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 12일 본당 설립 110주년을 맞이하는 제주교구 서귀포본당(주임 김귀웅 신부)의 설립 110주년 기념 '정월대보름 소공동체 한마당 축제'가 2월 28일 열렸다.
윷놀이, 투호놀이 등 흥겨운 한마당의 들뜬 분위기 속에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행사를 지켜본 이들은 110년 신앙의 역사를 이어 받아온 강을선(루치아·76)씨, 고한전(루돌프·75)·강무선(체칠리아·73)부부, 한재평(알렉산더·72)씨 등 서귀포본당 설립 2세대들이었다.
유아 세례를 받은 고한전씨는 "일제시대, 제주 4·3 사건, 6·25 전쟁 등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신앙을 유지해온 서귀포본당이 110주년을 맞는 게 가슴 벅차다"고 했다.
그만큼 서귀포본당은 설립 초기부터 겪어온 시련의 신앙을 가슴깊이 품고 있었다. 피할 수 없는 시대의 고통은 온전히 본당의 몫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10대 주임신부였던 라이언 신부가 투옥돼, 3년 동안 기도로서 신앙을 이어가야 했고, 일본 사람들에 의해 성당이 강제 폐쇄되는 수모도 겪어야 했다. 해방을 맞은 후에는 공산주의자들의 횡포로 신자들을 무참히 죽이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증조할머니 때부터 신앙을 이어왔다는 강을선씨는 "광주 형무소에 갇힌 라이언 신부님께서 어떠한 강압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신자들은 신앙에 대해 더 확신할 수 있었다"고 소회했다. 6·25전쟁이 끝난 후에도 시련은 계속됐다. 신변에 큰 위험은 없었지만 모두 가난했고, 깊게 뿌리내린 제주도 남쪽의 토속신앙 안에 복음을 전하는 것도 버거운 일이었다.
어둡고 힘겨운 시절을 잘 견디며 110년 간 신앙의 향기를 지역사회에 전해온 서귀포본당. 본당은 이러한 신앙의 역사를 기리고자 올 한 해 다양한 110주년 기념행사를 마련한다.
11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오충윤(야고보) 회장은 "한논성당(현 서귀포본당)을 전통 초가집 성당으로 복원하고, 서귀포성당에서출발해서 천지연, 면형의집(구 홍로본당), 서귀복자성당, 서귀포성당으로 돌아오는 총 12km거리의 성지순례 올레길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110주년사 발간과 함께 성지순례, 예술제 등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10.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