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서 부동산 전문 사기단 설쳐
신분증 위조해 주인행세…다른 사람에게 임대해 보증금 챙겨
최근 김해지역에서 아파트 임대를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 사기단이 설치고 있어 경찰의 단속이 요구된다.
이들 사기단은 실제 집주인의 운전면허증을 위조해 가짜 주인행세를 하면서 아파트를 세입자에게 임대하는 방법을 통해 거액의 전세보증금을 챙겨 달아나는 신종 부동산 전문 사기수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들은 부동산 중개업자까지 속이려고 여러 부동산 중개업소를 끌어들여 실제 집주인인 것처럼 현혹시키는 방법도 사용하고 있다.
한 부동산에서는 아파트 전세물권을 알아내 실제 주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 신분증을 위조하고 나서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이 아파트를 다시 다른 사람에게 임대 놓는 수법을 이용해 돈을 챙기고 있다.
27일 김해 장유지역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ㄱ씨와 ㄴ씨는 최근 이들 사기단에 걸려 하마터면 억대의 피해액을 갚을 뻔 한 일을 당하고 손사래를 쳤다.
ㄱ씨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30대 후반인 ㄷ씨와 40대 후반인 ㄹ씨가 자신의 부동산 중개업소로 찾아와 은행에 저당이 잡히지 않은 아파트 중 보증금이 최대한 싼 월세 아파트가 나온 게 있느냐고 물었다.
때마침 집주인이 인천에 사는 39평짜리 대동 앙코르 아파트가 나와 있어 소개를 했다. ㄱ씨는 실제 집주인인 ㅁ씨에게 곧바로 연락한 결과 보증금 1000만 원과 월세 70만 원에 계약하도록 통보를 받았다.
이후 임대차 계약을 위해 집주인 ㅁ씨의 운전면허증을 팩스로 받아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사기범들은 회사에 제출해야 한다, 은행대출에 필요하다는 이유를 대며 집주인의 운전면허증 팩스 사본을 복사해 줄 것을 ㄱ씨에게 요구했다.
ㄱ씨는 일상적으로 그런가 보다 하고 별다른 생각 없이 집주인의 면허증 사본을 복사해 줬다. 사기단 일당 중 40대 후반인 ㄹ씨는 이 사본을 이용, 집주인의 면허증에 사진만 바꾸고 나서 실제 주인인 것처럼 감쪽같이 속였다.
집주인과 주민등록번호가 같고 사진도 실물이다 보니 집주인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아닌 경우 아무도 의심할 리가 없었다. 사기범들은 완전범죄를 위해 집주인에게 8월까지 월세금 70만 원도 2회에 걸쳐 착실하게 송금시켜 의심을 피해왔다.
이후 이들은 위조된 신분증을 이용해 본격적인 사기행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 17일 ㄴ씨가 운영하는 장유지역의 또 다른 한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다. 이들은 중개인 ㄴ씨에게 현재 사는 아파트를 1억 원에 전세를 놓아 달라고 요청했다. 중개업자 ㄴ씨는 이들에게 전세를 놓으려면 아파트 등기필증을 가져 오라고 요구했으나 사기범 ㄹ씨는 등기필증은 인천에 있는 집에 놔두고 왔다며 대신 위조된 면허증을 보여 줬다.
중개업자는 별 의심 없이 때마침 전세를 구하던 50대 후반의 여성에게 이 아파트를 소개했고, 이 여성은 지난 20일 계약금 1000만 원을 사기범 ㄹ씨에게 지급한 후 중도금 7000만 원은 25일까지 송금하기로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중개업자 ㄴ씨는 이들이 아파트 전세 과정에서 등기필증도 보여주지 않고 중도금도 통장으로 송금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집주인으로서의 행각에 여러 가지로 의심 가는 점이 많아 중도금은 직접 부동산 중개업소로 와서 받아가라고 요구했다.
이후 ㄴ씨는 이들이 실제 집주인인지 확인하고자 처음 이 아파트 소개했던 부동산 중개업자 ㄱ씨를 찾아가 이들 사기범과 실제 집주인의 얼굴을 대조했다. 이 과정에서 가짜임을 밝혀내고 곧바로 김해경찰서 장유지구대에 신고했다.
중개업자 ㄱ씨와 ㄴ씨는 사기단을 잡고자 중도금을 받으려고 이들이 지난 25일 ㄴ씨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들이 나타나자 이날 경찰에 인계했다. ㄴ씨는 "하마터면 고스란히 1억 원을 날릴 뻔했다. 이들 신종 아파트 사기범의 수법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이들이 경찰에 인계되고 나서 김해지역 다른 부동산을 상대로 같은 수법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행위가 많다고 자백함에 따라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서민을 상대로 한 파렴치범들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경찰의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해지역에는 700여 업소가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남도민일보 ; 2008년 08월 27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