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정당당하게 정면 돌파하라 ◈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TV로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며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할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고 했어요
이건 그동안의 국정에 대한 대국민 사과로 보기 힘든 내용이었지요
이런 반응을 의식한 듯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부터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나중에 발표했어요
죄송하다는 말을 국민 앞에 하지 않고 자신들만 있는 자리에서 했다는 것이지요
참 어리석은 일이지요
왜 정정당당하게 정면 돌피를 하지 않고 비굴해 보이는지 모르겠어요
사과를 하려면 확실하게 하고 안 할려면 그만 두어야 하지요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어정쩡한 것을 국민은 제일 싫어 하고 있어요
왜 이렇게 하는지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지요
윤 대통령은 선거 패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김건희 여사 문제,
해병대원 사망 사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오만과 독선,
불통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어요
이 문제들은 머지않은 시기에 현안으로 부상하게 돼 있어요
회피하고 외면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지요
정작 국민이 듣고 싶은 중요 문제에 대해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으니
소통이 부족했다고 인정하는 입장 발표의 내용이
소통 부족이었다는 비판을 듣게 됐어요
의대 증원에 따른 의료 파행 사태에 대한 언급도 없었지요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했지만
야당과의 협의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 없어요
국회 절대 의석을 차지한 야당은 “대통령이 여전히 내가 맞는다고 우기며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지요
이렇게 하면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은 더욱 험난할 것이지요
가장 중요한 노동·연금·교육·규제 개혁은 국민 지지와 야당의 협조 없이는
추진하기 힘들어요
24차례 민생 토론회에서 내놓은 정책들도 마찬가지이지요
야당은 해병대원 수사 외압과 김건희 여사 특검으로
파상 공세를 예고하고 있어요
여당 내부에서도 특검에 대해 찬반 양론이 나오고 있지요
과거처럼 일사불란하게 윤 대통령 지시를 따르지는 않을 것이지요
윤 대통령이 가시밭길을 헤쳐가려면 국민을 직접 설득하고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지요
오만과 불통에서 벗어나 낮은 자세로 이해를 구하고
대화 정치에 나서야 하지요
윤 대통령은 비공개회의에서 “저부터 잘못했다”고 했다는데
왜 이래야 하나요?
총선에 지고도 바뀐 게 없다고 국민이 느끼면 국정은 더 험난해 지지요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의 총선 참패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자,
더불어민주당은 “국정 방향은 옳았고 정부는 최선을 다했다는
대통령에게 무슨 변화와 쇄신을 기대하겠느냐”고 비판했어요
야당의 비판은 예상된 수순이었지만,
여당 당선자들 사이에서 감지된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어요
국민의힘 당선자 대다수는 공개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이 중엔 “국무회의 모두 발언이라는 형식,
야당과의 협치가 빠진 내용 모두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많았지요
윤상현 인천 동·미추홀을 당선자는 “‘모든 게 부족한 내 책임이다’
‘나부터 변하겠다’는 식의 메시지가 나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어요
김용태 경기 포천·가평 당선자는
“정부가 일을 하려면 야당의 동의가 필요한데,
협치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쉬웠다”고 했지요
“챙겨보지 않아서 윤 대통령이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실망할 게 있겠느냐”는 당선자도
적지 않았어요
대통령 임기가 아직 3년이나 남았지요
그런데 ‘악성 댓글’보다 무섭다는 무관심과 냉담함이
여당 안에서도 자라나고 있어요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를 하면서 국민이 지켜보는
생중계 때가 아니라 비공개회의 때 국무위원들 앞에서 한다는 건
어색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지요
윤 대통령은 2022년 3·9 대선 승리 이튿날 당선 인사 기자회견에서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정부의 잘못은 솔직하게 고백하겠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초심을 잃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했지요
윤 정부 중간 평가로 불린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게 엿새 전 일이지요
국민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할 때 지도자의 말은 힘을 얻어요
그것이 “더 낮은 자세로 소통하겠다”는
이날 윤 대통령의 약속과도 어울리는 방식이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