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획과 댐 건설로 금값보다 비싸진 실뱀장어…전용 어도 설치 등 대책 절실
'뱀장어 회' 없는 건 핏속 독성 때문, 익히면 쉽게 사라져
» 뱀장어. 사진=일본담수어애호협회
■ ㎏에 4000만원, 귀하신 몸 실뱀장어
종묘라고 하는 것은 양식할 때 어미로 키우기 위한 종자, 즉, 물고기 새끼를 말하는데, 어미로부터 인공적으로 알을 짜내 부화시켜 종묘를 만드는 다른 물고기와는 달리 뱀장어는 아직 인공종묘 생산 기법이 정립되지 않아 하구로 올라오는 자연산 실뱀장어를 잡아 양식한다.
그러나 최근 실뱀장어 어획량이 감소되고, 수입 제한이 강화되어 종묘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러한 실뱀장어 공급 부족으로 ㎏당 가격은 1980년대 중반 수십만원이었으나, 1990년대 들어와 100만원이 넘었고 1990년대 중반 500만원 이상으로 올랐으며, 1997년에는 1000만원 이상이 되어 금값(당시 1200만원/㎏)과 같게 되었다.
1998년에는 물량이 부족해 실뱀장어 채포 말기인 5월에는 1 ㎏에 1500 만원에도 구하기 어려웠다. 이때는 실뱀장어 한 마리에 1000원이 넘었으니, 하룻밤에 100마리만 심심풀이로 잡아도 소주 값은 족히 마련되었으리라. 그 당시 생산량 감소와 생산비 상승으로 식당에서의 1인분(200g) 가격이 2만원 수준으로 서민이 쉽게 사 먹기는 어려운 음식이 되었다.
그런데, 올해 실뱀장어 값이 ㎏당 4000만원에 이르러 마리당 7,000원꼴이고 공급 자체도 불안정한 상태이니 강화도의 한 뱀장어 전문식당에서는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에 1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한다. 옛날부터 기호식품이던 뱀장어가 우리의 식탁에서 영영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 민물새우와 민물고기와 함께 있는 실뱀장어. 사진=오픈케이지
■ 일본, 지난해 뱀장어 완전 양식 성공
궁극적으로 뱀장어 종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길은 인공 종묘 생산이다. 1976년 뱀장어의 인공부화에는 성공한 이후, 일본을 중심으로 종묘 생산을 위한 연구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아직 인공종묘 생산에는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
일본 양식연구소 다나까 박사 연구팀이 2001년에 1세 성만까지 1,000개체 정도를 양만하였으나, 10만 마리 이상의 상업적 양만은 못한 상태였다. 그러다가 2010년에 일본에서는 뱀장어에 호르몬을 투여해 알과 정자를 얻은 뒤 이를 수정시켜 실뱀장어로 키워내고 이 실뱀장어를 어미 뱀장어로 길러 여기서 얻은 알을 다시 실뱀장어로 키우는 ‘뱀장어 완전양식’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실험실에서의 성공일 뿐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대량생산까지는 또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립수산과학원의 김대중 박사가 그 뒤를 따라 잡기 위해 지금도 뱀장어의 산파역을 자처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 알에서 깬 지 150여일째 유생을 키우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건투를 빈다.
양식산 뱀장어는 수컷이 훨씬 많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진위를 파악해 본 결과, 양만할 때 일정 시간내 빨리 키우려고 수온을 높여주는데, 이 때문에 성 쏠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또한, 일정 시설에 최대로 많이 키우느라 고밀도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이때 수컷 호르몬과 같은 유형의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양만한 뱀장어는 수컷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럼, 뱀장어 암수 구별은 어떻게 하는지가 궁금해진다. 물고기는 난생으로 태생의 생식기가 겉으로 나타난 것과는 다르다. 그래서 암수 성별을 감별하려면 배를 가르고 생식소를 봐야 하는데, 뱀장어의 경우 초기 단계에 성분화가 결정되지 않아 눈으로 관찰해서는 구분할 수 없고, 1년생 이전의 어린 개체에서는 조직 관찰을 해야만 구분할 수 있다. 1년생 이후에는 육안 관찰로 구분이 가능한데, 생식소의 형태가 수컷은 구슬을 꿰어놓은 것 같은 모습이고, 암컷은 플라워 치마 끝자락에 만들어 놓은 레이스와 같은 형태로 구분이 가능하다.
