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마이클 커티즈(Michael Curtiz) 출연 : 빙 크로스비(Bing Crosby), 로즈마리 클루니(Rosemary Clooney), 대니 카에(Danny Kaye) 음악 : 어빙 벌린(Irving Berlin)
전쟁 중 미군 진영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병사들의 조촐한 쇼가 한창인데 이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사령관은 사단장 웨이벌리 장군에게 군기 확립을 명한다. 하지만 내일이면 다른 부대로 전출 갈 예정인 웨이벌리 장군은 사령관을 따돌리고 병사들과 오붓한 시간을 갖는다. 쇼가 끝날 무렵 적의 공습에 건물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월레스 대위(빙 크로스비 분)를 구한 데비스(대니 케어 분)는 그것을 인연으로 전쟁 후 콤비로 무대에 서게 된다.
파라마운트의 클래식 무비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사랑과 감동을 주는 뮤지컬 드라마로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이다.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거리에 울려퍼지는 캐롤송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함께 당시 유행했던 뮤지컬을 감상할 수 있다. 1954년 개봉 당시 전미 흥행 1위에 올랐던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카사블랑카>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던 마이클 커티스가 감독을 맡았고 <홀리데이 인>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고 모두 여덟 차례에 걸쳐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헐리웃 영화음악에 큰 획을 그은 어빙 벨린이 음악을 맡아 영상과 음향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냈다. 특히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팝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고 있는 명곡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불멸의 가수이자 명배우인 빙 크로스비와 대니 케어 콤비의 화려한 춤과 노래는 뮤지컬의 진수를 느끼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빙 크로스비의 하얀 겨울 이야기
'White Christmas'
이대희(대구 MBC-FM 골든디스크/ 추억지킴이)
어느새 또 한해의 막다른 골목길 12월이다. 낙엽더미 수북하게 쌓인 길모퉁이 작은 레코드 가게에서는 어김없이 때 이른 캐럴이 흘러나오고 있다. 세월따라 설레임이 다 물 건너 간 때문일까? 크리스마스의 환상 보다는 접어야 하는 또 한해의 살림살이가 착잡하기만 하다. 깊은 한숨을 막 토해 낼 즈음, 귓가에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감미로운 목소리가 있다.
빙 크로스의 'White Christmas' 늘 이맘때면 저무는 한해의 아쉬움과 허허로움을 달래주는 포근한 목소리가 아니던가. 낡은 스피커 아래에서 까닭도 없이 분주했던 발걸음을 잠시 멈춘다. 팽팽하게 당겨져 끊어질 듯 조급했던 마음도 그 소리 따라 느슨하게 풀어지는 것만 같다.
“꿈속에 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또 다시 돌아 왔구나!”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하얀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의 풍경을 꿈꾸게 한 노래였다. 그리고 출판된 지 64년이란 세월을 지나면서 팝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사랑 받고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20세기 초엽이었던 1903년. ‘헤리 릴리스 크로스비’라는 본명으로 태어나 고등학교에서는 연극부에 들어 가 배우를 꿈꾸었고, 대학에서는 위대한 법률가가 되고자 했었다. 하지만, 천부적인 끼는 어쩔 수 없는 것인지. 공부는 꽝이요, 음악은 몸살 나게 좋았다. 머리에는 법전의 ‘법’자도 안 들어오고 온통 콩나물시루만 가득 찼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20대 중반에 보드빌 쇼단의 프로 싱어가 되고, '내노라'하는 악단을 떠돌면서 최고의 가수로 떠올랐다. 유명 가수의 배우 겸업이 통례였던 당시에 그는 자연스럽게 영화계로 진출했고, 12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는 최고의 스타가 되기도 했다.
'캐럴 중의 캐럴'로 손꼽히는 'White Christmas' 역시 최고의 가수이자, 명배우가 남긴 불후의 명작인 것이다. 어빙 벌린이 작사, 작곡을 하고 빙 크로스비가 부른 이 노래는 처음 42년에 발표된 것이었다. 그 해 12월의 미국 전역은 온통 이 노래로 하얗게 뒤덮여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한달도 안 되는 크리스마스 대목으로 본다면 그야말로 뜻하지 않은 '대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노래라고해도 어쩔 수 없는 시기성을 띤 '시즌 송'이고 보니, 또 다시 불려지기까지에는 꼬박 1년이란 세월이 필요했고, 잘 된다 싶으면 너도 나도 들고 일어 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했던지라, 같은 곡을 부르는 가수들이 줄을 섰고, 비슷한 캐럴들이 때를 만난 듯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니, 차츰 시들해 질 수 밖에. 그렇게 몇 해가 흘러, 원곡이 누구 곡이고, 누가 먼저였던지 헷갈리기 시작 할 때쯤 1954년에 'White Christmas' 란 흑백영화가 개봉된다.
바로 이 영화에서 벽난로를 뒤로하고,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하는 '빙 크로스비'와 '로즈마리 쿠르니'가 함께 기막힌 이중창으로 불러주는 'White Christmas'가 화면 가득히 펼쳐지면서 관객들은 이내 그 노래 원 주인과의 만남을 반가워하며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노래도 영화 역시도 그야말로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봇물 터진 캐럴 시장에서 잊혀질 랑 말랑하던 빙 크로스비는 '캐럴 황제'의 명예를 회복했고, 영화는 때를 맞춘 개봉으로 관객이 밀어 닥쳤다.
정확히 55년 12월 24일. 빌보드 차트에는 13년 만에 이 노래가 다시 'Top 10' 히트를 기록한 것이다. 이 때부터 'White Christmas'의 세계적인 캐럴 명곡 시대가 펼쳐지면서 수많은 기록들을 남기게 된다.
빙 크로스비의 원곡은 55년부터 62년까지 매년 12월의 히트 곡으로 빌보드 차트에 재등장 했고, 싱글 판매는 5천만 장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기네스북에서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 하는 캐럴'로 기록하고 있고 42년 발표 이후에 최소한 1억회 이상 리메이크 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42년 이후로 현재까지도 매년 한 차례 이상 오리지널 앨범이 재발매 되고 있으며, 빙 크로스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이 노래는 64년이 지난 지금도 각국의 인기 차트에 오르고 있다. 또한, 미국의 음반 협회가 선정한 '역사적인 20세기의 노래' 가운데, 1위 주디 갤런드의 노래 'Over The Rainbow'에 이어서 2위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한 사람의 대중가수가 이룩한 업적으로는 너무나 놀라운 기록들이다. 가수이면서 유명 배우였고, 쇼 프로그램의 진행자이기도 했던 20세기 가장 성공한 멀티미디어 스타 빙 크로스비' "골프를 치다가 그린 위에서 영원히 잠드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농담처럼 말하던 그는 77년 스페인 마드리 골프장에서 그의 말처럼 퍼딩 중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는 때만 되면 우리 곁에 생생한 목소리로 다시 돌아오곤 한다.
이제 곧 여기저기에서 들려 올 캐럴과 함께, 또 다른 골목길 어딘가에서 그리운 추억의 목소리를 만나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