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장산(雲長山·1126m)은 조망대다. 금강 남쪽으로 뻗은 금남정맥의 최고봉이자 해발 평균 고도 260m인 진안고원의 지붕이다. 전북의 가운데쯤에서 높게 솟아 있다. 이런 모든 조건이 운장산을 높은 조망대로서의 위치로 뒷받침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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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 일렁이는 바다처럼 느껴지는 진안 일원의 산봉들. 거대한 바위로 이뤄진 운장산 서봉은 전남뿐 아니라 충남?경남지방의 산들이 보일 만큼 뛰어난 조망을 자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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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망대라면 그럴 만한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 우선 동으로는 운장산맥이라고도 일컫는 산줄기를 뻗으면서 복두봉(頭峰·1007m)과 기암괴봉 절경을 이룬 구봉산(九峰山·1002m)을 일으키고, 그 뒤로 멀리 덕유산을 든든한 장벽처럼 세워 놓았다. 그리고 서로는 연석산(硯石山·925m)을 솟구친 다음 남으로 방향을 틀어 대간을 향해 뻗어나가고, 북으로는 금남정맥의 정기를 이어간다. 바로 이들 산줄기 뒤로 전북, 충남, 경남의 명산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덩치가 크다보니 그곳에서 발원한 물줄기 하나하나가 큰 위치를 차지한다. 운장산에서 비롯된 물줄기들은 산줄기를 기준으로 전혀 다른 곳으로 흘러든다. 금남정맥을 기준으로 북서쪽으로 흐르는 용연천 물은 대아저수지에 괴었다가 만경강으로 흘러들고, 북동쪽 물줄기는 동쪽으로 꺾였다가 북쪽으로 휘면서 주자천을 이룬 다음 용담호로 스며들면서 금강 상류를 형성한다. 주자천 중류는 골이 워낙 깊어 낮의 반은 구름이 가려 햇볕이 반나절도 들지 않는다 하여 운일암반일암(雲日岩半日岩)이라 불리기도 한다.
운장산은 조선조 선조 때 8대 문장가 중 한 사람이자, 이곳 운장산 기슭에서 귀양살이하다 죽은 송익필(宋翼弼·1534-1599)의 자(字)에서 산이름이 유래됐다지만, <대동여지도>와 <동국여지승람>에는 주줄산으로 나와 있다. 구슬처럼 아름답고 높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산이름은 산이 여럿 겹치고, 줄줄이 늘어선 산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만큼 크고 깊은 산이 운장산이다.
구름 운 자, 길 장 자를 쓴 이름 때문은 물론 아니겠지만, 이 운장산에서는 맑은 날을 만나기 쉽지 않다. 이 산이 위치한 진안고원은 연중 강우량이 한반도에서 가장 많은 제주에 비해 뒤지지 않을 정도이고, 그 때문에 툭하면 비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친다.
운장산의 이런 지형적·기후적 특성은 늘 변화무쌍한 자연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등산인들에게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산행기점이 이미 해발 500m에 이르러 높이에 비해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는 점이 초보자를 유혹하기도 한다.
(한필석 월간산 기자 pshan@chosun.com )
운장산은 전북 도청 소재지인 전주 가까이 있으면서도 자연미가 살아 있는 산이다. 이는 대중교통편이 불편한 까닭이기도 하지만, 산줄기가 사방으로 갈래친 데다 산세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운장산은 북쪽 진안군 주천면 대불리 기점과 남쪽 부귀면 궁항리 기점이 주등로인데, 북쪽 등로를 이용하는 이가 훨씬 많다. 만항치를 사이에 두고 운장산 서쪽에 솟은 연석산 역시 궁항리 등로가 있으나 그보다 산 서쪽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 코스가 더욱 인기 높다.
운장산맥 동단에 솟은 구봉산은 주천면 운봉리 윗양명 원점회귀 코스를 따르는 것이 정석으로 굳어져 있다. 건각들은 운장산맥이라 일컫는 연석산~운장산~구봉산 종주산행을 최고의 코스로 꼽는다. 각 산별로는 모두 당일에 여유있게 끝낼 수 있지만, 종주산행은 이른 시간에 시작해야만 해지기 전에 산을 내려설 수 있다.