» 뱀장어의 내부 모습과 생식선. 위쪽이 수컷. 사진=황선도 박사
■ 왜 뱀장어가 정력에 좋다고 하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력에 좋다면 사족을 못 쓴다. 역시, 뱀장어 또한 스테미너 식품으로 둘째가라면 서운해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게 사실이고, 사실이라면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영양학자도 의사도 아니라 영양학적, 의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뱀장어를 다루면서 직감으로 생각해보았다.
첫째는 뱀장어의 장거리 여행 능력이다. 댓잎뱀장어 형태로 해류를 타고 장장 수개월간 수천㎞를 헤엄쳐 가는 강인한 생명력! 이것 하나면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둘째는 다분히 관념적이기는 한데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필자가 몸이 좋지 않아 한동안 침을 맞았던 한의원이 있었다. 그때 그 한의원은 침을 놓기 전에 기를 통하게 하기 위해 엄지손가락 끝으로 경락을 1시간 가량 눌러주는 성의를 보여주었는데, 뱀장어가 사행을 하면서 막힌 부분을 우회하여 결국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이 마치 몸 안에 막힌 기운을 뚫고 가는 것과 흡사하다. 몸 안에 기를 통해서 물질대사를 순환시키는데 어찌 건강해지지 않겠는가?
» 모래 속에 몸을 숨긴 뱀장어의 모습. 사진=오픈케이지
필자는 뱀장어의 힘을 실제 느껴 봤다. 강화도 한강 하구에서 뱀장어를 잡아 실험실로 운반할 때의 일이다. 뱀장어는 보통 비닐봉지에 약간의 물과 공기를 함께 넣어 포장하는데, 뱀장어를 머리부터 거꾸로 처박아 넣고 봉지 입구를 약간 벌려 공기를 주입하고 있었다. 물론 두 손으로 봉지 주둥이를 움켜쥐고 있었다.
이때 뱀장어가 꼬리를 봉지 밖으로 밀어내기 시작했고, 필자는 손아귀에 힘을 더 주어 꽉 움켜주었는데도 그 힘을 당해내지 못했다. 여기에 주변의 건장한 청년 둘이 더 들라붙어 봉지 주둥이를 묶으려 했음에도 결국 뱀장어는 세 명의 손아귀를 밀어제치고 빠져나 가버렸다.
뱀장어는 중국, 일본 및 유럽에서 보양 음식으로 즐겨 먹는데, 우리가 복날에 영양탕을 먹듯이 일본에서는 복날이 되면 뱀장어를 먹는 관습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뱀장어는 예로부터 ‘허약해진 몸에 먹는 약’으로 전해 내려오며 특히, 남성들에게 정력에 좋아 스테미너 식품으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뱀장어는 몸에 허열이 있고 쉽게 피곤을 느끼는 사람, 눈병에 고민하는 사람 그리고 잘 낫지 않는 여자들의 음부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 민간에서 오래전부터 팔뚝 만한 장어를 푹 고아 먹이곤 하였다.
흰 살 어류로서 좋은 맛을 가진 뱀장어는 회가 왜 없는 것일까? 식용어류들은 대부분 회로 먹을 수가 있지만 뱀장어를 회로 먹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을 것이다. 뱀장어의 피에는 이크티오톡신이라는 독소가 있어 이 독소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독소는 인간의 체내에 들어가면 중독증상을 일으키며 눈에 들어가면 결막염을, 상처에 묻으면 염증을 일으킨다. 그러나 열을 가하면 이런 독성이 곧 없어지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뱀장어는 주로 구워 먹는데, 구이를 하려면 먼저 뱀장어를 도마 위에 놓고 송곳으로 아가미 밑을 찔러서 고정시킨 다음 등 쪽을 머리에서 꼬리 방향으로 갈라서 한 장으로 펴고 등뼈를 발라낸다. 이렇게 처리한 뱀장어에 간장과 참기름을 혼합하여 만든 기름장을 골고루 발라 석쇠에서 살짝 구워낸다. 여기에 고추장과 고춧가루, 파, 마늘, 생강즙, 설탕, 깨소금, 참기름을 혼합한 양념 고추장을 붓으로 여러 번 발라가면서 간이 속까지 배게 구우면 맛있는 장어구이가 된다. 뱀장어를 고를 때는 몸체가 푸른색을 띤 갈색에 육질이 단단하고 꼬리부분이 상처를 입지 않은 것을 선택하면 좋다. 다가오는 여름 휴가철에는 전국의 이름난 장어구이 집을 찾아 그 맛을 보는 것은 어떨까?
