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여름방학이 되면 방학숙제를 하기 위해 숲을 찾아가 곤충채집을 하던 기억이 난다. 향기로운 나뭇잎 냄새를 맡으며 몰랐던 곤충들을 알게 되고 평소에 자주 가지 않는 숲속의 친구들을 만나던 그 때가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 그 때 내게있어 숲의 이미지는 거대한 창고와 같은 것이였다. 게다가 지저귀는 새들과 숲 위로 내렬앉은 이끼위에 기어다니는 곤충들은 늘 관심 대상이였다. 나는 오늘 거대한 창고 속에 사는 친구들을 다시 만나 보았다. 그러나 지금껏 숲에 사는 생물과 나무에 관심은 많았지만 쉽게 볼 수 없어 숲의 신비에 대해 미처 몰랐던 부분이 많았음을 깨달았다. 게다가 숲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었다. 아직도 내겐 숲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상상만 해도 흥미진진하다. 그런 의미에서 "열두달 숲 이야기"는 숲의 12달 변화 과정과 숲의 신비속에 감춰진 법칙과 함께하는 도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처 몰랐던 부분과 궁금했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마치 숲의 능력을 다 알고있는, 숲 속 깊숙한 곳에 사는 마술사가 풀어내는 듯한 대화를 듣는 기분이다. 게다가 그의 표현력이 놀랍다. 특히 실사와 같은 일러스트가 눈길을 끈다. 일러스트는 실제 숲에 들어가서 그 속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들여보는 것 같다.
"열두 달 숲 이야기"는 숲을 직접 들여보는 것 만큼이나 생생한 그림과 예시가 풍부하다.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인용자료나 삽화의 차원을 넘어선 그림이 무척 인상적이다. 흔히 과학잡지나 티비에서 보여주던 생생한 장면을 포착한 듯 사실적인 그림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데 아름다운 숲속 세상을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된다. 눈 덮힌 산 속에서 겨우내 양식을 묻어둔 땅을 파헤치는 다람쥐의 미세한 털 하나, 가문비나뭇잎의 잎맥 하나도 섬세하게 그려져있다. 실제로 숲이 남긴 자국과 설명이 곁들어있어 지금의 숲이 어떤 상황인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내겐 숲에 사는 동물 식물 뿐만 아니라 작은 곤충과 나무들까지 하나하나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주 작은 생명체 하나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를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숲의 계절 변화를 보며 우리 눈에 띄지 않게 숲도 사계절을 나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함을 알 수 있었다. 변해가는 숲, 그리고 알 수 없었던 것들을 모두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였으니까... 그토록 넓은 숲의 공간을 각자의 사연이 있는 장소에 보금자리를 만들며 둥지를 트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특히 1월에 보던 앙상한 나무가지에서 싹이 트고 잎을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며 마치 숲이 직접 쓴 일기를 보는 듯 했다.
특별히 생각 해 볼만한 문제들을 다시 떠올리며 도서는 숲의 가치 또한 새로이 일깨워 주고 있었다. 숲의 밤과 병든 나무의 이야기는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우리 눈에 띄지 않는 숲의 모습도 다시 보게 했다. 사람들의 욕심으로 병들어 가는 숲과 나무들을 보면서 인간도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고 반성해야 할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 같다. 숲은 우리에게 무한한 가치를 선사하는데 왜 인간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숲을 망가뜨리고 숲의 모든 것을 뺏어가려 하는지... 사람들에게 주기만 하고 한없이 베풀기만 하는 나무였는데 사람들의 욕심으로 점차 시들어 가는 모습을 보며 무척 안타까웠다. 결국 숲의 소중함을 몰랐을 때를 반성하고 숲의 파괴도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과제임을 깨달아야 할 때 같다.
우듬지, 빽빽한 나뭇잎과 가지 틈, 얇고 두꺼운 나무 껍질 사이까지 보금자리로 활용하고 스스로 숲을 관리하는 공동체 생활을 하는 숲의 모습을 보며 무척 감동을 받았다. 흙 아래로 뿌리를 내리는 나무들도 수분이나 양분공급을 위해 서로 경쟁하기도 하고 강한 뿌리가 튼튼한 지지대가 되어 큰 나무를 받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서로 돕고 도움받는 숲의 모습에서 큰 교훈을 얻었다. 숲이 왜 중요한지, 숲은 우리에게 어떤 장점을 주는 지 다시 깨닫게 된 도서이다. 우리 어린이들도 이 도서로 숲에 유익한 면을 본받았으면 좋겠다. 언제나 우리의 가까이에서 활기를 주는 숲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