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는 성경해석이다. 이 명제에 대해선 이견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해석을 하는 방법론에 있어 서 목회자들마다 차이가 있다. 여기에는 대체로 성경 그 자체에만 집중해 전달하면 모든 성도들이 다 이해할 것이라는 일종의 원칙론이 있다. 그에 반해 전달하기 위해선 현대적 도구들을 이용한 다양한 시청각 자료가 필요하다는 일종의 기술론이 맞서는 듯하다. 한국에 거주하면서 여러 교회들을 다녀보니, 대체로 목사님들의 설교 스타일이 3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전형적인 보수적 설교 스타일을 지닌 목 사님, 학원강사인지 헷갈릴 정도로 열혈 강의를 하는 목사님, 그리고 기업 프레젠테이션과 맞먹는 시청각 자료들을 동원해 성경을 해석해주는 분석형 목사님 등 저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성경을 성도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열심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 옳은 것이냐를 따져 물으면 사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전통적인 방식과 비교해 볼 때 성도들의 세대가 변했고, 육성 보다 기기 등에 눈과 귀가 익숙해진 나머지 달라 진 눈높이에 걸맞은 색다른 방법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에 의심은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늘도 설교를 준비하는 목회자들에겐 말씀 중심 외에, 어떻게 이것을 전달할 수 있을지에 관한 또 다른 고민에 빠져 있을 것만 같다. 위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목회자들이 많은 탓인지 최근 기독교계에는 다양한 방식의 설교 전달 장치나 기기 등이 속속 선보여 눈길을 끈다. 시청각 자료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어 온 것은 빔 프로젝터와 스크린 등을 이용한 화면 출력이다. 쉽고 간단하며, 전 통적인 말씀 중심 설교에서 있어서도 보조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모두가 함께 성경 구절을 따라 읽을 수 있도록, 해당 구절을 화면에 띄우거나 삽 화 같은 것을 통해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자체 적으로 동영상 편집 능력이 있는 교회의 경우는, 설교 전 해당 구절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내용 등을 동영상으로 먼저 보여주면서 워밍업을 하곤 한다. 영상의 사용은 실제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UCLA 심리학 명예교수인 앨버트 매라비언은 <사일런트 메시지>라는 저서를 통해 사람이 상대 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의 영역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시각이 55%, 청각이 38%, 그리고 언어가 7%라는 결과를 얻었다. 즉 눈으로 보는 영상의 효율성은 시각적 만족을 통해 청중의 집중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다. 이 때문에 많은 교회들에서 영상의 중요성이 높아져가고, 더 좋은 화질, 음향, 비율 등을 따져가며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최근 한국내 젊은 목회자들은 영상은 기본. 한발 더 나아가, 성도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강의형 설교에 나서고 있다. 강의형 설교는 성경 구절 중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들을 마치 문제풀이 식으로 정리해 핵심을 일러준다. 이 때문에 등장하게 된 것이 바로 칠판이다. 근엄해야 할 보수적인 강대상 주변에, 칠판이 놓여있는 모습은 이제는 낯설지 않다. 강의형 설교는 영상 시스템이 제대로 뒷받침 될 때 활용이 가능하다. 이유는 방대한 교회 내에서 칠판에 쓰여진 작은 글씨는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 에 지미짚 같은 방송용 장비를 통해 카메라를 칠판 가까이 다가가게 만든다. 그리고 목회자가 해설하는 구절이나 예시 등을 그대로 대형 디스플레이 모니터를 통해 성도들에게 알리게 된다. 강의형 설교는 성경 구절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숫자 등에 대한 비유나, 특정 장소의 유래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할 경우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여기에 목회자의 위트가 조금 더 더해진다면, 스타 강사 못지않은 반응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영상이나 칠판 등에 의존하지 않고, 미리 준비 된 과정에 따라 성도들의 설교를 자유분방하게 이끄는 프레젠테이션 형 설교도 최근 몇몇 젊은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사실 프레 젠테이션 스타일 설교는 진보적 성향의 미국 교회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청바지 와 하얀 셔츠를 입고 강대상에 선 목회자. 