» 출시를 앞둔 뱀장어. 흔히 민물장어로 부른다. 사진=황선도 박사
■ 그 많던 장어는 다 어디로 갔나?
뱀장어 양식은 전적으로 하구에서 채집한 실뱀장어 공급에 의존한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등 온대산 실뱀장어 자원이 90% 이상 줄었고, 이에 실뱀장어를 아시아에 수출하던 유럽연합은 2009년부터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세계 뱀장어의 절반을 소비하는 일본을 비롯해 중국, 한국 등은 자국 실뱀장어 어획량이 감소한데다가 수입량까지 줄자 뱀장어 양식에 큰 어려움을 격고 있다.
» 미국뱀장어(A, anguilla), 동북아뱀장어(A. japonica) 및 유럽뱀장어 (A. rostrata)의 실뱀장어 자원량 변동
우리나라에서 수요를 충족하려면 실뱀장어는 연간 16톤 정도가 필요한데 2011년도 잡힌 양이 2톤에 불과했고 수입량도 6톤에 그쳤다. 사 올 실뱀장어가 없는 것이다. 이러다가 문을 닫는 양만장과 식당이 생길 수도 있어 뱀장어 산업 자체가 위험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뱀장어는 2009년에 우리나라 내수면 양식 총생산액의 58%, 생산량의 26%를 차지하였다.
일본, 중국, 대만, 한국 등 동아시아 4개국는 해마다 가을에 열던 동아시아 뱀장어 자원 위원회(EASEC)를 2012년에는 3월에 긴급하게 열었다. 뱀장어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동경대 쓰카모토 가쓰미 교수는 “유럽뱀장어처럼 동아시아뱀장어도 멸종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최근의 상황에 따라 긴급회의를 열어 행동강령을 만들자”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심각한 상태인 것은 분명하다. 이제 정부, 학계, 산업계, 어업인 모두가 공동 대응을 할 때이다. 더는 미룰 시간이 없다. 금강 하구에서 40년 넘게 실뱀장어를 잡고 있는 서병안씨는 “하굿둑이 없던 1970년대엔 하루에 만 마리까지도 잡았는데, 요즘은 그 큰 그물에 수십 마리가 걸린다”고 말한다. 그는 “하구를 둑으로 막아 놓아 실뱀장어가 올라가기가 어렵다”며 “어미가 없는데 어떻게 새끼가 올라오나”라고 덧붙였다.