운장산은 산줄기 남쪽 26번 국도변인 진안군 소양면 화심리 일원에 온천단지가 조성돼 있어 온천산행지로도 이름 높다. 지나는 길에 기암괴봉인 마이산도 관광 삼아 들러볼 만하다.
■가장 대중적인 대불리 기점 운장산 코스 : 진안군 주천면 대불리는 운장산을 대표하는 산행 기점으로, 55번 지방도 상의 피암목재에서 금북정맥을 타고 활목재를 거쳐 서봉 정상에 올라선 다음 주봉과 동봉을 거쳐 동봉 북릉을 따라 내처사동으로 내려서는 코스가 거의 정석으로 통한다. 독자동계곡을 따라 활목재로 오를 수도 있으나 피암목재 길에 비하면 찾는 이가 많지 않다.
금북정맥 구간은 시작부터 된비알이 애를 먹이지만 20분쯤 지나면 경사가 완만해지면서 정상부와 연석산과 원등산(713m) 등 진안 일원의 산봉들이 좌우로 웅장하게 솟구치며, 등뒤로 금북정맥 양옆으로 진안과 금산 일원의 산봉들이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들면서 잔잔한 감흥을 일으킨다. 특히 독제봉(獨帝峰)이라고도 불리는 서봉 정상의 조망은 일품이다.
동으로 덕유산에서 육십령과 백운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과 더불어 그 안쪽의 고산준령이 또다시 가슴 벅차게 하고, 이름 그대로 말귀인양 마이산 쌍봉이 쫑긋거리며 반갑게 맞아준다.
하산은 대개 주봉과 동봉을 거쳐 북릉을 타고 내처사동으로 한다. 동봉 북릉은 가파르고 숲에 가려 조망은 신통치 않지만 상단부 얼레지 군락과 하단부 낙엽송숲이 인상적인 호젓한 능선이다. 주변 산세를 둘러보며 쉬엄쉬엄 걷고 산정에서 점심 식사까지 마치더라도 4시간이면 넉넉하다.
■연동 마을 연석산 코스 : 연석산 산행 기점은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와 진안군 부귀면 궁항리 2곳에 있으나, 전주에서 노선버스가 닿는 사봉리 기점 원점회귀 산행이 주로 이루어진다. 사봉리 일원은 가을이면 나무마다 빨간 감이 매달리는 감나무골 같은 곳이다.
산행은 사봉리 연석사 들머리에서 정상부 중앙을 가로지르는 연동골로 들어서다 계곡 갈림목에서 왼쪽 길을 따라 남릉으로 올라서거나, 또는 곧장 올라 남서릉을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데 대개 금남정맥인 남릉을 따라 정상에 오른 다음 남서릉으로 하산한다.
금남정맥 상의 주봉인 925m봉과 917m봉 2개봉으로 이루어진 정상에 서면 활처럼 휜 만항치 능선 끝에 우뚝 솟구친 웅장한 운장산 서봉과 남으로 귀를 쫑긋대는 듯한 마이산이 인상적으로 보인다. 산행은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기암절벽 일품인 구봉산 코스 : 구봉산은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바위와 노송이 어우러진 9개의 봉우리가 능선을 따라 솟구치며 절경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연꽃처럼 피어오른 산’이라 극찬을 받으면서도 산 아래서 보면 정상으로 오를 틈이 없을 정도로 암팡지고도 험난한 바위산이다.