어느 한 지점에 머물지 않고, 강조하고 싶은 구절이나 말씀 등이 나올 때마다 성도 앞에 서거나 무대를 자유롭게 이동한다. 프레젠테이션을 활용한 교회 내 대형 모니터에는 설교의 요점들이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고, 목회자의 지시에 따라 준비된 장 면이 넘어간다. 마치 모 전자기업의 신제품 발표 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이런 스타일의 장점. 넥타이를 메고 검정 정장을 입어 야만 성직자로서의 품위가 지켜진다는 관점에서 보면 분명 이단아 같이 여겨지지만, 한편으로는 필요에 부응하는 한 단면인지도 모른다. 다양한 설교 기술들은 더 나아가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연출도 가능하게 한다. 성경은 결코 눈으로만 읽어서는 안되며, 그 장면 하나하나를 머리 속에 직접 그려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성경의 모든 구절은 살아있는 하나의 멋진 필름과도 같다. 방대한 시간 스토리와 함께 등장하는 모든 영웅과 간신과 하나님의 이야기는 세상 어떤 뛰어난 문학보다도 완벽하다. 때문에 그날의 설교 내용을 미리 뮤지컬이나 역할극을 통해 성도들에게 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실제로 미국의 몇몇 교회들은 설교 전이 같은 연극을 통해 성도들의 이해를 돕고, 오늘 어떤 말씀이 나올 것인지에 대한 상상을 펼칠 수 있다. 앞서 시각적인 부분들이 메시지 전달에 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통해서 볼 때, 단순한 영상이나 자료 등이 알려주는 것보다 실제 변장한 배우들이 그 시대 이야기를 풀어낸다면 시각적인 효과는 영상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매일 이렇게 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을 것이고, 기독교 절기마다 가지는 예배시 성도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이점이 있어 보인다. 영상, 칠판, 그리고 프레젠테이션 기법. 여기에 역할극을 통한 시각적 효과를 주는 방법들도 살펴 보았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앞서 제시됐던 부분들 단 한번에 할 수 있는 기발한 제품을 만들어냈다. 바로 스마트보드다. 스마트보드란 쉽게 생각하면 초대형 테블릿 PC를 생각하면 된다. 터치로 모든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고, 화질은 풀HD 이상을 사용한다. 원래 스마트보드는 기업용 교육기관이나 학교 수업용으로 활용되어 왔다. 다양한 영상은 물론 음향 등을 별도의 장치 없이 터치로 불러낼 수 있고, 콘텐츠간 조합도 가능해 최상의 시각적 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 보드자체의 고화질로 인해, 빔프로젝트보다 훨씬 뛰어난 화질을 자랑하며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스마트보드가 최근 교회용으로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스마트보드를 통한 설교의 장점은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무한대로 확장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영상과 텍스트를 동시에 보여준다거나, 미리 준비된 사진 등을 공개하면서 관련 웹사이트 역시 동시에 노출 시킬 수 있다. 성경의 한 구절을 이야기할 때 일반 적으로 미리 만들어진 영상이나 글 등을 활용해야 했다면, 스마트보드를 사용하면 필요한 정보를 곧 바로 인터넷으로 불러드려 게시가 가능하다. 아직 스마트보드를 활용한 설교 사례는 집계되지 않지만, 설교 기술도구로서 스마트보드의 가능성은 무척 밝다. 하지만 설교의 중심은 분명히 말씀에 있다. 앞서 제시된 방법론들은 말씀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이어야 하지, 그것이 전도되어 주인행세를 하게 되면 설교는 그야말로 쇼와 다를 바가 없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화려한 기술에만 의존하려는 새로운 설교 기법 등에 관해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말씀은 그것을 듣고 회개하려는 자들에게 깊이 전달되어 흔들 수 있어야 한다. 오직 목회자의 성령 충만한 육성만으로 말씀이 전해지는 것이 정답임은 의심할 가치가 없다. 여전히 많은 교회에서 목회자의 육성이 우선적인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종교가 사회와 완전히 분리될 수 없는 상황에서 달라진 세대들의 눈높이에 부응해야 하는 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 둘 사이에는 분명히 균형이 있어야 한다. 말씀 중심의 기준을 세우고, 문명의 이기를 통해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 기법이 넘치는 사회. 이를 받아들여 설교가 될지, 아니면 쇼가 될지는 이제 목회자들에게 또 하나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크리스찬투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