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학세계> 2023. 8월호 게재
동화
하늘을 날아요
전세준
“아빠, 나 드론 하나 사 줘요.”
“뭐? 드론?”
“네. 우리 반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데.”
“그럼 같이 가지고 놀면 되겠네.”
“아이참, 아빠도 친구 것을 어떻게 내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요?.”
“음, 그렇구나. 아직은 그런 것 가지고 놀기엔 빠르다.”
아빠는 신문을 보면서 종구의 말을 끊어 버립니다.
“그것도 무슨 나이가 있어요?”
종구의 목소리가 짜증난 듯합니다.
“아직 빨라. 중고등학교나 다닐 때 사도 된다. 공부나 열심히 해라.”
역시 아빠는 관심이 없다는 듯 신문 이쪽 저쪽 만 살펴봅니다.
“에이 참! 우리 반 아이들도 가지고 노는데.”
아빠는 무슨 일이든 한 번 안 된다면 오랫동안 안 되는 것이라는 것 종구는 잘 있습니다.
어제 학교 공부가 끝난 오후에 반 아이들이 우르르 경수를 따라 나갔습니다.
공부가 끝나고 집으로 헤어질 때마다 경수 자기의 드론을 가지고 학교 옆 남대천으로 가곤 합니다.
아이들이 우르르 따라가는 것은 경수가 띄우는 드론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넓은 모래밭에 모여 경수가 조작해 하늘로 치솟는 드론이 신기하고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드론은 경수가 조정하는 대로 푸른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아이들은 서로 한 번씩 해 보고 싶어 부러운 눈으로 드론을 쳐다봅니다.
“이 드론이 내가 조정 하는 데로 날아다녀. 재미있지?”
“응, 참 재미있겠다.”
“나도 한번 해 보자 경수야!.”
“나도.”
“나도.”
경수를 따라 나온 아이들은 경수 옆에 바짝 붙어 조르지만 경수는 그때마다 ‘응, 응’ 대답만 하고 혼자 신나게 가지고 놀면서 어깨를 으쓱입니다.
“경수야 한 번만.”
민철이가 경수에게 매달리다시피 합니다.
“에이 참. 그래 딱 한 번이다.”
경수가 민철이에게 하늘을 날고 있는 드론의 조종간을 건네줍니다.
“너 조종 할 수 있지?”
조종간을 건네주던 경수가 멈칫하며 민철이를 바라봅니다.
“그래, 네가 한 번 가르쳐 주었잖아.”
민철이는 경수와 단짝입니다. 경수가 드론을 사기 전부터 둘은 단짝이었지만 경수가 드론을 산 이후 두 사람은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자기들도 한 번 조정 해 보자는 말을 이젠 더 하지 않습니다.
“이거 조심해야 해. 잘못 조정해서 떨어져 못쓰게 된다거나 다른 사람을 헤칠 수도 있어!”
늘 같은 대답만 듣지만 민철이 부탁은 잘들어 주곤 합니다.
“너희들 우리 약속 어기면 안 된다. 알았지?”
“응, 알았어.”
“네 말, 우리들이 다 알아들었어. 걱정마.”
점심시간이 끝나고 모두 밖에 나가 뛰놀고 있었지만 몇 명의 아이들은 교실로 모여 소곤 거림니다.
“약속을 어기면 안 돼!”
“그런데.”
같이 모여 있으면서도 별로 말이 없던 창수가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왜 무슨 일 있니?”
대장 노릇하는 재국이가 창수를 바라봅니다. 다른 아이들도 갑자기 말을 꺼낸 창수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봅니다.
“사실 난, 그래.”
창수는 주저주저합니다.
“뭐가 그래? 얘기해 봐.”
또 재국이가 다그칩니다.
모여 있는 아이들은 창수와 재국이 얼굴을 바라보며 긴장한 표정입니다. 지금까지 재국이 말을 거절하거나 싫다고 한 아이들은 한 명도 없습니다.
“남의 물건을 감춘다는 것이.”
창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니?”
재국이는 아이들 얼굴을 살펴봅니다. 조금 전까지 모두 좋다고 했던 아이들이 아무 말이 서로 얼굴만 바라봅니다.
“싫으면 그만 둬! 내일 모래 우리 아빠가 드론 사 준다고 했으니, 알아서 해!”
“얘들아, 그러면 안 되잖아. 드론을 못 가지고 놀게 한다고 남의 비싼 물건을 감추면 되니?”
“사실 그것도 솔직히 그래.”
“그럼 우리가 나쁜 사람이 되잖아?”
“도둑과 같지 뭐.”
재국이는 아이들 소리를 못 들은척하며 교실로 갑니다.
“아니, 아니야. 그냥 그렇다는 얘기지 뭐.”
“그래, 우리 할 수 있어.”
교실로 가는 재국이 앞에서 아무말도 못하던 아이들이 다시 우르르 재국이 뒤를 따라갑니다.
