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운동(Hi-Five)을 하자
주택법과 이자제한법이 관련 상임위를 통과하여 입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집값 폭등에 대처하기 위해 수도권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와 상한제를 도입하고 배보다 배꼽이 큰 사채업자들의 영세민 수탈을 막기 위해 40% 이자제한을 하는 것은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국민들의 생활현실을 바꾸기에는 턱 없이 모자라다. 일종의 극히 일부분의 응급처방 수준이다.
그렇다면 산적한 한국사회의 현안문제를 풀어나갈 방도는 없는가? 국민들이 정부정책을 신뢰하지 않고 민주화가 되면 세상이 좋아질 줄 알았는데 실망만 주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생활의 변화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정책발표는 거듭됐지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생활환경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민주화세력과 우리사회의 발전을 염원하는 이들은 차제에 깊은 고민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지난 10여년처럼 금융실명제, 의약분업, 주5일제처럼 큰 변화를 만들어낸 정책을 추진했으면서도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일관성 있게 작업하지 못하여 부작용과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IT 성과 이외에는 이렇다할만한 산업정책을 제시하고 성과를 내는데 실패했다. 이런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문제점은 명분이 있거나 추상적인 차원의 정책에는 국정운영의 책임자들이 관심이 높지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에는 사건이 터져야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프로그램은 대개 고위관료들이 집행의 책임을 지고 있는데, 이들은 역대 정권에서 행정관료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고위직이 될 수록 국민생활과 멀어지고 특권층화한 경우가 많다. 이들이 국정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게 되면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없는 정책들이 양산되고 만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의 성과와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한다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중국의 추격으로 풍전등화 위기상황에 빠져들고 있는 한국경제의 현실을 해결할 방도도 찾아질 수 있다. 해답은 언제나 멀리 있지 않은 법이다. 하지만 세계 10위권을 자랑하는 한국경제가 중국이 추월하자마자 한국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은 소수의 기업 이외는 없을 것이고, 실업자의 급증과 심각한 사회문제로 위기상태가 된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떻게 되겠지, 지금까지도 잘 돌파해오지 않았느냐 등등. 그런 말도 틀린 건 아니다. 그러나 요행에 우리 7천만 겨레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 우리가 비상한 결단을 해야 한다. 대권경쟁과 정쟁에 나라 전체가 영일이 없는 사이, 중국경제는 한국경제를 넘어서려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비상한 시기에 우리의 에너지를 모아 몇 개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여러 과제들이 있지만, 일단 이 문제를 풀어야 한국사회의 활로가 개척되고 국민생활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그 사업은 무엇인가. 첫째는 경제회생책과 일자리 확보다. 둘째는 전면적인 행정개혁, 셋째는 교육혁신, 넷째는 복지정비와 생활안정, 다섯째는 국민건강과 의료제도 구축이다. 그저 막연히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규제를 풀고 세금을 줄이겠다는 선심성 정책만으로 한국경제에 활로가 열어지겠는가. 이미 많은 시간을 놓쳤지만, 지금이라도 당장 아직 중국이 추월하고 있지 못한 부품소재분야에 집중투자하고 금융과 의료 등에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성장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고, 내수시장의 침체와 일자리 확보도 가능하다. 이 작업은 행정에 대한 전면적 쇄신 없이는 비효율과 낭비구조를 수술하지 못하고 변화작업에 필요한 재원도 확보할 수 없다. 또 현재의 공직시험 준비에 모든 것을 바치고 사교육비에 국민생활이 휘청거리는 현행 교육풍토를 그대로 둔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양극화와 고령화사회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복지체제의 획기적인 정비와 국민건강을 위한 탄탄한 의료체계 구축작업이 병행돼야 비로소 국민들의 닫힌 마음이 열린다. 그래야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갈 수 있다. 하이-파이브운동이 우리의 활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