자들은 위도와 함께 지구상의 위치를 나타내는 좌표인 경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경도를 정확히 알면 안전한 항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천문학적으로 풀려고 노력하던 과학자들은 실패를 거듭해왔다.
이 난제는 무명의 시계공 존 해리슨이 세계 어디에서나 정확한 시간을 유지하는 정밀 시계를 만들어내면서 해결된다. 『경도』는 해리슨이 오차 없는 정밀한 시계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과학적 상식이 부족하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해리슨과 당시 과학자들의 불꽃 튀는 경쟁과 풍부한 도판이 독서의 지루함을 달래준다.
--- 문화일보 북리뷰 01/8/24 전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