창수는 재국이를 따라가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하늘을 쳐다봅니다.
지금까지 푸른 하늘에 날고 있던 재국이의 드론은 보이지 않고 흰 구름만 예쁘게 조용히 흘러가는 구름만 쳐다봅니다.
‘어쩌나, 알려줘야 하나?’
드론을 가지고 재미있게 놀고 있는 경수와 민철이는 신나게 하늘을 쳐다보고 손뼉을 치고 있지만 창수의 눈에는 드론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경수도 그렇지, 같이 가지고 놀면 서로 좋을 텐데. 아니, 아니야, 워낙 비싼 드론이라 못쓰게만들면 그것도 그래. 어쩜 경수의 말이 맞는지도 몰라.’
창수는 어쩔 줄 모르고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다 교실로 향합니다.
학교 공부가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창수는 드론을 사 주지 않는 아빠가 다시 미워집니다.
아빠가 드론을 사 주었으면 아이들과 재미있게 같이 놀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해 봅니다.
“너희들 가지고 놀기에는 아직 빨라, 중고등학교에 갔을 때 가지고 놀아도 된다.”
몇 번이나 아빠를 졸라보았지만 그때마다 아빠는 여전히 같은 말만 합니다.
‘한 번만이라도 내가 드론을 조정해 봤으면. 어려운 기술이라지만 나 보다 공부도 못하는 경수도 드론을 조정하고 있는데 나도 스마트 폰으로 조정하면 금시 배울 수 있는데.’
잠자리에 누웠지만 창수는 푸른 하늘에서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드론의 위잉 위잉 소리만 들려오고 눈앞에 재주 부리는 모습만 보입니다.
“창수야, 빨리 빨리 타!”
언젠가 길 잃은 애완견을 주인에게 찾아 준 그 아저씨가 재미있다는 듯 드론 위에서 창수를보고 손을 흔듭니다.
“어? 아저씨! 아저씨가 웬일이에요?”
드론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애완견 주인아저씨를 알아본 창수는 아저씨를 향해 손을 흔듭니다.
아저씨는 프로팰라가 빠르게 돌고 있는 드론을 향해 소리를 지릅니다.
“내려간다! 빨리 타.”
아저씨가 탄 드론이 갑자기 창수를 향해 내려옵니다. 아저씨가 창수를 몸을 번쩍 잡아당기며 드론 위에 앉혀 줍니다.
“아저씨, 이게 어떻게 된거에요?”
드론이 다시 윙 소리를 내며 하늘로 치솟아 오릅니다.
“응, 내 드론이야. 네가 그렇게 드론을 갖고 싶다고 했다며?.”
“네, 제가요?”
“그래.”
드론은 위 윙 더욱 큰 소리를 내며 하늘로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그걸 아저씨가 어떻게 알아요?”
창수는 드론을 두 손을 꼭 잡고 아저씨를 쳐다봅니다.
“하하, 내가 안 것이 아니라, 우리 미리가 알려주더라. 네가 다른 아이가 가지고 놀고 있는 드론을 그렇게 갖고 싶어 아빠에게 사 달라고 몇 번이고 얘기했다고. ”
“네, 미리 가요?”
미리는 창수가 길에서 찾아 준 아저씨네 애완견 이름입니다.
“어떻게 미리가.... 참, 미리는 잘 있어요?”
“길 잃고 헤매던 미리가 떠오릅니다.”
“그래, 그래 그래서 미리는 네 마음을 다 알지.”
“역시 미리는 착한 녀석이에요.”
“응, 그래. 그래서 난 그 녀석이 더 좋지. 그때 네가 찾아주지 않았으면 미리와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었고 너도 다시 볼 수 없었을런지도 모르지. 하하 꼭 잡아 올라간다!”
아저씨는 크게 한 번 소리 지르며 조정기를 움직입니다.
“윙! 윙!”
드론이 갑자기 하늘로 치솟습니다.
“무섭지 않니?”
“아니, 괜찮아요.”
“그럼 우리 구경 한번 해 보자.”
아저씨는 드론 위에서 조정기를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그때마다 드론은 더 높이 떴다 내려오고 들판과 산을 지나며 빙빙 네 개의 프로 팰라 가 힘차게 돕니다.
“와! 멋있다. 저 마을, 저 들판, 어? 저기 학교 운동장.”
창수는 너무 재미있어 소리를 지릅니다.
“아저씨! 저기. 저기 좀 봐요. 저기에도 드론이 떠 있어요!. 어? 저것은 경수 드론인데?”
학교 마당에서 아이들이 하늘을 맴돌고 있습니다. 민철이와 경수가 드론을 조정하며 재미있게 소리 지르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네 친구들이니?”
“네, 그래요.”
“그럼 가까이 가 보자.”
아저씨가 조정 간을 작동하자 드론은 학교 운동장 아래로 소리 없이 스르르 내려 경수 앞으로 날아갑니다.
“어? 저기, 저기 창수가 드론 위에 타고 있다.”
