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족산 황톳길의 위력
남상선 / 수필가
전주 사는 대학동기 친구한테서 문자가 왔다.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계족산 황톳길 한 번 밟아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보고 싶은 친구가 원하는 것이라서 잘됐다는 생각으로 바쁜 일 제쳐놓고 계족산으로 갔다. 친구와 황톳길 산행을 잘 해 보려는 속셈에서 답사 차 나선 길이었다.
물론 전에 가 본 길이긴 하지만 오래 전의 산행이라 안내할 만한 자신이 없어서였다. 궁리 끝에 산행 경험이 많은 선배한테 부탁하여 안내를 받았다.
그런데 선배한테 안내 받은 그 길은 생각 밖의 단거리 코스로 단조로운 길이어서 마음에 차질 않았다. 그래 고민하다가 제대로 황톳길을 걸어볼 욕심으로 재차 다른 코스를 찾아 혼자 차를 끌고 나갔다.
내비게이션으로 장동 산림욕장까지 가서 거기서 시작되는 황톳길로 올라갔다.
연간 100만 명 이상이 다녀가는 ' 한국관광 100선 '에 들어가는 명소인지라 오며가며 황톳길 흙을 밟는 이들과 산행을 하며 산림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여행전문기자들이 뽑은 '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33선 ' 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라 그런지 몰라도 낯선 이국인들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띄는 것이었다.
황톳길을 밟는 이들의 모습도 다양했다. 바지를 걷어붙인 맨발에 마냥 담소로 어렵지 않게 황토의 감촉을 즐기는 선남선녀들, 정담으로 꽃을 피우며 희희낙락하는 남녀노소, 꽃보다 아름다운 추억을 황톳길 흙발로 수놓는 또 다른 오작교의 견우직녀들, 우정과 젊음을 과시하는 청년들의 부러운 모습, 황토 묻은 발에 장난까지 치는 꼬마들, 아빠 어깨 위에서 싱글벙글하는 귀염둥이들, 목마 탄 아기의 힘든 체중까지 즐거움이 되는 아빠의 표정, 그 어느 것도 그림이 아닌 게 없었다.
세상의 평화란 평화 모든 즐거움과 기쁨이 다 이곳으로 모여들어 경연대화라도 벌인 듯한 느낌이었다.
눈을 돌려 전후좌우를 살펴보니 사람들만 그런 게 아니었다.
주위의 소나무와 잣나무를 바라보니, 송무백열(松茂栢悅)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친구가 잘 되는 것을 보고 기뻐한다는 그 가상한 나무, 그 곁에는 다람쥐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상수리나무와 도토리나무, 원기 회복에 좋다는 산수유, 폐와 이명(耳鳴)에 좋다는 산초, 동맥경화와 혈압에 좋다는 아가위, 만성기관지염과 만성간염 생리통에 많이 찾는 개복숭아, 각기 그 특성을 우선시하는 나무들, 이름도 성도 모를 온갖 나무와 풀들이 그 자태를 과시하며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나무와 풀들이 좋아서인지, 친하고 싶어서인지 심심치 않게 산의 정적을 깨는 뻐꾸기와 꾀꼬리, 딱따구리 소리도 안성맞춤의 멜로디이었는지 싫지가 않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묘기라도 부리듯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고공행진을 하는 청설모, 온갖 곤충과 벌레들이 주눅이란 단어를 모르고 나름대로의 생기로써 제 세상을 즐기는 진풍경이었다.
송충이 너는 혐오감을 주는 놈이니까 우리 산에서 나가. 자벌레 너도 녹엽식물을 못 살게 구는 파렴치한이니까 다른 데 가 살아, 꾀꼬리 너는 형상도 목소리도 예쁘니까 여기서 살아, 뻐꾸기와 딱따구리 너희들도 맘에 안 드니 다른 데 가봐, 하는 일 없이 그 산은 그 모두를 포용하여 그냥 다 함께 살게 하고 있었다.
