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말수가 적어졌다면… 우울증·폐렴 징조입니다.
이번 추석 연휴에 고향 가서 부모님 '숨은 질병' 찾아보세요.
- 집에 먼지 많고 옷이 지저분하면.
치매 증상 땐 집안일에 손 놔… 때가 묻은 옷을 그냥 입기도
- 자주 휘청거리고 넘어진다면. 무증상 뇌경색증 의심을… 심근경색으로 넘어질 수도
- 낮은 언덕도 숨차 헐떡거리면
관상동맥 좁아진 협심증이거나 만성 폐쇄성 폐 부전 상태일 수도
- 낮인데도 불 켜고 글 읽으면. 백내장일 가능성 매우 커… 찌그러져 보이면 황반변성 의심
부모는 병이 있어도 자식이 걱정할까 봐 증상을 드러내지 않고 참거나 숨기는 경우가 잦다. 때론 치료받으면 쉽게 나을 수 있는 병인데도, 지레 나이 들면 생기는 '고질병'이라 여기고, 사서 고생하는 어르신들도 있다.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부모 찾아뵐 때, 그들의 행동이나 거주 환경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숨어 있는 질병 단서를 찾아낼 수 있다.
①예전보다 말수가 적어졌다.
노인성 우울증 징조다. 때론 폐렴 같은 각종 감염성 질환에 걸려도 말수가 적어질 수 있다. 노인은 기침 같은 호흡기 증상이 적다. 기운이 가라앉으면서 말이 없어지거나 횡설수설하는 증상이 나타나면 체온을 재볼 필요가 있다. 체온이 높다면 감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②과거와 달리 집 안에 먼지가 많고, 옷이 지저분하다.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인지 장애가 오면 기억력뿐 아니라 일상생활 능력이 떨어져 집안일에 손을 놓는다. 몸단장도 소홀히 하며 때가 묻어도 갈아입지 않는다.
③어딘가에서 소변 지린내가 난다.
요실금 때문에 소변을 지리는 것은 아닌지 확인한다. 나이 드신 분은 요실금을 소변 소태라 생각하고 숨기고 싶어 한다. 과민성 방광 증후군이 있어도 소변을 흘린다. 여성 요실금은 30분 정도 비뇨기 시술로 깔끔하게 나을 수 있다.
④장롱 안을 살펴라.
평소에 못 보던 약봉지나 약 꾸러미가 있는지를 찾아봐야 한다. 소화제가 더부룩하게 쌓여 있다면 약만 먹게 하지 말고 위 내시경 검사를 받게 하자. 진통제가 많다면, 퇴행성 관절염이 심한 경우다. 인공관절이 수술이 가능한 상태인지 알아봐야 한다.
⑤잠드신 방에 귀를 기울여라.
남자에게 전립선 비대증이 있으면 밤에 자다가 화장실에 자주 들락거린다. 빈뇨와 잔뇨감 때문이다. 잠들자마자 요란하게 코를 골다가 중간에 호흡이 멈추는 수면 무호흡증이 있는지도 봐야 한다.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은 나이 들면서 목살과 목젖이 늘어나 악화한다. 고혈압·뇌졸중·당뇨 등도 일으킬 수 있으니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⑥TV를 크게 틀어놓고, 목소리가 커졌다.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야 한다. 청력 하락은 치매·우울증 등을 촉발하는 요인이 된다. 이비인후과에서 난청 진단을 받으면 건강보험공단에서 보청기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⑦자주 휘청거리고 넘어지려 한다.
나이 들어 기력이 빠져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파킨슨병 초기나 장기간 약하게 지속된 무증상 뇌경색증도 의심해야 한다. 노인의 경우 심근경색증이 가슴 통증 없이 자주 넘어지는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⑧윗옷을 혼자서 입는 걸 힘들어한다.
오십견이나 어깨 회전근개 파열이 있으면 팔을 위로 들기 어렵다. 양복 윗옷을 혼자 입고 벗는 걸 어려워한다. 파킨슨병이 있으면 손 떨림으로 옷 단추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다.
⑨얼굴이 붓거나, 어지러워한다.
진통소염제 등 약물 복용 후유증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최근 새로 먹는 약이 늘었는지 알아봐야 한다. 신장과 심장 기능이 떨어질 때도 부종이 온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면 얼굴이 붓는다. 노인들이 한쪽 다리만 부었을 때는 하지 정맥 혈전증일 경우가 많다. 치료가 시급한 질병이다.
⑩성묘 갈 때 낮은 언덕도 숨차 한다.
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진 협심증이 있거나, 폐 기능이 떨어진 만성 폐쇄성 폐부전(COPD) 상태일 수 있다. 명절 후 꼭 심장과 폐 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⑪앉았다 일어나는 데 오래 걸리고 걸음이 느려졌다.