경수와 민철이는 놀란 듯 창수를 쳐다보며 소리를 지릅니다.
“야, 내 드론 멋있지?.”
창수는 운동장에서 쳐다보고 있는 경수와 민철이를 내려다보며 크게 외칩니다. 괜히 어깨가 으쓱 해 집니다.
“너도 저 아이들처럼 드론이 갖고 싶지?”
경수가 가지고 놀고 있는 드론을 본 아저씨가 창수를 봅니다.
“네, 그런데 우리 아빠가 안 사줘요.”
“그렇겠지, 너희들은 아직 드론을 갖고 놀기엔 위험 해. 좀 더 큰 다음에. 아빠가 사 주시겠지.”
아저씨는 다시는 다시 조정 간을 움직이자 드론은 운동장 위를 향해 재빠르게 푸른 하늘로 올라갑니다.
“야! 신난다. 아저씨. 제가 조종해 볼게요.”
“안 돼 아직 위험하고 넌 조정기술을 배우지도 않았잖아.”
“아니에요. 저도 할 수 있어요. 민철이도 하는데.”
“위험한데...그렇게 조종하고 싶니? 그럼 아저씨 손을 잡아라.”
창수는 조정 간을 잡은 아저씨 손을 꼭 잡습니다.
“자 올라갈 땐 이렇게. 방향을 돌릴 땐. 아! 위험하다! 네가 마음대로 조정 간을 움직이면 안 돼!”
드론이 하늘로 치솟으며 갑자기 뱅글뱅글 돌면서 아래로 곤두박질칩니다.
“안 돼! 안 된다!”
“엄마, 엄마!”
창수는 겁에 질려 소리를 지릅니다.
“창수야! 웬 늦잠이냐? 빨리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해라!”
저쪽 하늘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옵니다.
“엄마야!”
눈을 번쩍 뜹니다. 아 참 창문이 훤히 밝았습니다. 드론도 아저씨도 없습니다.
“무슨 꿈을 꾸었구나. 빨리 아침밥 먹고 학교 갈 준비해라.”
“나, 드론 타 봤다.”
“뭐? 드론을 타 봐?”
“그건 사람이 못 타 이 바보야.”
“그래도 난 드론을 타고 하늘을 날았어! 경수가 드론을 띄우는 것도 봤고!”
“너 정신이?”
바로 그때입니다.
“내, 내 드론이 없어졌다! 누가 가져갔니? 응!”
하루 공부가 끝나고 막 교실로 나가던 아이들은 경수가 외치는 소리에 모두 멈칫하며 우뚝 섭니다
“누구 짓이야? 내 드론을 가지고 간 사람?”
아이들은 영문도 모르고 이상하다는 듯 서로 얼굴만 쳐다봅니다, 아이들은 별로 놀라는 기색도 아닙니다.
“흥 잘 됐지 뭐 매일 혼자 가지고 놀다가 벌 받은 거야.”
재국이는 혼자 중얼거리며 교실 밖으로 나갑니다.
순간 어제 몇몇 모여 속삭이던 아이들이 떠오르자 창수는 급히 교실 밖으로 나가는 재국이를 따라 나갑니다. 아이들이 재국이 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 내 드론! 내 드론 맞지?”
창수가 한참 만에 들고 들어 온 것은 경수의 드론입니다. 그 뒤를 따라 재국이도 다른 아이들도 따라 들어 옵니다.
“이거 내 것 맞지? 맞다 내 것이야!”
경수는 확 뺐다시피 드론을 낚아채며 창수와 재국이를 노려봅니다.
“너희들 짓이지? 이 나쁜 자식들.”
“경수야, 네 것 맞아. 잠시 재국이 하고 몇몇 아이들이 그만 화가 나서 잠시 감췄어!. 이제 다시 가져 왔잖니. 너도 이제 좀 친구들과 같이 놀아. 혼자 드론을 가지고 으스대지 말고.....”
“미안하다. 우리들도 좀 가지고 놀고 싶었는데 네가 매일 민철이에게만 빌려줘서. 그런데 창수가 남의 물건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미안해.”
재국이는 창수를 건너다보며 경수에게 사과합니다.
“......”
경수는 아무 말도 없습니다. 재국이와 창수를 한 동안 바라봅니다.
“아, 아니야. 내가 좀 너무 한 것 같아. 자, 만져봐. 그리고 앞으로 내가 조정 간 움직이는
것도 가르쳐 줄게. 창수야 고맙다 너도 내가 가르쳐 줄게.”
“아, 나? 나는 괜찮아. 난 드론을 타고 마을이랑 학교랑 너희들 노는 것도 다 보았어,”
“뭐, 정말?”
옆에 섰던 아이들 눈이 동그래지며 창수를 바라봅니다.
“정말 우리도 모두 드론을 가지고 놀고, 또 드론을 타고 하늘을 날 수 있니? 와, 신난다!”
아이들 입에서 똑같은 소리가 교실 가득 넘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