» 금강하구 실뱀장어 잡이 배. 사진=노한욱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원
자연산 뱀장어가 날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다. 이는 지나치게 잡는 남획도 원인이 될 수 있으나, 서식처가 줄어드는 것이 더 큰 원인이다. 하구마다 둑이 건설되어 실뱀장어가 바다에서 강오름 하는 길이 막히니 자연 민물산 뱀장어 양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거꾸로 산란하러 강내림 해야 하는 친어(산란하려는 어미 뱀장어)가 줄어들어 산란 양이 줄고, 이듬해 하구로 돌아오는 실뱀장어 양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 뱀장어 자원을 회복하려면
우리나라 하구에 있는 대부분 어도(魚道, fish ladder, 고깃길)는 외국 사례를 참고해서 만들었는지 가수 강산에의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 처럼 힘이 센 어류를 대상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하구가 있는 서·남해안은 조차가 커 물의 흐름이 세고, 이 지역 하구의 어도를 이용해야 하는 왕복성 어류 대부분이 유영력이 약한 어린 물고기나 실뱀장어와 같이 기어오르는 놈들로 되어 있어 이러한 어도를 올라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폭포 오른쪽 이끼로 덮인 보를 기어오르는 실뱀장어. 사진=<문화방송> 캡처
근래 홍수조절과 농공업 용수 이용 등 인간의 편의를 위해 댐을 건설하는 등의 하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강이나 하천에서 물의 흐름을 차단하여 수서동물의 이동이 방해될 때 어도 설치를 하도록 되어 있으나, 어도를 이용할 생물의 생태와 행동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어도 설치 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어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 뱀장어가 오르기 힘든 우리나라 어도. 왼쪽은 금강 하굿둑 어도, 오른쪽은 제주 천제연 아래 성천포구 보이다. 사진=황선도 박사
그러나, 프랑스, 캐나다, 미국 등지에서는 어종에 맞는 생태 어도를 시설하고 있다. 특히 실뱀장어의 경우 이동력이 약하기 때문에 유영력이 큰 어류를 위한 어도 이외에 별도의 뱀장어 어도를 설치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프랑스 아잘 댐과 캐나다 사운더스 댐의 뱀장어 어도. 사진=황선도 박사
» 뱀장어가 거슬러오르기 쉬운 대형 댐의 미끄럼틀형 부착어도(왼쪽)와 방앗간 소규모 어도. 사진=황선도 박사
양만에 필요한 종묘를 자연산 실뱀장어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우리도 생태어도를 설치하여 실뱀장어가 수월하게 강오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산란할 수 있는 어미 자원을 확보하고 실뱀장어 자원을 회복하기 위한 환경친화적 방안일 것이다. 이를 위해 필자는 실험실에서 실뱀장어가 소상하는 하구 및 하구둑과 어도를 재현하여 어도의 바닥 재질, 경사도 및 유속 등에 따른 실뱀장어 행동을 관찰 실험하여 어도 개선 방안이 제시한 바 있다.
» 실뱀장어 소상행동 실험을 위해 제작한 모형 수조. 사진=황선도 박사
» 실뱀장어 모형어도의 바닥 재질에 따른 소상률 실험 장치. 사진=황선도 박사
실뱀장어는 일반적으로 하구의 조류를 이용하여 조류가 육지 쪽을 향할 때 물을 따라 이동하고, 반대 방향일 때는 뻘 속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가 하구에서 실뱀장어 어획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연구한 결과, 실뱀장어 소상은 보름이나 그믐 사리 때 야간에 수온, 염분, 풍속 및 날씨의 변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같은 생태 연구결과를 이용하여 기존 어도의 수문을 잘 조절하면 실뱀장어 소상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하구환경에 따른 금강 실뱀장어 어획량의 일변동. 그림=황선도 박사
앞으로 이와 같은 연구를 확대하여 우리나라 여러 하구를 모니터링하면서 하구 생태계를 이해하고, 그곳 생태계에 적합한 하구역 관리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요즘 필자는 공식적으로 뱀장어를 연구할 수 있는 곳에서는 한 발짝 벗어나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서천에 낙향하여 출판 작업을 하는 후배 홍민표가 권해준 책을 받아 보고 깜짝 놀라고 신기했다.
<누가 뭐래도 아프리카>(아요야마 준 지음/ 고주영 옮김/ 황매)라는 일본 번역서인데, 저자가 필자와 친분을 가지고 있는 이였다. 동경대 쓰카모토 교수 팀의 와타나베 슌과 함께 전 세계 뱀장어 표본을 구하기 위해 아프리카 오지를 탐험하는 뱀장어 연구자들의 애환과 감동을 이야기 한 책이었다.
이 한 권의 책은 필자로 하여금 잠자고 있던 뱀장어에 대한 욕구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하구 생태계 복원과 연결하여 뱀장어 자원을 회복시키려면 자원의 흥망성쇠 원인을 찾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그러려면 과거 오래토록 쌓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 실뱀장어를 잡아 팔게 되면 수집상은 전표를, 채포어민들은 영수증을 기록으로 남겨둔다는 것에 착안하여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의 현장을 누비기로 했다. 마치 친구 아오야마가 전 세계 오지를 헤매고 다녔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