전체적으로 근력이 떨어진 상태이지만, 비타민D 결핍일 가능성도 크다. 노인은 바깥출입이 적어 햇볕 쬐는 양이 적고 비타민D 결핍이 잘 온다. 약물이나 주사로 비타민D를 보충할 수 있다.
⑫음식을 잘 씹는지 살펴라.
식사를 잘 못 하면 식욕이 없어서인지, 치아 상태가 부실해서인지 구별해야 한다. 치아 부실은 영양 부실로 이어진다. 맞물린 어금니 개수가 적을수록 음식 섭취가 어렵다. 씹는 힘이 약하면 뇌 인지 기능에도 영향을 미쳐 치매 발생 위험도 커진다. 올해 7월부터 65세 이상 어금니와 앞니에 대해 임플란트 2개가 건강보험으로 가능해졌다. 임플란트 한 개 120만원인 시술비를 절반 가격인 6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틀니 건강보험도 올해부터 70세에서 65세 이상으로 확대 적용된다. 치아는 괜찮은데 식욕이 없는 상태라면, 우울증이나 수면 장애, 약물 복용 후유증인지 살펴야 한다.
⑬낮인데도 불을 켜고 글씨를 본다.
백내장일 가능성이 크다. 처음에는 안개가 낀 듯 보이고 조금만 어두워도 시력이 뚝 떨어진다. 사물이 찌그러져 보인다고 하면 노인성 망막증인 황반변성을 의심해야 한다. 시력 감소는 낙상을 유발해 중증 상태로 이어질 수 있으니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경희대병원 어르신 진료센터 원장원(가정의학과) 소장은 "노인 낙상은 주로 화장실이나 밤에 화장실에 가다가 일어난다"며 "명절 연휴에 낙상 방지 깔판이나 손잡이를 설치하고 화장실 쪽에 야간 조명을 달아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명절마다 부모님 얼굴 사진 찍으면 건강변화 쉽게 체크
노년기 질병 증상 특징들
통증 민감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아픈 정도로 판단했다가는 '큰일'
체중 5%만 빠져도 사망률 증가… 이유 없이 늘면 신장 질환 의심을
나이 드신 어르신의 질병 증상은 모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증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아픈 정도로 병세를 판단했다가는 큰일 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충수염(맹장염)의 경우, 노인은 복통이 그리 심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병원 방문과 진단이 늦어져 맹장 수술이 큰 수술로 이어지기도 한다.
고혈압·당뇨병 등 여러 만성질환이 겹쳐 있기에 신장병이나 간질환이 있어도 얼굴이 푸석푸석하거나, 낯빛이 어둡거나, 눈두덩이 붓는 등 다양하고 두루뭉술하게 증상이 밖으로 나온다. 고려대병원 노인병 클리닉 조경환(가정의학과) 교수는 "어르신들은 일 년 단위로 보면 해마다 늙어간 모습이 확실히 드러난다"며 "명절 때 부모님과 얼굴을 맞대고 사진을 찍어두면 부모 신체 변화나 새로운 질병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노년기 신체 변화에 중요한 지표가 체중이다. 이 시기에는 자기 체중의 5% 이상만 빠져도 신체에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 5%면 체중 60㎏의 경우 3㎏이다. 그 정도에도 사망률이 증가한다.
노인에게서 체중 감소는 여러 의미를 갖는다. 우선은 음식을 잘 못 먹었을 수 있다. 만성적으로 소화불량이거나 치아가 부실했다는 얘기다. 암이나 결핵 등 감염성 질환이 있어도 체중은 빠진다. 당뇨병이 있으면 영양 흡수가 떨어져 살이 빠진다.
특별히 이유 없이 체중이 늘면, 신장이나 심장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혈액 순환이 떨어지면 소변량이 줄면서 체중이 늘어난다. 며칠 사이 체중이 늘고, 부종이 나오고, 숨이 차다고 하면, 급성 심부전이나 신부전으로 보고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부모 건강을 위한 명절 행동 요령
집 안에 체중계를 비치하라- 심장병, 신장병 관리 지표.
장롱 속 약봉지를 뒤져라- 감춘 만성질환 발견하여 치료
지린내, 옷 냄새를 맡아라- 요실금, 과민성 방광 조기 발견
잠자는 모습을 들여다보아라- 야간 빈뇨, 전립선 비대증, 코골이 체크
안색을 살펴라- 간질환, 빈혈, 신장 질환 징조 파악
보행 자세를 관찰하라- 전신 근력, 퇴행성 관절염, 척추관 협착증 체크
시력과 청력을 검증하라- 백내장, 황반변성, 노인성 난청 조기 발견 치료.
화장실을 살펴라- 낙상 위험 체크, 미끄럼 방지 시설 설치
명절마다 부모님 얼굴 사진 찍어라- 질병 변화 관찰 가능.