계족산은 온갖 초목과 짐승과 새들 벌레까지 불러들여 서식하고 먹고 놀고 사랑하고 정을 나누며 살게 하는 아량과 포용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산은 모든 생물체가 예쁘고 미운 걸로 차별하지 않고, 이롭게 하거나 해를 주거나 상관없이 모든 존재 하나하나를, 그 너그러운 마음으로 살게 하고 있었다.
그냥 모든 생명체의 존재가치와 존엄성을 인정하여 보듬어 주는 아량과 포용력으로 그냥 있는 대로 내버려 두고 있었다.
이런 걸 보면 계족산 황톳길 그 산자락에는 부처님의 자비도 예수님의 그 위대한 사랑도 모두 다 모셔 온 것 같았다.
아니, 자비와 사랑이 상호제휴 결연을 맺는 자리 같았다. 사해형제(四海兄弟)의 따듯한 가슴이 함께 모여 열띤 경기와 열연을 준비하는 자리와도 같았다.
황톳길을 걷다보니 예서제서 주워들은 황토의 장점들이 반추돼 떠오르는 것이었다.
황토는 ㉠ 숨을 쉰다.(공기가 잘 통한다) ㉡ 습도조절 능력이 우수하다.㉢ 항균 효과가 크다. ㉣ 곰팡이가 피지 않는다. ㉤ 냄새를 없애는 효능이 뛰어나다.㉥ 적조방지 능력이 우수하다. ㉦ 방열효과가 좋다. ㉧ 높은 온도를 오랫동안 지속한다. ㉨ 원적외선 방사량이 많다.
이와 같은 좋은 점들이 황토에서 비롯되어 인체의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피로회복과 질병 치료까지 해 준다니 돈을 주고서도 살 수 없는 황토의 효능이라 하겠다. 그러기에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황톳길의 보드라운 감촉을 맨발로 느껴 보려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계족산에 황톳길을 조성하여 맨발축제까지 벌이고 우리 모두의 건강증진 도모에 큰 몫을 해주신 맥키스컴퍼니 조웅래 회장의 선견지명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계족산의 황톳길산행은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었다.
계족산 황톳길 그 산자락에는 부처님의 자비도, 예수님의 사랑도 모두 함께하는 자리였다. 사해형제(四海兄弟)의 그 포근하고 따듯한 가슴이 함께 하여 열띤 경기와 열연을 준비하는 자리였다.
계족산 황톳길의 위력
권력이 있는 자, 없는 자 가리지 않고, 억만장자 가난뱅이, 선인악인 할 것 없이, 강자 약자 불문하고 그 누구라도 오게 해서 즐기게 하는 계족산 황톳길의 위력!
이것은 천하를 호령하던 진시황의 권세로도 안 되는 위대함이리라
계족산의 황톳길 산행은 웃음도 건강도 즐거움도 모두 챙길 수 있는,
아니, 부처님의 자비도 예수님의 포용력 있는 사랑도 흠뻑 느낄 수 있는 위대함 그 자체였으리라.
사해형제의 온기에 취해 볼 수 있는 황톳길 산행으로 부족함이 없었으리라.
대한민국 최초로 만들어진 숲속맨발걷기 14.5.km의 계족산 황톳길, 그 위력을 영원히 발휘하여 사해동포의 따듯한 가슴과 맥박이 오래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첫댓글 산에 오르는 사소한 일상에서도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느끼고 표현하시는 것에 새삼 존경심이 듭니다. 고등학교때 이양하 님의 신록예찬을 읽고 느꼈던 감정이 다시금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황톳길을 밟는 사람들을 묘사해놓은 문장들, 산을 아우르는 생명체들의 모습을 직관력있게 그려내시는 모습에 감탄이 나옵니다. 이래서 작가는 아무나 못하나봅니다^^
대수롭지 않은 글의 끄적거림에 극찬으로 힘을 실어 주시니 조금은 얼떨떨하면서도
힘이 납니다. 로보트 태권브이님 감사합니다. 보다 향이 있는 노작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친구를 위해 두번씩이나 답사까지
하셨다니 참으로 멋지십니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려는 선생님이
존경스럽네요
나도 계족산 몇번 가보았지만 가족과
함께 걷는 것 참 좋지요
우리도 자연의 일부가 아닐런지요
선생님도 산을 무척이나 좋아하시는데
요즘은 어떠신지요
옛날 수통골 산에 올랐던 생각이 납니다
늘 건강하시길!