구봉산은 주천면 운봉리 윗양명 원점회귀 코스를 따르는 게 거의 정석. 진안과 금산을 잇는 725번 지방도 변의 윗양명 구봉산 주차장에서 1봉과 2봉 사이의 안부로 올라선 이후 제9봉까지 가는 사이 아슬아슬하면서도 짜릿한 구간이 여러 차례 나오지만, 조망 명소에서 덕유산을 비롯한 동쪽 일원의 산봉을 바라보며 걷노라면 어느 샌가 제9봉을 넘어 정상에 올라선다. 제9봉 너머 안부 갈림목에서 정상인 천황봉까지는 매우 가팔라 체력 소모가 많으니 힘이 떨어진 사람은 여기서 하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6봉과 7봉 사이 안부에도 천황암과 저수지를 거쳐 윗양명 마을로 빠지는 길이 있다.
하산은 남동릉을 따르다 ‘천황사 2.7km, 운장산 9.7km, 복두봉 3.3km, 구봉산 0.6km’ 안내판을 지나 바람재 갈림목에서 왼쪽 사태 길을 따르도록 한다. 안전로프가 설치돼 있는 이 길을 따르면 저수지를 거쳐 윗양명 마을로 내려선다. 계속 능선길을 따르다 천황사로 내려설 수 있으나 사찰에서 꺼리고 교통편도 불편해 바람직하지 않다. 5시간 정도 걸리고, 식수는 산행 전 준비하도록 한다.
■연석산~운장산~구봉산 종주 코스 : 백두대간을 제외한다면 전북 일원에서 가장 장쾌한 능선 종주 코스로 꼽을 수 있다. 산행은 대개 연석산에서 구봉산 방향으로 한다. 일렁이며 뻗어나간 운장산맥과 멀리 덕유산 조망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연석산과 운장산 서봉 사이의 만항치 구간, 동봉과 1087m봉 사이의 각흘목재 구간이 진이 빠지게 하지만 그 밖에는 완만하게 이어져 큰 힘 들이지 않고 주파할 수 있다. 준족일지라도 8시간 이상 걸리는 힘든 산행 코스로, 오전 일찍 산행을 시작해야 어둡기 전 산을 내려설 수 있다. 5월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달이니 만큼 식수와 간식을 넉넉히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
(한필석기자)
기점별 대중교통
●진안→대불리 내처사동(운장산)=진안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일 8회 운행(06:10, 07:50, 09:00, 11:30, 13:30, 14:50, 17:00, 18:20). 요금 2750원. 무진장여객 전화 (063)433-5282~3. 주천은 대전 동부터미널(042-624-4451 ARS)에서 1일 5회(06:45, 09:38, 13:08, 14:30, 16:30) 운행하는 진안행 직행버스로 갈 수 있다. 주천~내처사동 요금 950원. 주천 출발시각은 진안 출발시각과 약 40분 차이난다. 단, 피암목재는 외처사동에서 하차해 2km쯤 걸어가야 한다.
●진안→궁항리(운장산·연석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일 3회(08:00, 11:30, 18:40) 무진장여객 운행. 요금 700원. 궁항리 버스종점에서 산행기점인 정수암 마을까지는 약 2km.
또는 전주역 앞에서 07:40, 10:55, 13:40(궁항리까지 운행), 14:55, 18:30 출발하는 부귀행 버스를 타고 부귀에서 갈아탄다. 요금 2250원.
●전주→하검태(운장산)=전주역 버스 정류장에서 약 20분 간격(06:30~21:50)으로 운행하는 동상행 버스를 이용, 동상에서 1일 3회(06:00, 16:50, 18:50) 출발하는 하검태행 버스를 갈아탄다. 요금 동상 1750원, 동상~하검태 1830원. 풍남여객 (063)212-9234.
●전주→사봉리 연동 마을(연석산)=연동 마을행은 전주시에서 운행. 전주대 앞 버스정류장에서 1일 5회(08:05, 11:16, 14:17, 17:16, 20:20) 출발하는 화심·동상행 시내버스 이용. 요금 2130원. 버스시각 문의 전주시내버스공동관리위원회 (063)272-8102~3.
●진안→운봉리 윗양명(구봉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일 8회(06:20~19:10) 출발하는 주천 경유 무진장여객 완행버스 이용. 주천에서 진안 방향 완행버스를 이용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