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의정부 문학 공모전 심사평(산문)

[프카]

제13회 의정부 문학 공모전 산문부문 심사평

                                                                                               사무국장   김효경

전국에서 또 중국에서 날아온 귀한 작품 중에 예심을 거쳐 올라온 당선작을 한 번은 독자로

다시 두 번은 평자로 읽었습니다. 더 많이 읽지 않은 이유는 작품을 사랑하여 평자의 날이

무뎌지는 것을 염려한 것이지요. 이번 공모전은 삶의 철학과 개인의 사생활이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수필보다 인물을 창조할 수 있는 소설과 동화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초등부 저학년 김하린은 ‘자전거 도둑’에서 ‘그 자전거는 내가 올 때까지 안 팔릴 거래!’ 하며

자전거를 갖고 싶어 하는 동생의 마음을 아빠에게 전합니다. 그렇게 생긴 동생의 점박이 자전거를

형이 몰래 타다가 구멍을 내어 아빠께 혼나고 그날 밤 연거푸 울었다는 이야기로 동생에게 쏠리는

아버지의 사랑을 회복하고 싶어 하는 형의 내면을 보았습니다. 김하린은 현실을 동화로 쓰면서 성장을

거듭하여 어느 날 아버지처럼 우뚝한 사람이 되겠지요.

고학년 박세은의 ‘외로운 코코’는 화자가 앵무새로 사람의 말을 배우는 것을 거부하는 존재로 나오지요.

친구 앵무새의 죽음을 슬퍼하면서도 혼자 남은 자신의 외로움 때문에 새로운 친구가 어서 오기를

기다립니다. 동화에서 죽음을 다루는 일은 매우 조심스러운데 전학 간 친구의 빈자리에서 새 친구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어쩌면 정말 우리는 저 세상으로 전학 가는지도 모르니까요. 아직 동화의

시기가 끝나지 않은 초등학생의 동화는 짧고 미약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작은 감동과 울림을 경험하게 합니다.

중학생 금상은 김민서의 소설 ‘계절처럼 돌아오는 기억’입니다. 단편의 분량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줄거리로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구성 방식으로 판사가 되어 딸을

폭행하는 아버지를 재판하는 과정에서 오래 전에 만났던 소녀를 회상 합니다. 그 소녀도 견디기 힘든

아버지의 폭력 앞에서 가출하지 않는 이유가 혼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의 폭력도 들여다보면

결핍된 사랑이지요.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꿈도 꾸지 못하는 중학생 시기의 은유로 읽었습니다.

현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결말이 미약했으나 복선을 염두에 두고 사건을 만드는 솜씨는 앞으로

더 깊이 있는 소설을 쓰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고등부 대상은 박영준의 소설 ‘아무도 없다’로 선했습니다. 양로원이라는 소재도 신선했고

‘의사는 벌써 1 시간 째 늦고 있었다’ 는 첫 문장으로 독자의 시선을 잡고 작가가 서술하는 배경 속으로

선뜻 오르게 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노인C와 L, 그리고 타인의 조력으로 자살하게 되는 노인P의

심리 묘사가 자연스러웠습니다. 생의 막차를 타고 있는 노인들은 서로 거친 말을 주고받으며 오히려

자신의 상처를 싸매고 있었습니다. 노인의 심리가 표출되는 격정적인 대사로 완성도 높은 소설이 되었습니다.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고립된 양로원에 근무하는 나는 치매가 점점 진행되는 어머니를 아내 눈치 때문에

선뜻 모시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술자 나는 양로원과 또 치매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세계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소설은 끝이 납니다. 전형적인 인물배치로 예견되는 결말과 부족한 퇴고로

몇몇 부분은 수정하며 읽어야 했지만 노년의 삶에 관심을 보여준 청년 작가의 시선이 고마웠습니다.

자식은 노인이 되고 노인은 다시 자식이 되는 순환 고리, 그 경계에는 쓸쓸한 꽃이 피었습니다.

일반부 금상은 ‘왜 문득 살이 시려오는지’로 박태준에게 갔습니다. 소설 속의 정남은 창문도 없는

차가운 냉장고 같은 고시원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합니다. 옆방의 미세한 소리도 얇은 벽을 통해

전해지지만 정작 소통은 부재합니다. 엄마의 냉동고를 어린 정남은 호미를 들고 파헤쳐야 하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엄마의 따뜻한 음식도 결국은 냉동고에서 나왔음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지요.

고시원 공용 냉동고에는 고시원을 스쳐가는 사람들이 챙겨가지 않은 음식이 검은 비닐봉지 속에서

돌처럼 굳어가는 것으로 정남의 현실을 상징과 은유로 표현했습니다. 시종 일관 얼어붙은 냉동고와

냉장고를 오가는 일상과 인물로 추웠습니다. 작가의 의도가 그랬다면 일단 성공입니다. 탄탄한 구성과

인물의 내면세계로 몰입하게 하는 장점이 많은 소설인 것은 확실합니다. 프랑스 영화감독 뤽 베송은

충분히 고통 속에 있는 현실을 다시 영화로 때리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늙어가는 프랑스 사회가 너무

심심할 때 만든 영화가 ‘레옹’이라고 했습니다. 더욱 정진하여 교보문고에서 따뜻한 소설책으로 다시

만나는 기쁨을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독자의 방석에서 작가의 책상으로 옮겨 앉은 여러분의 앞날에 실력과 행운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심사위원: 수필- 구서휘. 전영숙. 이윤미. 변선옥. 양효숙

              동화- 김여운

              소설- 이숙경. 윤정. 김효경

[전영숙]

심사 평 마무리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수필 심사위원 명단에 구서휘 샘 빠트리셨어요. 정정 바랍니다.바쁘셔서 그런줄 알고 있어요 (^^)

[프카]

서휘! 실크로드 어디쯤 히잡을 쓰고 있었을 그녀의 걸음이 꿈길인가했어요... 아니었군요...^^

[들꽃향기]

심사평 하시느라 고생많았어요 언제나 좋은작품은 우리들을 설레게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