칭찬받을 만한 일도 아닌데 찬사로써 힘 주시니 감사합니다. 에스윈 선생님
한 번 만나 계족산 황톳길 함께 걷고 싶습니다. 더욱 선강하시고 날로
즐거운 일과 되소서. 감사합니다.
오늘날 까지도 농약중독후유증으로 시달리고 있는 요즘음,계족산 황톳길의 위력이 제 체질에 걸맞는지 모르지만
틈을 내어 등산을 하고 싶습니다.재미있는수필의위력도...
시간되시면 황톳길의 흙내음을 맡으며 가족과 함께도 걸어 볼 만한 코스입니다.
황톳길 산행에 매료되어 걸으시다 보면 건강도 좋아지시리라 봅니다.
관촌 선생님 성원 댓글 주시어 감사합니다.
정말 산과 바다, 자연은 티 내지 않고 많은 것을 포용해 주는 마음을, 기쁨을 한 껏 뿜어주는 것 같습니다. 누구 하나 가리지 않고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데.. 많은 것을 뒤돌아 보고 정화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기쁜 일만 가득하세요, 선생님!
자연만큼 훌륭한 스승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의 무한한 포용력과 자비 사랑의 정신을
가슴으로 전수받아 우리 모두가 웃음으로 밝은 사회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이형복 선생님
응원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황톳길 조성하기 전에 가보았는데 가보고싶다는 충동을 주시는 글 입니다 작가님덕분에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별러야 겠지만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산은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지만 이 계족산은 정말 가볼 만한 명소입니다. 시간 내시어 기분
힐링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색종이 선생님 변함없는 성원으로 힘 주시어 감사합니다.
계족산 황톳길! 맨발로 걷는 길 얼마나 매력있는 곳인가 작가님의 글 한줄 한줄에 거기가 명소로구나 한번 정말 가고 싶어지게 합니다 온갖 자연의 모든 생물들이 살아 숨쉬며 더블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어 당장 가봐야지 생각이 들었습니다.어쩜 표현을 저리 잘하셨는지 감동이군요. 글은 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보이지 않는 전령사라는걸 새삼 느꼈습니다. 푸르른 5월 아!~~ 계족산 황톳길 한번 가볼까나? 기보고 신행기 한번 써 보고 싶어집니다.온갖 느껴보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 합니다. 요즘 매스컴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스트레서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후래쉬한 숨 쉬어 답답함이 풀려지네요 ㅎㅎ 고고 황톳길얏호!
하찮은 글의 끄적거림에 찬사 일색으로 힘을 주시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겸연쩍습니다. 맨발로 걷는
황톳길 한 번 걸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잘 왔다는 생각이 드실 것입니다. ahrgh님 성원 댓글
주시어 많이 감사합니다.
맨발로도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하는 우리지방의 좋은 명소를 잘 소개해 주셨네요!
건강이 힐링되는 황톳길!👍 고맙습니다😆
맨발로 황톳길을 한 번 밟아보시면 참 잘 왔다는 생각이 절로 드실 것입니다.
사해형제의 온갖 사랑이 숨쉬는 계족산 황톳길에서 숨고르기를 해 보시면서
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가꿔보시길 바랍니다. 구정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장동산림욕장은 어릴적 친구들과 고사리 꺽고 가재잡고 다슬기 잡던 고향 그때 그옹달샘 큰바위 오솔길 어디갔는지 지금은
친구들 만나 여기가 옹달샘 있던 곳인가 저쪽인가 이야기 하며 어린 시절에 즐거웠던 이야기를 하며 옛날 생각을 합니다
좋은 글 감사 합니다 저희 고향을 잘 소개해 주셔서 잘 보고 갑니다
동심세계의 어렸을 때 낭만과 향수가 어려 있는 장동 산림욕의 계족산 이군요
또 임의 고향에 대한 애착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댓글이어서 저도 마음이
푸근함을 느낍니다. 진달래님 응원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